다급하고 변덕스럽게 몰아붙이는… ‘잃어버린 동전에 대한 분노’[이 남자의 클래식]

2023. 10. 2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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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이라고 하면 항상 아름다운 시정이나 고차원적인 이상을 담고 있을 것만 같지만, 모든 작품이 꼭 고상한 것만은 아니다.

이 작품은 이날 베토벤의 '잃어버린 동전에 대한 분노'를 담아낸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목은 베토벤이 직접 붙인 것이 아니고, '동전을 잃어버린 베토벤의 분노'를 표현한 작품이라는 비서 쉰들러의 전언도 확실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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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베토벤 ‘ 론도 카프리치오 ’
1795~1798년 사이에 작곡
베토벤 생전에 출판되지 않아
비서 쉰들러 메모따라 부제로
낭만주의 대가-평론가 슈만
“신발 벗어낼수 없을 때 기분
가장 상냥하고 해 없는 분노”

클래식 음악이라고 하면 항상 아름다운 시정이나 고차원적인 이상을 담고 있을 것만 같지만, 모든 작품이 꼭 고상한 것만은 아니다. 개중엔 유치한 일상을 담아낸 작품들도 있고 순간의 독특한 발상에서 착안된 작품들도 있다.

베토벤(1770∼1827)의 ‘론도 카프리치오’(Die Wut uber den verlorenen Groschen, ausgetobt in einer Caprice)는 빠른 템포의 피아노곡으로 ‘잃어버린 동전에 대한 분노’라는 부제로 더 유명하다.

낭만주의 음악의 대가이자 평론가로도 유명했던 로베르트 슈만은 ‘잃어버린 동전에 대한 분노’에 대해 이런 평을 남겼다. “이 작품은 발로부터 신발을 벗어낼 수 없을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한, 가장 상냥하고 해가 없는 분노입니다. 이 기분보다 더 좋은 것을 찾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베토벤이 1795년에서 1798년 사이에 작곡한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으로 베토벤 생전엔 출판되지 않았고 사후에 베토벤의 비서였던 안톤 쉰들러(1795∼1864)에 의해 1828년에 출판되었다. 쉰들러의 설명에 따르면 어느 날 베토벤이 동전 한 닢을 잃어버렸는데, 동전을 찾으려 베토벤은 카펫을 들춰보는 등 온 집 안을 샅샅이 뒤졌으나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 평소 모든 일에 집착이 강했던 베토벤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했고 급기야는 집안일을 돌봐주던 애먼 가정부를 들들 볶아댔다고 한다. 이 작품은 이날 베토벤의 ‘잃어버린 동전에 대한 분노’를 담아낸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음악을 들어보면 마치 쫓고 쫓기는 듯한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다급하고 변덕스럽게 몰아붙이는 음형은 ‘잃어버린 동전에 대한 분노’라는 부제와 기가 막히게 잘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이 제목은 베토벤이 직접 붙인 것이 아니고, ‘동전을 잃어버린 베토벤의 분노’를 표현한 작품이라는 비서 쉰들러의 전언도 확실하지 않다. 오히려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 작품에 이런 부제가 붙여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베토벤이 악보 한편에 ‘잃어버린 동전에 대한 분노’라는 메모를 남겨서인데, 현재는 그 필체가 베토벤이 아닌 쉰들러의 필체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비서 쉰들러는 음악학자들에겐 사기꾼처럼 평가받는 인물이다. 베토벤의 옆에서 오랜 기간,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보필했기 때문에 그의 전언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인기나 경제적 이득을 위해 베토벤에 관한 여러 사실을 조작한 것들이 음악학자들에 의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아주 유명한 그의 거짓말들을 꼽아보자면 “‘운명 교향곡’의 첫 주제에 어떤 의미가 들어 있는지 묻자 베토벤 선생님께선 ‘운명은 이렇게 (따따따 따∼) 문을 두드리듯 다가온다네’라고 말했습니다”라든가 “‘피아노 소나타 17번’에 담긴 작품의 의미를 물었을 때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폭풍)를 읽어보게’라고 하셨습니다”라는 이야기들이 대표적이다.

이 작품의 부제 ‘잃어버린 동전에 대한 분노’ 또한 사기꾼 쉰들러에 의해 창작된 것이긴 하지만, 이 곡은 제목에 걸맞게 동전을 잃은 사람의 찾고자 하는 절박함과 긴장감이 표현된 곡이다. 비록 쉰들러의 거짓말이라 할지라도 애교로 봐줘서 지금까지도 ‘잃어버린 동전에 대한 분노’로 불리고 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오늘의 추천곡 : 베토벤, 론도 카프리치오 ‘잃어버린 동전에 대한 분노’ 작품 129

Capriccio(카프리치오)는 ‘기상곡’이라고도 불리는데, 대부분 짧은 기악곡으로 변화가 많은 음악을 일컫는다. 규칙 없이 자유로운 음악 형식으로 ‘변덕’ ‘익살’ ‘즉흥’적인 음악적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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