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원 피자에 뿔난 사람들…'30년째 9900원' 이곳 몰린다
4만원 피자시대…제2의 전성기
"2024년, 매장 70개 확대 목표"
'추억의 피자 뷔페' 피자몰에 다시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다. 최근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연이어 가격을 인상해 '4만원 피자' 시대가 도래하면서다. 피자몰은 1994년부터 30년째 9900원 피자를 판매 중인 이랜드그룹(이랜드)의 피자 브랜드다. 피자 업계의 침체와 달리 피자몰은 3년 연속 영업이익이 증가하며 다시 전성기를 되찾는 분위기다.
추억의 '피자몰'은 부활 중
26일 이랜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흑자전환한 피자몰은 지난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피자몰은 2021년 46%, 2022년 60% 등 최근 두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 중이다. 매출액도 2021년 130억에서 2022년 150억으로 증가한 데 이어 2023년에는 3분기 누적 190억을 기록했다. 피자몰 관계자는 "최근 부천점 주말 객수가 전년 동기 대비 약 30% 늘었다"며 "고물가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피자몰은 1994년 이랜드가 외식사업에 진출하면서 만든 피자 브랜드다. 이랜드의 외식사업 계열사 이랜드이츠가 운영 중이다. 올해로 30주년을 맞는다. 이랜드의 대표 외식사업은 자연별곡, 애슐리 등이 꼽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됐다. 피자몰은 개점 당시 시중가 1만8000원이던 라지 사이즈 피자를 9900원에 선보이며 '가격파괴'로 화제를 모았던 곳이다. 이 때문에 당시 업계에선 패스트푸드 가격 할인 경쟁이 펼쳐지기도 했다.
물론 이후 여러 위기가 따랐다. 유사 매장이 급증해 경쟁이 격화됐다. 천편일률적 메뉴와 비슷한 품질도 문제로 꼽혔다. 소비자 관심도 점차 떨어졌다. 무엇보다 외식업계 트렌드가 변했다. 한 음식만 전문적으로 하는 식당이나 차별화된 브랜드가 급부상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까지 겹치며 피자몰은 고난의 시기를 보냈다. 현재 피자몰 매장은 전국에 뷔페형 매장 10개, 전문점형 매장 9개 등 총 19개 점포가 존재한다.
30년간 9900원 유지한 '비결'
이런 피자몰이 최근 반전을 만들어내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 등 경기 불황이 이어지며 가성비형 뷔페가 다시 뜨고 있어서다. 실제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특히 외식물가 상승이 두드러졌다. 그중에서도 피자의 물가가 12.3%로 가장 크게 뛰었다.
피자몰의 경쟁력은 단연 가격이다. 주요 간판 제품의 가격을 30년 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치즈옥수수피자 등 다양한 라지 사이즈(33cm)의 피자를 9900원에 판다. 파스타, 디저트 등 40여종의 샐러드바를 제공하는 뷔페형 매장에서는 성인 1인 기준 평일 점심은 1만2900원, 주말·공휴일은 1만7900원을 내면 메뉴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최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을 원하는 2030고객들이 늘어났다는 게 이랜드 측 설명이다.
피자몰이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식자재 공동 소싱'이다. 피자몰은 애슐리, 킴스클럽 등 이랜드 자사 브랜드와 식자재를 통합 구매한다. 이런 '규모의 경제' 덕분에 시중보다 낮은 가격에 재료를 공급받고 있다는 얘기다. 피자몰 관계자는 "현재 치즈의 경우 시중 도매 공급가 대비 최대 40%까지 저렴하게 물량을 확보 중"이라고 설명했다.
4만원 피자에 화난 사람들
최근 피자 프랜차이즈가 연이어 가격을 올린 것도 피자몰에겐 호재였다. 미스터피자는 지난해와 올해 2월 두 번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현재 미디움 사이즈 평균 가격이 3만원을 넘어섰고, 라지 사이즈는 4만원에 육박한다. 도미노피자도 지난해 1월과 8월 두 차례 가격을 올렸다. 간판 제품 슈퍼디럭스(라지) 가격이 2만8900원에 달한다. 지난 7월 피자헛도 라지·미디움 사이즈의 가격을 각각 1000원, 600원씩 인상했다.
이 때문에 소비자 인식이 좋지 않다. 이들 업체는 현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피자헛은 2억5612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도미노피자 운영사 청오디피케이도 전년 대비 93% 급감한 11억4625만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미스터피자에프앤비도 지난해 적자 규모가 41억으로 확대했다. 연이은 가격 인상에 소비자들이 냉동·가성비 피자로 눈을 돌린 영향이 크다.
기회를 맞은 피자몰은 본격적인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가성비라는 강점을 살리면서도 신선함과 품질을 무기로 '뉴 피자몰'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현재 피자몰은 분기마다 15~20여 종의 시즌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매 시즌 30% 이상의 메뉴가 교체된다. 매장의 신선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신메뉴 출시 과정도 강화했다. 신메뉴 출시 전 핵심 매장 한곳을 정해 고객의 직접 평가를 받는다. 고객 피드백이 신제품 출시를 좌우하는 셈이다.
피자몰 관계자는 "피자몰은 자체 경쟁력과 함께 이랜드의 뷔페식 샐러드바의 성공 노하우를 접목시켰던 곳"이라며 "앞으로 국내 피자 전문 브랜드로 도약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다음달 경기도 광명과 신정에 전문점형 매장 2곳의 출점이 예정되어 있다"며 "오는 2024년 누적매장 70개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