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알짜' 빌딩도 새주인 못 찾아…"이자 감당 못해요"

배규민 기자, 김평화 기자, 이소은 기자 2023. 10.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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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오피스 덮친 고금리 파도(종합)
[편집자주] 고금리는 주택 시장보다 상업용 부동산에 더 큰 치명타를 날렸다. 코로나19에도 활황이었던 오피스 빌딩 시장이 고금리 기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침체다. 한국의 오피스 빌딩 시장 현황과 전망을 짚어본다.

또 매각 실패…랜드마크 내놔도 "금리 무서워서 못사요"

대신증권 명동사옥 전경/사진제공=대신증권
#1. 지하철 2호선과 수인분당선 선릉역 초역세권에 있는 아남타워. 지난 6월 우선협상대상자로 NH농협리츠운용이 선정됐지만 결국 지난달 매각이 불발됐다.

#2. 대신증권은 명동 본사 사옥 매각을 위해 이지스자산운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3.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신분당선 강남역 출구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서초강남빌딩. 지난 6월부터 매각을 추진했으나 지난달 매각을 철회했다.

고금리 여파로 빙하기를 맞은 오피스 시장이 침체기를 이어가고 있다. 꽁꽁 얼었던 올 초보다는 매물량이 늘어나고 거래가 한두건씩 이뤄지는 등 사정이 다소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자금을 구하지 못하면서 매각 불발 사례가 잇따른다. 고금리 여파가 오피스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소재 오피스 100억원 이상의 거래를 조사한 결과 거래 금액은 3조원을 소폭 상회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으로 최근 5년 내 최저 수준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장 환경이 안 좋았던 2020년 상반기 보다 저조하다.

자산운용사 임원은 "올 초에는 아예 매물도 없고, 거래도 딱 끊어질 정도로 빙하기였다"면서 "그나마 최근 매물이 나오고 입지에 따라 매수를 타진하는 수요도 생겨나고 있지만 여전히 고금리로 상황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보통 오피스 빌딩 매수를 위해선 투자자 모집을 통해 자금 30~40%를 확보하고 나머지는 대출을 받는다. 하지만 최근 대출이자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금융 비용이 증가했다. 이는 배당 수익 감소로 직결돼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수순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대신증권 명동 사옥인 '대신343' 인수를 포기한 배경도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대신증권은 사옥 매각을 추진한 지 한 달 만인 지난 8월 이지스자산운용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두 달 만에 무산됐다.

삼성동 '골든타워'도 가장 높은 인수가를 써낸 대신자산신탁이 지난 7월 발을 뺀 후 지난 8월 마스턴투자운용과 인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마스턴투자운용은 현재 인수 자금을 모으고 있으나 역시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추진 관계자는 "계약 기간이 남아있어 최종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잠실역 인근에 위치한 타워730은 지난달 공개 입찰을 철회하고 수의 계약 형태로 매각을 추진 중이다. 사옥이 필요한 기업을 직접 만나는 등 매각 성사율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해서다.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기대 가격 차이도 거래 실패의 주된 이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2금융권 부동산 IB 담당 임원은 "미국과 유럽과 달리 한국은 오피스 공급이 제한적이고 수요는 꾸준하다. 오피스 빌딩 시장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대출 이자 비용 때문에 지금은 배당 수익이 너무 낮거나 없을 수도 있어 자금을 태우는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오피스 빌딩 매물도 늘어나는 추세다. 시장에선 상반된 진단이 나온다. 일각에선 고금리 리스크로 지금이라도 팔고 나가야 한다는 판단에 매물이 쌓인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세계 최대 글로벌 사모펀드(PE) 블랙스톤이 '아크플레이스'를 매물로 내놓은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대형 회계법인 임원은 "블랙스톤은 미국과 유럽에 보유한 오피스 빌딩이 많다. 가격 하락 등을 경험하면서 오피스를 더 이상 안전한 자산으로 보지 않고 한국에서도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역삼역 출구에 위치한 아크플레이스는 강남파이낸스센터빌딩, 센터필드 등과 함께 강남 랜드마크로 꼽힌다. 알짜 입지인 만큼 입찰에 나선 지 약 한 달 만에 코람코자산신탁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매각을 추진 중이다.

반면 고금리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기대로 투자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빌딩은 단기간이 아니라 최소 7년~10년으로 길게 보고 투자한다"면서 "당장 몇 년은 금리 부담이 있겠지만 추후 금리가 내려가면 그만큼 배당수익이 늘어나고, 시간이 지나면 몸값이 높아지기 때문에 최근 수요가 살아나는 조짐이 나온다"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피스 빌딩 시장의 회복 열쇠는 금리"라면서 "금리 변화에 따라 시장은 빠르게 반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금리 바람에 '휘청' 오피스 빌딩…배당수익 '뚝', 신규자금 안 모인다

오피스 빌딩 시장이 고금리에 허덕인다. '소나기'일줄 알았던 고금리 현상이 '장마'처럼 길어지고 있는게 가장 큰 문제다. 오피스 빌딩 시장에 새로운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데, 차입금 만기는 어김없이 돌아온다. 리츠(부동산투자회사·REITs)의 금융부담이 커지는 이유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초 1.83%였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현재 4% 초반대(24일 기준)까지 올랐다. 통상 오피스 담보대출 금리가 국고채 3년물 대비 150~180bps 정도의 스프레드를 유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피스 대출금리는 2년 새 3%대에서 5~6%대까지 오른 셈이다.

조달비용인 대출금리가 오르면 수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오피스 빌딩 리츠에 투자한 기관투자자들은 연간 6% 이상의 배당수익률을 원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오피스 빌딩 운용자가 줄 수 있는 배당수익은 2~3%대에 그친다.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업체 CBRE에 따르면 국내 주요 운용사가 조성한 사모 부동산 펀드 운용 규모(8월 기준)는 지난해 대비 4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되는 고금리와 함께 국내시장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면서 상업용 부동산 투자 관련 보수적 기조가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지난 수년간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시장 가격을 뒷받침했던 다수의 기관 블라인드 펀드 규모도 대폭 축소됐다.

배당수익이 뚝 떨어진 결과다. 2년 새 오피스 대출금리가 3%대에서 5%대로 오르면서 5~6%에 달했던 배당수익이 2~3%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오피스 빌딩을 사들이기 위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게 어려워지자 리츠들은 자체적으로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

롯데리츠는 지난해 하반기 6500억원, 올해 상반기 6580억원 규모 리파이낸싱을 각각 진행했다. 하지만 이후 조달 금리가 1.5%포인트 오르며 금융비용 부담이 연간 100억원 정도 늘었다. 반면 내년 임대 수익 상승분은 20억원 안팎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배당을 줄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하반기 141억원을 기록했던 순익은 올 상반기 59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주당 배당금도 143원에서 109원으로 23.8% 줄었다.

다른 리츠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신용평가는 시가총액 상위 10개 리츠들 모두 임대료 상승에 비해 이자 부담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분석대상 리츠들의 편입자산을 분석해보면, 오피스 비중이 54%에 달한다.

신규자산 편입과정에서 차입금 조달비중이 높아지거나, 저금리 시기에 조달한 차입금의 만기가 도래하고 차환하는 과정에서 이자비용 부담이 커졌다. 평균 이자비용 커버리지(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EBITDA를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는 지난해 하반기 3.2배에서 올해 상반기 2.6배까지 낮아졌다. 한 리츠는 이자비용 커버리지가 1.4배까지 하락했다.

견조한 임차수요와 임대료 상승조건을 바탕으로 임대수입이 상승하고 있음에도, 차입금 차환과정에서 나타나는 이자비용 증가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오지민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금리 상승으로 차환 발행되는 금리가 기존 금리 수준 대비 크게 상승하는 점, 전체 차입금의 63%가 내년 말 이전에 만기가 도래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지표 저하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따.

국내 대형 회계법인 부동산 자문 임원은 "임대료를 갑자기 올려서 받을 순 없는데 금리는 2년새 50~60% 올랐다"며 "이자율 부담이 늘어나는만큼 배당 수익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자들은 수익으로 투자금의 7~8%를 받고 싶은데 4~5%로는 투자를 안하려고 한다"며 "이런 분위기는 금리가 내리기 전까지 지속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원래는 내년 하반기면 금리 등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것도 희망사항이 돼버렸다"며 "내년은 넘어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고, 총선 이후 미국이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한국도 올릴 수밖에 없어 암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공실없다 안심? 거래금액 35%↓…"내년 하반기돼야 회복"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사진은 21일 서울 마포구 공공 임대 기관 에스플렉스를 비롯한 상암동 오피스텔이 위치한 모습. 2022.7.21/뉴스1
미국·유럽 오피스 시장 공실률이 두자릿수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오피스 공실률은 2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는 등 안정화 되는 분위기다. 다만 고금리에 거래량과 거래 금액이 줄면서 전체 시장 규모가 대폭 축소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전문가들은 단기 투자 활동의 위축은 불가피하며 금리가 다시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 내년 하반기 이후가 돼야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24일 상업용부동산 전문기업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은 2.42%로 집계됐다. 7월보다 0.11%포인트 감소하면서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서울시 3대 주요 권역 공실률은 모두 전월 대비 줄었다. CBD(도심권역)의 공실률은 7월 3.96%에서 8월 3.89%로 줄었고 GBD(강남권역)는 같은 기간 1.23%에서 1.08%, YBD(여의도권역)는 1.63%에서 1.49%로 감소했다. 런던의 공실률이 9%, 뉴욕이 13%, 샌프란시스코가 20%에 육박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해외에서는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재택근무가 이어지고 있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사무실 출근으로 돌아가면서 사무공간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다만 해외 부동산 위기, 금리인상에 따른 투자환경 악화로 이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국내 오피스 시장 곳곳에서는 고금리로 인한 위축세가 감지되는 것이 사실이다.

부동산플래닛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 8월 서울 오피스빌딩 거래량은 총 7건으로 전월(8건)보다 1건 줄었다. 거래금액도 3107억원으로 전월 3585억원보다 13.3% 감소했다.

규모가 큰 오피스 빌딩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서비스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올해 3분기 연면적 3000평 이상의 서울 및 분당권역의 오피스 빌딩은 총 8건이 거래됐으며 거래 규모는 약 2조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한 수치다.

오피스 시장의 거래가 줄어든 것은 고금리 기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오피스빌딩 투자 심리는 위축된다. 실제 올해 3분기 서울 A급 오피스 3.3㎡ 당 매매가는 높아진 금리로 인해 전분기 대비 10% 하락한 3.3㎡ 당 2781만원을 기록했다.

한 증권사 부동산IB 담당 임원은 " 현재 국내 오피스 시장은 매수-매도자 간 가격 눈높이 차이가 있고, 대출 이자 비용 증가로 배당 수익이 줄어들어 투자자 모집에 어려운 탓에 거래가 안되는 것"이라며 "금리만 조정되면 시장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말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한차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국내 은행채 순발행 규모 증가의 영향으로 부동산 대출금리가 당분간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단기 위축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여기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규제 정책을 타이트하게 해도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잡히지 않으면 금리 상승을 고려하겠다"며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CBRE 매입 매각 및 감정평가 전문가 66%는 2024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국내 상업용 부동산 투자 활동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성현 CBRE 코리아 전무는 "내년초 총선 등 대외 불확실성의 추가 해소와, 일부 자산의 잠재 부실 리스크 및 가격 조정 현실화로 시장 내 의사결정이 보다 수월해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대형매물 출회에도 자금조달 부담으로 잠재매수자가 불확실한 상황이라 전체 거래 규모는 올해 대비 추가 감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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