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빈대, 흰개미, 불개미…기후위기로 ‘외래침입종 역습’하나요?
A. 낯선 곤충 출현의 근본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지목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외국과의 인적 왕래, 물품 수입 등, 낯선 곤충들의 유입 경로는 다양합니다. 다만 기후변화로 인해, 이들이 국내에서 더 오래 살아남고, 더 많이 확산할 가능성은 아주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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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천 서구의 사우나와 대구의 대학 기숙사에서 빈대가 발견돼 비상이 걸렸죠. 경남 창원에서는 지난달 5일 나무를 닥치는 대로 갉아먹어 ‘목조건물 킬러’로 악명높은 외래흰개미 집단이 주택가에서 발견됐고, 지난 8월에는 인천항에서 물리면 피부 염증이나 쇼크 등을 일으키는 붉은불개미 400여 마리가 발견돼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긴급 방제 조처를 하기도 했습니다. 일명 ‘러브버그’로 알려진 붉은등우단털파리가 도심을 중심으로 확산해 화제가 되기도 했죠.
평소 보기 힘든 낯선 곤충들의 출현에, 일부에서는 기후위기가 이들을 불러들인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입니다. 기후위기가 이들을 불러들인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이들이 확산하는 데는 크게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외국과의 인적·물적 왕래로, 외래종이 국내에 유입되었을 가능성은 있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자생적으로 출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다만 “지구온난화로 국내 기후가 아열대화 되어가며 그간 눈에 띄지 않았던 종이 크게 확산할 가능성은 커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다시 국제 교류가 활발해지며 다양한 외래종이 국내 유입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외래침입종은 토착종이 지배하던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어 늘 대비가 필요합니다. 특히 곤충의 경우에는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합니다.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전연구소장은 “곤충은 생태계의 주춧돌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곤충 외에 식물, 동물의 생태계까지 흐트러트릴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곤충이라는 생태계 주춧돌이 달라지게 되면, 곤충을 먹이 삼는 동물, 곤충이 먹이로 삼는 식물까지 다 영향을 받고 망가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외래침입종 곤충은 기본적으로 강한 생명력으로 빠르게 번식한다고 합니다. 외래침입종은 주변 생물을 적으로 간주하며 매우 공격적으로 낯선 환경에 적응해나간다고 합니다. 게다가 ‘낯선 외향’ 덕에 비슷한 곤충을 잡아먹는 새들도 이들을 피해 천적도 없습니다. 옮겨온 환경이 기존에 살았던 곳처럼 온난·습윤한 환경으로 변해간다면, 더 적응하기가 좋아지게 되는 것이지요.
일각에선 곤충의 생명이 갈수록 끈질겨져,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고 더욱 득세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이 소장은 “오해”라고 말합니다. “곤충은 온도 변화에 맞춰 생활하도록 설계된 변온동물이라, 급격한 온도 변화는 오히려 곤충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3억5천만년 전부터 온갖 질병과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온 ‘살아있는 화석’이 곤충이기도 하지만, 기후변화는 곤충에게도 적응하기 힘든 벽이라는 뜻입니다. 최근 30년 동안 육지에 서식하는 곤충 개체 수가 30% 넘게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토착종 곤충이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생존에 실패하는 가운데 외래침입종이 천적이 없는 환경에서 불균형적으로 득세하며 생태계를 망가트릴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거죠.
이런 현상을 유의해서 봐야할 이유는 기후위기로 인해 창궐한 외래침입종이 생태계 파괴에 기여를 하면서, 또다시 기후위기를 불러일으키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자연을 위한 기후행동’ 보고서에서 “육지와 해양 모두에서 자연 공간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것은 탄소 배출을 제한하고, 이미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기후위기로 인해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 결국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수단이라고 설명합니다.
한편, 최근 화제가 된 곤충 가운데 오해를 받는 곤충이 있습니다. 바로 빈대입니다. 우리보다 앞서 프랑스, 영국 등에서 빈대 창궐 뉴스가 전해지며 빈대 또한 외래유입종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요. 빈대는 1980~1990년대 이후 국내에서 박멸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리 주변에 여전히 존재해왔습니다. 이 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빈대는 항온동물의 피를 빨아먹으며 생존합니다. 주로 인간이나 박쥐를 숙주로 삼습니다.
방역 효과로 도심에서는 보기 어렵지만, 국내 박쥐가 분포한 지역 곳곳에 살아 있다고 합니다. 강원도 횡성군에 있는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의 창틀에도 때때로, 한밤이 지나고 나면 빈대들이 떨어져 죽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해요.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빈대가 창문 사이에 끼어있다가 죽은 거죠.
최근 출현하는 빈대는 살충제 내성이 강하고, 누군가의 침대에 들어가면 몇 주 안에 수천개의 알을 낳을 수 있을 정도로 번식력이 대단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뜻하고 습한 기후까지 좋아한다고 하니 빈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오래, 도시에서 생존할지 모릅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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