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흑자전환한 SK하이닉스, 메모리 ‘바닥’ 찍었나
SK하이닉스가 올해 처음으로 분기 기준 D램 사업에서 흑자를 냈다. 이에 전체 적자폭은 전 분기 대비 38% 줄였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메모리 감산이 서서히 효과를 내는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올 연말쯤 메모리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매출 9조662억원, 영업손실 1조7920억원의 경영실적을 달성했다고 26일 공시했다. 직전 2분기 대비 매출은 24%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38% 감소했다.
지난 1·2분기 내내 적자였던 D램 사업은 3분기 흑자로 돌아섰다. D램은 SK하이닉스 3분기 전체 매출의 67%를 차지한다. SK하이닉스는 정확한 이익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인공지능(AI) 등 고성능 서버용 제품 판매 호조에 힘입어 2분기 대비 D램 출하량이 약 20% 늘어났고, 판매단가도 약 10% 상승했다고 밝혔다.
D램 사업의 호조에는 요즘 AI붐에 몸값이 오른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효자 노릇을 했다. 여러 개의 D램을 TSV(실리콘관통전극) 공법으로 연결한 HBM은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 최근 성장하고 있는 생성형 AI 구축에 필요한 막대한 양의 데이터 처리에 용이하다. SK하이닉스의 전체 출하량 가운데 HBM 비중은 1% 정도지만 매출액 기준 10~15%가량을 차지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SK하이닉스는 “대표적인 AI용 메모리인 HBM3, 고용량 DDR5와 함께 고성능 모바일 D램 등 주력제품들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산업의 수요 침체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2년 넘게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이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메모리 업계는 지난해 말~올해 초에 걸쳐 감산을 단행한 바 있다.
D램에서 감산 효과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도 메모리 업황 개선으로 올 3분기 처음으로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낸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하반기 들어 수요가 늘고 있고, 감산 효과도 늘어나는 만큼 연말에는 재고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모리 시장의 또 다른 축인 낸드는 업황 회복이 더디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에서 대부분 적자는 낸드 사업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3분기 낸드 출하량은 고용량 모바일 제품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판매 확대로 전 분기 대비 성장했지만 판매단가는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3개 회사가 과점하고 있는 D램과 달리, 낸드는 키옥시아, 웨스턴디지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공급사가 더 많아 감산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기 어려운 구조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D램보다는 낸드의 업계 재고 수준이 높은 상황임을 고려할 때 낸드의 보수적 생산 기조는 당분간 유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올 4분기부터는 D램과 낸드 모두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선제적인 재고 구매 수요도 확대될 것”이라며 “4분기부터는 D램과 낸드 가격의 동반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섣부른 기대감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업황이 개선될수록 반도체 업체들은 ‘감산 원상복구’에 대한 유혹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며 “회복이 한참 진행 중일 내년 2분기에 반도체 업체들이 감산 원복을 본격화하고, 수요 증가율이 생산 증가율을 상회하지 못한다면 메모리 업황은 다시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낸드업체인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와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경영 통합 추진에 현재로선 부정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번 통합에는 최대주주인 한·미·일컨소시엄을 통해 키옥시아에 간접 출자한 SK하이닉스의 동의가 필요하다. SK하이닉스는 약 4조원을 투자했다.
회사 측은 “이번 딜(거래)로 인해 당사가 키옥시아에 투자한 투자자산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당 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서울 코엑스의 ‘반도체 대전’(SEDEX 2023)에서 기자들에게 “더 좋은 방안이나 새로운 대안이 있다면 충분히 같이 고민하고 논의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여지를 남겼다. 지금까지는 동의하지 않고 있지만, 다른 나은 방안을 제시하면 앞으로 검토할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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