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소노, 벌써부터 큰 로슨의 빈자리
신생팀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는 올 시즌 주목받고 있는 팀중 하나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4강 후보로 꼽히는 SK, KCC, KT, DB 등은 물론 현대모비스, LG 등에도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가스공사, 삼성 등과 함께 유력한 하위권 후보로 꼽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소노의 순위를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명장 김승기 감독의 지휘 아래 본인들만의 확실한 팀 컬러를 장착한지라 언제든지 전력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 개막 후 치른 2경기에서 2패에 그치고 있으나 분위기만 탄다면 얼마든지 다크호스가 될 팀이다. 아직도 많은 팬들은 지난 시즌 보여준 4강 신화를 잊지 않고 있다.
김감독은 각종 인터뷰 등을 통해 시즌초 팀을 꾸려가기 어렵다는 특유의 푸념을 숨기지 않는 모습이다. 엄살은 아니다. 건실한 백업 멤버는 커녕 경쟁력 있는 베스트5 가동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리그 최고의 슈터 전성현(32‧188.6cm)과 이제는 정상권에서 경쟁할 기량을 갖춰가고 있는 듀얼가드 이정현(24‧187cm)이 있지만 그 뿐이다.
더욱이 이정현같은 경우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여파 때문인지 아직까지 컨디션이 좋지 못하다. 전성현이 고감도 슛을 쏘아 올리며 다시금 토종 주포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함께 터져주는 선수가 없어 고군분투에 그치고 있다. 소노 팬들은 전성현이 지쳐갈 때 쯤 이정현 등 다른 선수들이 살아났던 지난 시즌의 엇박자가 되풀이될까 불안해하는 분위기다.
현재 전성현은 2경기에서 평균 24득점, 경기당 3점슛 성공 4.5개(성공률 52.94%)로 무서운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2경기를 치렀을 뿐이라고는 하지만 지난 시즌 중반기까지 보여준 퍼포먼스를 감안했을 때 올 시즌도 충분히 기대해볼만하다. 1위 자밀 워니와 차이가 많이 나기는 하지만 토종, 외국인선수 통틀어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어찌됐든 소노는 전성현이 좋을 때 다른 선수들의 활약도 같이 더해져야 경기력이 살아날 수 있다. 이정현같은 경우 크게 걱정할 것은 없어 보인다.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한단계 레벨업에 성공한 상태인지라 시간의 문제일 뿐 컨디션만 좀 더 올라온다면 클래스를 보여줄 레벨의 선수다. 부상 악재 등만 없다면 중반기까지 부진할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
외국인선수 제로드 존스(33‧206cm)같은 경우 수원 kt 시절부터 득점력만큼은 검증받은바 있다. 사이즈 대비 드리블이 나쁘지 않은지라 이같은 능력을 바탕으로 내외곽을 오가며 페너트레이션, 미드레인지 점퍼, 3점슛 등 다양한 방식으로 득점올 올린다. 현재 평균 21득점, 2.5어시스트, 8.5리바운드, 1.5스틸을 기록 중인데 이정현이 컨디션을 완전히 되찾는다면 전성현과 함께 3각 편대의 공격력만큼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시즌같은 돌풍은 쉽지 않을 것이다는 의견이 많다. 늘 자신만만하던 김감독도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지난시즌 함께 했던 외국인선수 디드릭 로슨(26‧201cm)의 공백이 무엇보다 뼈아프다. 실제로 김감독은 시즌 전부터 입버릇처럼 ’로슨과 꼭 재계약하기를 바랬는데…‘라며 깊은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
지난시즌 4강 돌풍하면 전성현, 이정현의 쌍포를 우선적으로 떠올리겠지만 실질적으로 ’소리없이 강한‘ 로슨의 공헌도가 가장 컸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지난시즌 평균 18.73득점(전체 3위), 3.31어시스트, 9.53리바운드, 1.24스틸, 1.08블록슛으로 전방위 활약을 펼친바 있는데 화려한 맛은 자밀 워니, 오마리 스펠맨보다 못할지 모르겠지만 팀에 끼치는 영향력에서는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내외곽을 오가며 득점을 올릴 수 있는 것은 물론 수비 센스 역시 좋아 전천후로 빈자리를 메워준다. 이른바 BQ가 아주 뛰어나고 동료들과 함께하는 팀 플레이에도 능하다. 성격까지 무난한지라 지도자들이 선호할만한 유형의 외국인선수다. 하지만 김감독은 로슨을 잡을 수 없었다. 팀 매각 과정이 예상보다 오래 걸렸고 그러한 상황에서 월급까지 밀려있던 로슨에게 기다려달라고 말할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로슨은 DB의 러브콜을 받고 원주로 향했고 김감독은 간발의 차이로 가장 중요한 패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 로슨의 빈자리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부분은 리딩 영역이다. 이정현, 전성현의 앞선 라인은 공격력만 놓고 보면 리그 탑 수준이지만 실상은 불안요소가 적지 않다. 이정현은 본래 슈팅가드가 더 익숙한 선수다.
프로 무대서 야전사령관으로서의 능력을 키워나가고 있으나 아직은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한게 많을 수밖에 없다. 더불어 전성현같은 경우 전형적인 슈터다. 포지션만 2번일 뿐 가드가 아닌 스몰포워드로 분류되는 경우까지 많을 정도로 윙 플레이어에 가깝다. 볼운반, 보조리딩 등은 기대하기 쉽지 않다.
이같은 약점을 커버해준 것이 바로 로슨이다. 로슨은 지난 시즌 사실상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다. 어시스트 숫자가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빼줄 때 빼주고 넣어줄 때 넣어주며 흐름 자체를 잘 잡아줬다. 그런 로슨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있던 김감독이었던지라 그를 잡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고 실제로 공백이 크게 드러나는 모습이다.
반면 로슨을 데려간 DB는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노련한 필리핀 가드 이선 알바노(27‧185cm)에 로슨까지 있는지라 볼이 아주 잘 돌아간다. 당초 김종규, 강상재와 트리플 포스트를 노리고 데려갔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그와는 별개로 다른 곳에서의 시너지효과가 더 크다. 로슨의 존재로 인해 DB는 높이 농구는 물론 양궁 농구까지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로슨 역시 신바람이 났다. 소노에 있을 때는 포스트에서 함께해줄 선수가 없어서 골밑에서의 부담이 컸지만 김종규, 강상재가 함께해주자 좀 더 자유롭고 편하게 플레이를 펼쳐나가고 있다. 비록 한 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으나 DB 데뷔전에서 23득점(3점슛 5개), 9어시스트, 10리바운드, 2블록슛으로 펄펄 날았다.
높이면 높이, 패싱게임이면 패싱게임 거기에 고효율 슈팅까지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고양에서 검증받고 원주에서 날개를 펼쳐 보일 기세다. 최근 DB는 선수들 면면은 나쁘지 않지만 조합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상황에서 로슨이 만능키가 될 기세다. 말 그대로 화룡점정이다. 반면 소노는 키플레이어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당분간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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