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 ‘무빙’ 이번엔 ‘닭강정’이다…류승룡 치킨 유니버스

남지은 2023. 10. 2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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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새 드라마 ‘닭강정’으로 귀환
‘류승룡+치킨=흥행’ 공식 주목
류승룡 치킨 유니버스③ ‘무빙’. 초능력 숨기고 사는 치킨집 사장.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이 정도면, 이 남자의 전생을 의심해봐야 한다. 배우 류승룡. 그가 지난 9월 종영한 드라마 ‘무빙’(디즈니플러스)에 이어 내년에 새 드라마 ‘닭강정’(넷플릭스)으로 돌아온다. ‘닭강정’은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이 된 딸을 구하는 아빠 이야기다. 영화 ‘극한직업’(2019)부터 드라마 ‘무빙’까지 내내 닭과 함께한 그가 또 닭이라니. “그다음 작품은 계란이 될까요? 조류협회에서 저를 홍보대사로 불러주면 좋겠어요. 하하하.”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커피숍에서 ‘무빙’ 종영 인터뷰차 만났던 류승룡도 치킨과의 인연에 흥미로워했다.

그가 치킨과 동반 출연한 작품들은 공통점이 있다. 딸이 운영하는 치킨집에서 서빙을 한 영화 ‘염력’(2018)과 직접 치킨집을 차린 ‘무빙’에서 그는 소시민 초능력자이자 부성애 강한 아빠로 나왔다. 그가 직접 치킨집을 차리면 크게 성공했다. 위장 수사를 하려고 치킨집을 인수한 ‘극한직업’은 1000만 영화가 됐고, 국가정보원을 퇴직하고 치킨집을 차린 ‘무빙’은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상식을 휩쓸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극한직업’), “죽어도 신선한, 신선한 치킨입니다. ”(‘무빙’) 같은 유행어도 만들었다. 류승룡이 치킨 다음으로 타율이 높은 소재는 딸이라는데, 그렇다면 딸이 치킨이 되는 ‘닭강정’은 두배로 터질까?

류승룡 치킨 유니버스① ‘염력’. 딸이 운영하는 치킨집서 서빙. 뉴 제공
류승룡 치킨 유니버스② ‘극한직업’. 치킨집 운영하며 위장 수사하는 형사.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류승룡과 치킨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다. 류승룡은 ‘극한직업’의 흥행으로 치킨집 사장 고상기 형사 이미지가 강렬한데도 이후 치킨과 연관된 배역을 거부하지 않았다. 지난 4월 특별 출연한 ‘나쁜 엄마’(JTBC)조차 “치킨집과 닭강정집을 하다가 망한” 양복점 재단사였다. 배우들은 한 작품이 크게 성공하면 이미지가 굳어질까 봐 다음 작품에서 변화를 추구하기 마련이다. 류승룡은 “인물이 극의 설정에 맞느냐가 중요하지 전작과 비슷한 건 상관하지 않는다. ‘무빙’은 현실에서도 은퇴하고 치킨집을 운영하는 분들이 많아 장주원의 서사와도 맞닿아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닭강정’도 딸을 살리려는 아빠의 마음이 이해됐다고 한다.

‘류승룡+치킨=흥행’ 공식은 그의 연기력이 뒷받침이 됐다. 류승룡은 살을 찌우는 등 큰 변화 없이 표정과 무게감을 다르게 하며 같은 설정에서도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극한직업’에서 전화주문을 받을 때는 단호하고 날카로운 느낌이 강조된다면, ‘무빙’에서는 우리네 아빠의 새로운 출발 같은 서툰 느낌을 담는 식이다. 영화 ‘7번 방의 선물’(2013)에서는 몸에 힘을 뺀 눈물 연기로 부성애를 드러냈고,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2012)에서는 제멋에 취한 표정과 생수통을 이고 가는 모습만으로 ‘더티 섹시’를 연출했다. 류승룡은 연기 비결에 대해 “대본을 많이 보며 철저하게 분석하는 게 첫번째지만,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표현될 수 있도록 현장성도 열어둔다”고 했다. ‘무빙’에서 아내 장례식에서 상복을 갈아입다가 넘어진 채로 흐느끼는 장면은 현장에서 나왔다.

류승룡 치킨 유니버스 번외편 ‘나쁜 엄마’. 치킨집과 닭강정집을 하다가 망한 재단사로 특별출연. 제이티비시 제공
류승룡 치킨 유니버스④ ‘닭강정’. 닭강정이 된 딸을 구하려는 아빠. 네이버웹툰 제공

“배우는 도화지가 돼야 한다”는 배우관도 ‘치킨 유니버스’를 형성하는데 큰 몫을 했다. 류승룡은 20대 후반에 머리카락과 수염을 기르고 개량 한복을 입고 다니는 등 범상치 않았다. 손목시계 대신 자명종 시계, 라이터 대신 큰 유엔 성냥을 갖고 다녔다고 한다. “누군가 시간을 물어보면 자명종 시계를 꺼내서 보여줬어요. 하하하. 내가 가진 많은 욕구가 발현될 곳이 없으니 그런 식으로 나온 것 같아요.” 주체할 수 없던 끼가 멈춘 것은 영화에 출연하면서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의지를 불태우면서다. “설경구 선배가 배우는 색이 입히지 말고 자신을 도화지로 만들어야 한다, 담백한 모습에서 어마어마한 게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담백~하게 청바지 입고 머리 자르고 했죠.”

그는 “몹시 힘들었다”지만, 자아를 누르고 담백~해진 배우 류승룡은 연기로 우리를 위로하고 있다. 책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를 보면 미국인에게 닭고기 수프는 영혼의 음식이다. 힘들 때 어머니가 끓인 닭고기 수프를 먹는다. 류승룡은 “치킨도 축구 응원을 할 때 등 언제나 국민과 함께하며 위안과 힘을 준다”고 했다. 그도 우리에게 치킨 같은 존재가 아닐까. 류승룡은 ‘닭강정’이 끝나면 ‘무빙2’에서 다시 치킨을 튀길까? “확정된 건 없어요. 혹시 몰라 술, 담배 안 하고 꾸준히 운동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류승룡의 치킨 유니버스는 끝나지 않았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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