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모 잠깐 잊었는데 허망하게 죽었다, 그것도 세 번이나
통신작업부터 화재 대피까지…실제 장비를 착용하고 VR·AR로 현실감 더해
향후 타 기업 및 시민에도 공개 예정
옥탑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으로 도로를 막았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시민이 있어, 안전모를 착용할 시간도 없이 급하게 장비를 운반했다. 갑자기 위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것 같다는 알림이 울렸다. 위를 바라보니 까만 점 같은 게 보였다. 저게 뭐지? 생각하는 사이 망치가 머리를 강타했다. VR(가상현실) 화면에 안전모를 잊어 사망했다는 문구가 떠올랐다. 실제가 아닌 걸 알면서도 몸이 움찔했다. "이렇게 쉽게 죽는다구요?" 소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이후 작업에서도 불편하다는 이유로 잠깐 절연장갑을 벗은 사이 감전돼 죽었다. 손끝에 착용한 기기에서 찌릿하고 전기가 흘러나와 실감 났다. 다음 작업에서도 수평 생명줄 고리를 걸지 않아 아파트 옥탑에서 떨어졌다. 눈에 씌운 VR기기뿐만 아니라 발 딛고 서 있는 기구 전체가 크게 움직여 실제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총 세 번 죽었다. 허망하게.
SKT 안전체험교육관을 담당하고 있는 이한우 SK텔레콤 인프라안전보건팀 팀장은 "다른 안전 장비나 수칙은 체험할 수 있어도 죽음은 체험할 수 없지 않은가"라며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경각심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어이없는 실수로도 이렇게 쉽게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지난 25일 방문한 SK텔레콤 대전 부사사옥에 개관한 SKT 안전체험교육관 'SKT Family Safe T Center'에서는 통신공사 특화 교육 및 생활 안전 관련 교육 등 총 26가지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888.44㎡(약 270평) 크기의 교육관에는 VR·AR(증강현실) 등 최신 ICT 기술을 접목해 고소작업대·옥탑작업환경 등 위험 노출이 많은 현장을 4D 환경에서 체험할 수 있었다. 해당 시설은 동시에 30명까지 수용할 수 있으며, 1일 2회 교육 기준 연간 8000명이 체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3시간 체험 교육을 받으면 국가에서 의무화하는 근로자 안전보건 교육 시간으로 인정받는다.
이 팀장은 "지난 4월부터 센터를 준비했고, 약 6개월간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 19일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정부 기관의 안전보건교육규정을 충족해 개관하게 됐다"며 "단일 규모로는 이동통신 업계에서 최대 규모"라고 자신했다.
교육은 실제 현장에서 작은 안전 수칙을 어기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체감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생명줄을 제대로 걸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하다 아파트 30층 높이에서 떨어지는 체험은 특히 인상 깊었다. 실제로는 단 1.5m 높이에서 떨어졌지만, VR기기를 착용하니 훨씬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체험 현장 내에 구현된 수직사다리차에 탑승해 볼 수도 있었다. 통신 작업 중 제3자가 차단기를 올릴 수 없도록 하는 LOTO(Lock Out, Tag Out) 안전자물쇠의 유용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통신작업 외에도 화재나 재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안전 체험도 있었다. 게임처럼 경쟁하듯 체험할 수 있는 심폐소생술 체험용 마네킹 교육이나 호텔 등 숙박업소에서 보기만 했던 완강기를 실제로 사용해 볼 수도 있었다. 화재 시 어두운 실내에서 유도등을 따라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는 미로 탈출 체험도 있었다.
SKT안전체험센터에는 지난달 24일 시작한 시범 운영 기간부터 개관 이후까지 약 400명이 방문했다. 센터 관계자는 "지금까지 체험 만족도는 98~99% 수준으로 높다"며 "12월까지 누적 약 1000명이 방문할 예정이고, SK텔레콤 및 협력사 2만명이 내년까지 교육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향후 체험관을 타기업과 일반 시민에도 공개할 계획이다. 이 팀장은 "현재 SK텔레콤 직원과 관계사, 협력사는 무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시민들에게도 무료 체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단 타기업은 신청하면 3시간에 11만원 수준으로 체험할 수 있다"고 했다.
대전=배한님 기자 bhn2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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