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사하구 나무섬 - ‘죽음의 덫’ 폐그물[박수현의 바닷속 풍경](38)
바다에서 폐그물을 만나는 것은 달갑지 않다. 몸이 그물에 엉키기라도 하면 벗어나기 만만치 않다. 폐그물은 바다를 찾는 사람들에게 위험한 존재일 뿐 아니라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의 덫이다. 폐그물에 갇힌 물고기들은 벗어나지 못한 채 죽어 썩어간다.
폐그물은 수산업에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바다오염이라는 더 큰 문제를 불러온다. 죽어서 부패하는 물고기들이 바로 직접적인 오염원이 되며 합성수지인 나일론으로 만든 폐그물은 썩지 않은 채 잘게 쪼개져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2002년 국립수산과학원의 동·서·남해안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안통발과 자망어구는 연간 사용량의 50%가, 근해통발과 자망어구는 20~30%가 바다에서 유실된다고 한다. 어림잡아 연간 5000t에 이르는 엄청난 양이다.
폐그물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바다에 녹아드는 그물을 사용하는 일이다. 인식의 전환은 개발로 이어졌다. 2002년 국립수산과학원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바닷물에 분해되는 생분해성 수지 그물 개발에 착수했다. 개발 초기 일반 나일론 그물에 비해 강도가 떨어지는 등 실용화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2007년을 전환점으로 실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세계 최초다. 국제출원 3건 등 7건의 특허가 출원 또는 등록됐다.
생분해성 그물은 유실되더라도 2~5년이 지나면 바닷물에 완전분해돼 사라진다. 나일론 소재보다 1.6~2배 비싼 가격도 점진적으로 해결돼 가는 추세다. 해양수산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어민들이 기존 그물을 생분해성 그물로 교체할 때 절반 이상의 금액을 지원해주는 시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바다에 녹아드는 생분해성 그물의 상용화를 기대해본다.
박수현 수중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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