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더 잘할 거란 착각하지 마라" 짧고 강했던 김태형의 메시지, '6년 연속 PS 실패' 롯데 어떻게 바꿀까?
[마이데일리 = 김해 박승환 기자] "'내년보다 잘할 것 같다'는 착각, 절대 하면 안 된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20일 3년 총액 24억원(계약금 6억원, 연봉 6억원)의 계약을 통해 제 21대 사령탑으로 김태형 감독을 선임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롯데는 올 시즌에 앞서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유강남(4년 총액 80억원)과 노진혁(4년 50억원), 한현희(3+1년 40억원)을 영입하며 수년간 약점으로 지적받은 '센터라인'을 보강하는 등 '성적'을 내기 위한 채비를 마쳤다. 그리고 롯데는 4월 단독 1위, 5월에도 '돌풍'을 일으키며 상위권 다툼을 벌여나갔다. 하지만 좋은 흐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롯데는 6월부터 주축 선수들을 중심으로 부상자들이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5할 승률까지 붕괴된 롯데는 외국인 선수 교체라는 카드를 통해 반등을 노렸지만, 롯데가 원하는 시나리오는 탄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래리 서튼 감독이 갑작스럽게 팀을 떠나는 등 팀 상황은 더욱 악화됐고, 7위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긴 채 시즌을 마쳤다.
2017년 이후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롯데의 가장 큰 숙제는 새로운 사령탑을 선임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KBO리그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어낸 '명장' 김태형 감독이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됐다. 그리고 24일 취임식을 가진 김태형 감독은 25일 1~2군 선수단과 인사를 나눈 뒤 마무리캠프 일정에 돌입했다.
이날 김해 상동구장에서 '예비 FA' 전준우와 안치홍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모인 가운데 김태형 감독은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전했다. 사령탑은 "올해는 팀으로서 아쉬운 한 해였다"고 말 문을 열며 "스스로 강해져야 이길 수 있다. 상대를 이기려면 실력이 상대보다 좋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들 개개인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스스로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줌과 동시에 자신감을 끌어올릴 수 있는 덕담도 빼놓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은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 등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코칭스태프와 의논해서 보완해야 한다. 밖에서 봤을 때 롯데 선수들이 열정적이고, 할 수 있다는 것을 봤다. 다만 고비를 넘기지 못했을 뿐이다. 긴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자신감을 갖고 했으면 좋겠고, 내년에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자"며 선수단을 다독이기도 했다.
선수단에게 전달한 메시지는 함축적인 의미가 많이 내포돼 있었지만, 취재진과 인터뷰 때는 조금 달랐다. 사령탑은 "투수가 상대 타자와, 타자가 상대 투수와 상대를 할 때는 확신과 자신감을 갖고 있어야 공격적인 플레이가 이루어진다. 그러기 위해선 상대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 슬럼프가 왔을 때 머리로만 고민하는 선수들이 많다. 몸으로 '내 한계가 정말 어디까지 인가'를 해보고 느끼는 선수는 흔치 않다. 그러니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몸으로 느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김태형 감독은 두산 베어스 사령탑 시절 연차를 막론하고 경기 중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거나, 팀의 기강에 피해를 주는 선수들에게는 매우 엄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는 롯데에서도 변함이 없을 예정. 그는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모든 감독들도 똑같이 이야기할 것이다. 다만 개인감정, 개인행동에서는 강하게 하는 편인데, 선수들이 그럴 이유도 없을 것이고, 내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는 최근 몇 년 동안 '윈나우'보다는 어린 선수들의 육성에 초점을 두고 구단을 운영해왔다. 때문에 롯데에는 윤동희와 김민석, 손성빈 등 어리고 유망한 선수들이 즐비하다. 어린 선수들이 많다는 점은 미래가 밝다는 것이지만, 현재만 놓고 본다면 중심을 잡아주는 선수가 없다면 분위기에 너무 쉽게 휩쓸리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
김태형 감독은이 선수들에 대한 메시지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1군에서 백업으로 뛰다가 주전으로 도약한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보통 다음해에 지금보다 조금 더 잘할 거라는 생각들만 갖고 있는데, '올해보다 잘할 것 같다'는 착각을 절대 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해서 사령탑은 "겨울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몸을 만든다고 하는데, 웨이트는 몸을 만드는 거시 아니다. 야구를 통해서 몸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서 정말 준비를 잘해야 한다. 기존의 전준우, 안치홍 등은 겨울에 웨이트를 하고 자기 몸을 만들지만, 어린 선수들은 웨이트로 몸을 만들어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야구로서 공을 던지고 치는 것으로 몸을 만들어야 한다. 신인급 선수들에게는 이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태형 감독은 25일 상견례와 동시에 투구에 임할 수 있는 모든 투수들에게 불펜 투구를 주문했는데,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오전에는 팀 훈련, 오후에는 코칭스태프가 선수 개개인을 봐주는 방식으로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태형 감독의 지휘 하에 롯데가 겨우내 어떻게 변화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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