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법이 아니라 운동으로...“태극권 파킨슨병 치유 돕는다”

파킨슨병 진행 몇 년 늦추고, 약물 복용량도 줄여

태극권을 꾸준히 수련하면 파킨슨병 진행을 늦출 뿐만 아니라 약물 복용량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 무술인 태극권이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상하이자오퉁대 의대 연구팀에 따르면 태극권을 수행하면 몇 년 동안 파킨슨병의 증상을 늦출 뿐만 아니라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필요한 약물 복용량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극권은 중국 송나라 때에 발달한 호신용 권법. 완만한 동작을 주체로 하며 현대에 들어서는 건강 증진을 위한 운동으로 성행하고 있다.

파킨슨병은 도파민 신경세포의 소실로 인해 발생하는 신경계의 만성 진행성 퇴행성 질병이다. 파킨슨 환자들에게서는 서동증(운동 느림), 안정 시 떨림, 근육 강직, 자세 불안정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파킨슨병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신경학적 질병으로 중국에서만 2030년까지 환자 수가 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에서도 매 시간마다 2명이 파킨슨병 진단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파킨슨병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연구를 진행했다. 147명의 환자로 구성된 첫 번째 그룹은 일주일에 두 번 한 시간 동안 태극권을 연습했고, 기술 향상을 위한 수업을 받았다.

187명으로 구성된 다른 그룹은 표준 치료를 계속했지만 태극권을 수행하지는 않았다. 연구팀은 연구 기간 동안 대상자들의 질병 중증도를 평가했고, 2019년과 2020년, 2021년에 각각 약물 필요성 증가를 포함한 질병 진행 상황을 측정했다.

연구 결과 태극권을 하지 않은 그룹은 약물을 증가시켜야 하는 환자의 수가 태극권 그룹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태극권을 하지 않은 그룹은 2019년에는 83.5%, 2020년에는 96%인데 비해 태극권 그룹은 71%와 87.5%였다.

또한 태극권 그룹에서는 인지 기능이 다른 증상과 마찬가지로 더 천천히 악화된 반면, 수면과 삶의 질은 지속적으로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합병증 유별율도 태극권 그룹이 현저히 낮았다.

연구팀의 젠 리 박사는 "낙상, 현기증 및 허리 통증은 이번 연구 대상자들이 보고한 파킨슨병의 세 가지 부작용이었지만 이 또한 태극권 그룹에서는 아주 낮았다"며 "23명에게서 골절이 발생했지만 태극권 그룹에서는 더 적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파킨슨병의 확실한 치료법은 아직 없으며 약물이 증상을 개선할 수 있지만 질병의 모든 증상을 치료하지는 않는다"며 "약물이 진행을 늦춘다는 증거도 없다"고 말한다.

이전에 발표 된 연구에 따르면 태극권은 단기간에 파킨슨병 증상을 완화한다. 그러나 그 개선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몇 년 동안 효과가 유지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리 박사는 "파킨슨병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운동 기능과 비 운동 증상을 점진적으로 악화시켜 장애를 초래하고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번 연구에 따르면 태극권은 파킨슨병에 장기적으로 유익한 효과를 유지하는데 이는 장애 없이 지내는 시간을 늘리며 삶의 질을 높이고 간병인의 부담과 약물 사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Effect of long-term Tai Chi training on Parkinson's disease: a 3.5-year follow-up cohort study)는 영국의학저널(BMJ)인 ≪신경학, 신경외과학과 및 정신의학 저널(Journal of Neurology, Neurosurgery and Psychiatry)≫에 실렸다.

권순일 기자 (kstt77@kor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