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일자리 특집] 가수 많다고 스타 안 나오나요? 숲해설가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일을 간략히 소개해 주세요.
숲에 있는 모든 것들을 해설하는 겁니다. 해설 키포인트는 '관계'고요. 벌이 꽃에서 꿀을 얻는 대신, 꽃은 수분하는 것처럼 숲의 '주고받음'을 이야기합니다. 이런 숲의 이야기를 일반인들은 잘 모를 수 있어요. 보통 사람들은 산을 오르는 데만 치중하지 그 관계를 깊게 못 들여다보거든요. 숲해설가는 그걸 볼 수 있게 돕죠. 사람도 사회라는 숲에서 서로 관계를 맺고 사니 숲의 지혜가 곧 사람의 지혜가 되곤 하고요.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뉴질랜드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데 그쪽 사람들의 가치관에서 감명을 받았습니다. 6개월 벌어서 6개월 여행 다니고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좋아하는 숲과 관련된 일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고, 숲해설가를 하게 됐습니다.
그 일을 하는 데 필요 자격증이나 취업 루트가 궁금합니다.
산림청장이 인증한 숲해설가 교육과정 운영기관에서 운영하는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합니다. 170시간 이상의 교육을 듣고 30시간 실습한 뒤 이론 및 시연평가를 각각 70점 이상 넘으면 자격증이 발급됩니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숲해설가를 포함해 산림복지와 관련된 자격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산림교육전문가, 또 하나는 산림치유지도사입니다. 전자는 숲해설가, 유아숲지도사, 숲길등산지도사 3개를 합쳐 부르는 말로 보통 숲에 있는 요소들을 교육 측면으로 접근해요. 반면 산림치유지도사들은 숲의 기능요소를 치유와 힐링의 도구로 활용하죠.
'숲해설가가 너무 많아서 자격증을 따도 일할 데가 없다'는 말이 있던데 사실인가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리죠. 숫자가 많은 건 맞습니다. 2022년 기준 숲해설가는 총 1만7,020명이 있다고 해요. 정말 많죠. 하지만 그냥 숲이 좋아서 자격증을 딴 사람들이 많아서 실제 활동은 30% 정도만 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가수가 많다고 스타가 안 나오나요? 같은 이치입니다. 숲해설가들 중 많은 분들이 자격증을 딴 순간 바로 책을 놔버려요. 더 좋은 숲해설을 위해서는 계속 공부해야 합니다. 세상에 나무와 동물, 곤충이 얼마나 많은데요. 또 단순히 많이 안다고 해서 전부가 아닙니다. 더 좋은 교육을 전달하기 위한 스킬들도 연마해야 하고, 인문교양과 시사도 결부할 줄 알아야 해요. 숲을 해설해야 하는데 해석만 하면 감동을 주기 어려워요.
그러니 숲해설가 수에 기죽어서 전망을 나쁘게 볼 필요가 없습니다. 본인 노력 여하에 달려 있어요.
숲해설 자격증을 따면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나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숲해설가 사단법인 단체에 가입해서 활동하는 겁니다. 이런 단체들은 산림청에 등록돼 있어요. 이들을 대상으로 산림청이나 지자체에서 기간은 어느 정도고 돈은 얼마 줄 거고 수혜 인원은 약 몇 명 정도 되는 숲해설 사업을 할 테니 입찰하라고 공고를 띄우죠. 그 입찰을 단체에서 따내면 소속 숲해설가로 일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겁니다. 통상 숲해설가 대부분이 이런 식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다른 하나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겁니다. 본인이 직접 학교나 기업체, 지자체 등을 찾아가서 학생, 직원, 주민 등을 대상으로 어디서, 어떻게 숲해설을 하고 싶다고 제안하는 거죠.
전망은 어떤가요?
일할 자리는 계속 늘어날 겁니다. 지금 국가 정책 기조가 산림복지를 계속 확충하는 쪽이거든요. 그래서 국비를 써서 숲해설가 단체들과 계약을 맺어 국민들한테 무료로 숲해설을 제공하는 경우가 계속 늘고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국민들이 숲해설을 무상체험하게 되면 프리랜서들이 문제가 되죠. 굳이 돈 낼 필요 없이 무료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사방팔방에 있으면 굳이 프리랜서 숲해설가를 고용할 필요가 없잖아요? 그럼 장기적으로 프리랜서들도 하나 둘 숲해설가 단체에 가입하게 될 것 같아요.
일할 때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보통 숲해설가들은 계속 공부해야 한다는 걸 부담스럽게 여겨요. 개인적으로는 공부하는 게 좋아서 즐기는 편이고요. 저는 숲해설가들을 양성하는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업계 전체적인 어려움을 하나 지적하고 싶어요. 숲해설가들의 자질 문제입니다. 자격증이 있다고 해도 해설의 차원이 천지차입니다. 그게 좀 안타까워요. 산림청에서 보수교육을 하고 있긴 한데 그래도 부족해요.
이게 숲해설가 자격증을 딴 사람들 상당수가 먹고 살 만 해서 그런 것도 있어요. 그러니 간절하게 공부해서 일하지 않는 거죠.
어떤 적성을 갖춘 사람에게 이 일이 잘 어울릴까요?
생명을 중시하고, 생태적인 마인드가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생태적인 마인드란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사는 것입니다. 이 마인드가 제일 중요해요. 공부해야 한다고 해서 꼭 머리가 좋아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풀과 나무에 관심이 있고, 남 앞에 나서서 말하는 것을 좋아하면 됩니다.
대략적인 급여 수준은 어떻게 되나요?
보통 숲 해설 한 번 하면 2시간 내외인데 15만~20만 원 정도 받는다고 보면 됩니다. 다만 책을 여러 권 냈다거나 석사나 박사 학위자인 경우, 또 업계에서 유명한 스타강사일 때는 값이 좀 더 올라가죠. 또 교육 인원이나 시간에 따라서 다르고요.
숲해설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두 개의 일이 떠오르는데요. 먼저 전북 익산에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숲 교육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지나가던 한 분이 10분 정도 귀동냥으로 같이 듣고 가시더라고요. 그런데 숲해설이 다 끝나고 나니 수강생 한 분이 "아까 그분이 선생님 강의 너무 잘 들었다면서 5만 원을 주고 갔다"고 전달해 줘서 큰 감동을 받은 적이 있어요.
또 하나는 서울시에서 강의할 때인데 숲해설을 8차례에 걸쳐 했어요. 마지막 8번째 해설을 마치고 나니 수강생 남자분이 갑자기 "업히라"고 했어요. "왜 그러냐?"고 하니 "65년 살면서 이런 명강의는 처음 들어서 꼭 한 번 업어 드리고 싶다"는 거 있죠. 그때 너무 감동해서 울었어요. 숲해설가가 되길 정말 잘했죠.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
Copyright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