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약화에 기업 체감경기 8개월만에 최저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8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빠졌다. 일부 제조업 주력산업의 실적 회복 기대에도 불구하고 소비심리 약화로 비제조업 체감경기가 얼어붙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 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전산업 업황 BSI는 전월보다 3포인트 하락한 70을 기록했다. 지난 2월 69를 찍은 이후 8개월 만에 최저치다.
BSI는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된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10월 제조업 업황 BSI는 전월보다 1포인트 오른 69로 집계돼 두 달 연속 오름세를 유지했다.
업종별로 보면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발표 등으로 인해 전자·영상·통신장비(-3포인트)의 체감 경기가 나빠졌다.
반면 화학물질·제품(10포인트)은 원자재 가격 하락, 중국의 화학제품 수요 증가 기대 등으로 크게 올랐다. 1차금속(12포인트)도 중국 철강생산 감산, 부동산 부양책 등으로 인한 제품가격 상승 가능성이 반영돼 체감 경기가 개선됐다.
제조업 업황 BSI를 기업규모·형태별로 보면 대기업(2포인트)과 중소기업(1포인트), 수출기업(6포인트)은 상승했으나, 내수기업(-2포인트)은 내렸다.
10월 비제조업 업황 BSI(71)는 전월 대비 6포인트 내렸다. 지난 1월(71)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며 월간 하락폭 역시 지난 2020년 3월(-11포인트) 이후 3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비제조업 중에서는 경기 둔화로 인한 내수 침체·수요감소 영향으로 도소매업(-8포인트) 업황이 크게 악화했다.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임대서비스업(-12포인트)과 정보통신업(-6포인트) 지수도 하락했다. 인건비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늘고, 게임 사용자 수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 등 영향으로 채산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건설업(-4포인트)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 건설경기 부진으로 체감 경기가 나빠졌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비제조업 BSI가 크게 하락한 이유에 대해 “도소매, 서비스 업종에서 수요가 감소했다는 모니터링 결과가 나왔다”며 “고금리가 지속되고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도 좋지 않았다. 11월 전산업 업황에 대한 전망 BSI 69로 전월보다 4포인트 내렸다. 제조업(69)이 2포인트 올랐지만, 비제조업(69)이 8포인트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황 팀장은 “비제조업은 당분간 불확실성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제조업의 경우 반도체 부문 등에서 가격 반등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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