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령 백담3터널 ‘지하수 유출’에 설악산 도적폭포 훼손 가능성
터널학회 “미시령터널로 지하수위 내려가
또 유출되면 도적폭포 등 주변 계곡 영향
환경부가 전문모니터링단 꾸려 관리해야”
소백산 죽령터널 굴착 지하수 관리 부실
굴착 완료 6년됐지만 매일 수천톤 콸콸
“설악산국립공원 도적폭포도 안심할 수 없다.”
설악산 미시령을 관통하는 길이 14㎞ 동서고속철도 백담3터널 공사가 본격 시작된 가운데 관련 학회가 지하수 유출에 따른 국립공원 훼손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백담3터널은 지표면을 기준으로 보면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서 출발해 도적폭포가 있는 미시령 계곡 북사면을 따라가는 노선으로 국립공원 구간 3.7㎞를 통과하게 돼 있다.
한국터널환경학회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백담3터널 공사에 시의적절하게 (지하수 유출을 막는) 차수공법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소백산국립공원 죽령폭포와 같은 운명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학회는 이를 막기 위해 국가철도공단과 환경부에 지표·지하수 전문 모니터링단을 꾸려 관리할 것을 제안했다. 죽령폭포는 충북 단양 소백산국립공원 안 죽령천에 있는 폭포로, 2015년 인근과 상류부 지하로 지나가는 중앙선 철도 죽령터널 공사가 시작된 이후 유량이 크게 줄었다는 게 학회 쪽 설명이다.
철도공단, 차수공법 적용하겠다지만…
국가철도공단은 백담3터널 건설에 따른 지하수 유출과 관련해 2021년 10월 환경부에 제출한 ‘춘천~속초 철도건설사업(1·7공구)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차수 그라우팅 공법(굴착면의 틈새 등에 충전재를 주입해 지하수가 새나오지 않게 하는 시공법) 등 저감대책을 적용함에 따라 지하수 유출 영향은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공사 완료 후 (지하수 수위가) 초기 수위보다 1m 내외 낮은 상태로 안정화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설악산국립공원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환경영향평가서의 이런 전망은 차수 공법 적용을 통해 하루 최대 지하수 유출량이 공사 중에는 1260.4㎥를 넘지 않고, 터널 공사 5년 이후부터 운영되는 동안엔 565.1㎥를 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을 근거로 했다. 이찬우 터널환경학회장(토목공학박사)은 이와 관련해 “실제 터널 건설에서 이런 예측이 맞는 경우는 드물고, 그에 따른 지하수 유출 방지 대책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며 “죽령터널이 바로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2014년 12월 환경부 협의가 완료된 ‘중앙선 도담~영천 복선전철(도담~안동) 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철도시설공단은 죽령터널의 굴착 종료시점 지하수 유출량을 1㎞에 분당 0.18㎥로 예측했다. 11㎞ 길이 터널 전체로는 하루 약 2850㎥ 꼴이다. 환경부는 죽령터널이 환경적으로 민감한 국립공원 구역을 통과한다는 점을 들어 죽령천 주변을 지나는 전 구간에 차수 공법을 적용하라는 협의 조건을 제시했다.
공단의 예측과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협의 조건대로면 죽령터널의 지하수 유출량은 하루 2850㎥을 넘어선 안 된다. 하지만 실제는 달랐다. 대한하천학회가 2015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수행한 조사 결과, 죽령터널은 굴착이 끝난 2017년 12월 이후로도 매일 경북 영주와 충북 단양 쪽 입출구로 각각 6000여㎥와 3000여㎥씩 평균 9083㎥의 지하수를 유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죽령터널선 영주 쪽 유출량만 하루 5800톤
‘한겨레’가 지난 16일 터널환경학회 현장 조사에 동행해 죽령터널 영주 쪽 입출구에 가보니 대량의 지하수 유출은 계속되고 있었다. 터널 속에서 나온 맑은 지하수는 철로를 따라 양 옆으로 설치된 폭 60㎝의 사각형 배수로로 쏟아졌다. 한 곳은 15㎝, 다른 한 곳은 10㎝ 높이로 채운 채 초속 0.4~0.5m의 빠른 물살로 흘러갔다.
유속을 초속 0.45m로 잡아 계산하면 지하수 유출량은 하루 약 5800여㎥로, 하천학회가 6년 전 조사했을 때와 큰 차이가 없다. 이렇게 유출되는 양만 해도 환경영향평가서에 제시된 단양 쪽 입출구까지 포함한 전체 유출량 예측치의 두 배가 넘는 셈이다. 현장에서 만난 코레일 소속 선로관리 담당 직원은 유출되는 지하수 양에 대해 “여름에 약간 늘 뿐 연중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매일 올림픽 규격 수영장 3개를 채울 수 있는 분량의 이 물은 터널 공사가 없었다면 유출되지 않았거나 터널 인근 계곡이나 샘 등으로 일부 자연 용출돼 계곡수 유량을 풍부하게 만들었을 물이다.
이 박사는 “터널로 지하수가 유출돼 터널 주변의 지하수 수위가 내려가는만큼 자연 용출은 줄고 지표수는 더 많이 지하로 스며들어 지표수 유량이 감소하게 된다”며 “죽령터널은 죽령폭포에서 수평으로 200여m 수직으로 100여m 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폭포 상류부에서는 200여m 직하부로 지나가기도 해 죽령폭포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터널환경학회는 영상자료로 죽령터널 건설 전후 유량 감소가 입증됐다고 보고 있다. 학회는 지난 8월 한 방송사로부터 입수한 터널 공사 시작 전(2014년 12월2일 촬영) 폭포 사진과 최근(2023년 8월8일) 같은 위치와 각도에서 찍은 사진을 법영상 전문감정기관에 맡겨 “2014년 사진의 물의 양이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감정 결과를 얻었다. 이 감정에 강수량은 고려되지 않았다. 하지만 폭포에 가장 인접한 기상관측소(영주시) 기준 최근 사진 촬영 직전 1개월 강수량(499㎜)이 2014년 사진 촬영 직전 1개월 강수량(28.6㎜)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강수량을 고려하면 유량 감소가 더욱 두드러진다는 것이 학회 쪽 설명이다.
“설악산 도적폭포 주변 지하수위 이미 낮아져”
터널환경학회는 설악산 백담3터널이 소백산 죽령터널의 경우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박사는 “폭포와 수평거리가 200여m에 불과하고 계곡 상류부 직하부로 지나간다는 점에서 두 터널이 유사하지만 백담3터널은 이에 더해 기존 미시령 도로 터널 영향으로 이미 인근 도적폭포 주변 지하수위가 낮아진 상태라는 점이 더욱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2006년 개통된 미시령터널 굴착 전후 지하수 수위 변화를 직접 확인할 자료는 없다. 하지만 백담3터널 시공사의 지반조사보고서에 제시된 지하수 수위 관측 결과로 유추가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지하수 수위는 저지대에서 고지대로 갈수록 지표 기준으로 조금씩 내려가며 지형을 따라 완만하게 형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규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지하수위는 통상적으로 지형이 울뚝불뚝하면, 약간 좀 부드러운 곡선형으로 지형을 따라간다”고 말했다. 평지에서 급격히 산지로 바뀐다고 해서 지하수 수위선이 치솟지는 않지만 완만하게나마 지형과 비슷한 형태를 보인다는 얘기다.
하지만 백담3터널 구간 지하수 수위 측정지점들의 표고를 연결한 ‘표고선’, 측정값들을 연결한 ‘수위선’을 각각 그려 겹쳐 보면 미시령터널과 겹치는 구간을 중심으로 특이한 형태가 확인된다. 표고선은 3.5㎞ 길이의 미시령 터널 구간 중간 쯤에 있는 측정지점(NTB-15)에서 정점을 찍고 인제와 고성 쪽 양 방향으로 급격히 내려가는 형태다.
반면 지하수 수위선은 터널 중간부에서 인제 방향으로 1㎞ 가량 떨어져 있어 최고 표고 측정지점보다 110m 가량 낮은 지점(NTB-14)에서 해발 620.9m(지표 기준 -15.1m)로 정점을 찍고 좌우로 급히 기울어진다. 터널 중간 상부의 최고 표고 측정지점 지하수 수위는 해발 598.8m로, 지표(해발 748.1m)에서 149.3m나 내려가 있다.
이 박사는 “지하수 수위가 가장 높게 나온 측정지점은 해발 826m 미시령 정상을 기준으로 하면 인제 방향으로 수평거리로 2㎞ 가까이 내려간 곳”이라며 “미시령 터널 구간의 지하수 수위선이 지형과 맞지 않게 미시령 서쪽 사면에서 정점을 찍고 터널 구간 중간부로 가면서 급격히 내려간 것은 터널 공사로 인한 지하수 유출로 터널 구간에서 수위가 급격히 내려가며 지하수 흐름이 바뀐 것으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 미시령터널에서는 배수로를 통한 지하수 유출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하 연구원은 미시령 터널 건설에 따른 터널 구간의 지하수 수위 하락에 대해 “당연히 개연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며 “지하수 측정지점 14·15·16·17번 사이사이에 층이 다른 경계면이 있어 그런 경계부를 따라 물이 많이 빠져나가거나 들어가거나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소백산 죽령터널에서와 같은 지하수 유출이 설악산 백담3터널에서 재연되지 않도록 환경부가 시공사 아닌 제3의 기관에 지하수 변화를 모니터링하게 하고 수시보고 절차를 마련해 실효성 있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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