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 학부모 주목! 2028 대입 개편안, 뭐가 바뀌는 건데?

문영훈 기자 2023. 10. 2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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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법에 명시된 ‘4년 예고제’에 따라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치를 2028학년도 대학 입시 개괄은 내년 2월까지 확정돼야 한다. 10월 10일 교육부는
이를 확정하기 전 ‘2028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내놨다. 대입의 두 축인 수능·내신 모두 큰 변화가 예상된다. 

10월 1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2028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10월 10일 교육부가 '2028 대입제도 개편 시안’(대입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에게 해당되는 내용이다. 골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국어, 수학, 사회·과학 탐구 영역 모두 선택과목 없이 동일한 과목으로 치르고, 고교 내신의 경우 현행 9등급 상대평가에서 5등급 상대평가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대입 개편 시안이 이대로 확정되면 발생할 수 있는 변화를 살펴봤다.

우선 대입 개편 시안 내용을 보다 정확하게 정리해보자.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이 대입을 치르는 2028학년도 대입부터 수능 선택과목은 사라진다. 현행 수능에서는 영어와 한국사를 제외한 국어, 수학, 사회·과학·직업탐구 영역은 선택과목으로 치러진다. 가령 국어 영역은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중 하나를 골라 치렀는데, 모든 수험생이 같은 시험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선택과목에 따라 표준점수가 달라지면서 과목별 유불리가 발생하자 이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수능 선택과목 폐지, 내신은 9등급→5등급

10월 1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에서 2028 대입개편안에 대한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문·이과 구분이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교육부는 심화수학 도입 가능성을 남겨뒀다. 공통 수학에서 빠진 미적분Ⅱ와 기하를 합쳐 선택과목으로 두는 방식이다. 다만 영어·한국사·제2외국어처럼 절대평가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이과 상위권 대학에서 심화수학을 필수로 반영할 가능성이 높아 문·이과 구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심화수학 개설 여부는 국가교육위원회에서 국민 의견을 수렴해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수능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정시 비율은 수도권 소재 16개 대학 기준 40%가 유지될 전망이다.

고교 내신은 전 학년·전 과목 5등급 상대평가와 절대평가(A, B, C, D, E)를 병기하기로 했다. 1등급 상위 10%, 2등급 상위 34%, 3등급 상위 66%, 4등급 상위 90%, 5등급 상위 100%다. 이에 따라 내신 점수는 상향 평준화된다. 현행 제도에서 내신 2등급(상위 11%)도 바뀐 제도에서는 1등급(상위 10%)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가 급격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상위 4%만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 소규모 학교나 과목을 선택한 학생이 적은 경우 불리해 재검토가 필요했다"고 설명한다. 고교 내신과 달리 수능 변별력은 현행 9등급 체계로 유지된다.

"수시 내신 외 비교과·세특 반영 불가피"

"중3 부모는 아이들이 재수를 선택하기 힘들어지니 걱정하고, 중2 부모는 준비해왔던 기존의 모든 방식이 달라질 수 있으니 걱정하시죠."

12년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장덕진 스터디피티학원 원장의 말이다. 수능·내신 전면 개편 예고에 따라 대치동 등 사교육 시장이 발달한 이른바 '학군지’에서는 매일 같이 중2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입시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이과 최상위권이 진학하는 의대 입학정원 확대 카드를 꺼내들면서 입시 시장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선 전문가들은 "대입 개편 시안이 시행되면 특목고·자사고 지원율이 높아질 것"이라 전망한다. 현행 9등급 체계에서 5등급 체계로 개편되면 고등학교 내신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정시 비율이 40%(수도권 주요 16개 대학)로 유지되면서, 기존에도 면학 분위기가 좋은 특목고·자사고 진학을 고려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많았는데 이번 시안이 시행되면 내신 부담이 줄어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 전망했다. 실제 종로학원이 대입 개편 시안이 발표된 다음인 10월 12~13일, 중1·2 학부모 108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학부모 중에 대입 개편 이후 교육특구 명문고와 특목자사고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답한 비율이 83%로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내신 등급을 간소화하면 수시 제도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현재 수시는 크게 학생부교과전형(교과)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나뉜다. 이 중 교과는 내신 점수만으로 학생들을 뽑는 대학이 다수였으나 내신 점수가 상향 평준화되면 대학에서는 학생들을 뽑을 때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이나 비교과 영역까지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교과에서 건국대, 경희대 등과 같이 정량적인 성적과 세특 같은 정성적인 부분을 함께 평가하는 추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시에서 수능최저등급 기준을 높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정시뿐 아니라 수시에서도 특목고·자사고 학생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다. 장 원장은 "아무래도 세특이나 비교과 관리를 잘해주는 학군지 학교 또는 특목고·자사고 등에 대한 수요가 전국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입 개편 시안이 2025년 전면 시행을 앞둔 고교학점제의 취지와 동떨어진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시 40% 기조가 유지된 상태에서 내신 변별력이 약화하면 수능의 영향력이 더욱 강해지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각자 대학생처럼 과목을 선택해 수강하는 제도로 학생별 맞춤 교육과정을 지향한다. 10월 1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43개 교육시민단체는 대입 개편 시안이 사교육 의존을 심화할 것이라며 수능 절대평가 전환과 자격고사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교육시민단체들은 "수능의 영향력 강화는 특목고와 서울 강남으로 대표되는 상위권 계층의 대학 독점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비판했다. 고교학점제는 내신 절대평가, 수능 자격고사화, 수시 확대 등의 기조와 병행할 예정이었지만 '조국 사태’로 인한 정시 확대 기조로 제동이 걸렸다.

국민 의견 수렴해 올해 안으로 확정

내신 변별력이 약해져 논술 등 대학별 고사가 확대되고, 학교생활기록부 정성적 요소 반영 비율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에 대학들은 우선 유보적인 입장이다. 천명선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10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는 원래 학생부종합전형을 운영하고 있어 단순히 내신 등수만 보는 게 아니라 세부적 학업 내용을 다 살펴본다"며 "평가 방식을 급격히 바꾸거나 본고사를 부활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11월 20일 열리는 대국민 공청회와 국가교육위원회의 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안으로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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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스1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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