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가 이례적인 이유 2가지…'전권·쇄신안·수용' 가능할까?
강서 선거 패배 이후 띄워진 여당 혁신위…일단 김기현 대표 빼고
17.2%포인트 차. 여당인 국민의힘이 집권 1년 반 만에 받아 든 '민심 성적표'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는 그만큼 국민의힘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개표 결과가 나오자 최고위원,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 임명직 주요 당직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내려왔다. 국민의 뜻이 오롯이 반영되지 않은 임명직이라 큰 의미가 없는 조치다. 당 안팎에선 김기현 대표 거취를 거론했다. 하지만 일단은 대표직 유지다.
국민의힘이 내놓은 안은 혁신위원회다. 위원장은 인요한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 임명 직후 인요한 위원장은 발언 수위를 높였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와이프(배우자)와 아이만 빼고 다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30년 전 '신경영 선언'을 하면서 했던 유명한 말이다. 이 선언은 업계에서 삼성은 물론 한국 산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던 변화로 꼽힌다.
인 위원장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선대위에 참여했고, 이후 인수위 국민대통합부위원장을 지냈지만 현실 정치와는 거리가 먼 인사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인요한 혁신위원장 임명에 대해 "한국 정치가 이렇게까지 타락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평가했다. 인 위원장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정치권의 자성으로 들린다.
이번 국민의힘 혁신위가 이전 사례와 달리 이례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집권 여당이 꾸렸다는 점이다. 2005년 홍준표 한나라당 혁신위, 2015년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 2017년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 2023년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 모두 야당의 혁신위였다. 혁신위는 위기에 빠진 야당이 주로 쓰는 카드이지 집권 여당이 하는 경우는 생소하다.
둘째는 혁신위가 나온 게 집권 1년 반 만이라는 점이다. 집권 여당은 정책과 재원 모두를 활용할 수 있는 만큼 혁신위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절대 과반의 민주당이 입법 추진의 발목을 잡는다고 항변할 수 있지만 그래도 여론의 시선은 야당보다는 집권 여당을 향하기 마련이다. 문재인 정부 때 절대 과반 의석을 부여받고도 제대로 된 개혁 입법을 하지 못해 비판받은 민주당을 향했던 바로 그 시선이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비판을 주로 담은 플래카드를 일제히 내렸다. 보궐선거 훨씬 전부터 몰두했던 야당을 통한 '반사 이익'은 없었다는 뒤늦은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어쨌든 국민의힘 혁신위는 띄워졌다. 비판도 많지만 성공 가능성에 대한 조언도 적지 않다. (여당이 잘 해줘야 정치는 물론 나라 전체가 잘 돌아간다는 일종의 바람 때문일 것이다) 혁신위 성공을 위한 키워드는 역시 전권 부여다. 당 기득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전권을 준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드물지만 성공 사례가 있었다. 과거 홍준표와 김성곤 혁신위로 지금의 국민의힘과 민주당 추억 속에 이미 자리 잡았다.
2005년 홍준표 한나라당 혁신위는 박근혜 대표 시절 강력한 쇄신안을 내놨다. 대선 1년 6개월 전 당권과 대권 분리, 그리고 공직선거 후보 공천 시 일반 국민 의사 50% 반영이 핵심이었다. 대선 주자인 박근혜 대표에게 불리한 내용이었지만 이를 수용했다. 다만 쇄신안을 주도했던 사람들은 2007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아닌 이명박 후보 쪽 핵심 인사들이 되었다. 어쨌든 정권 교체의 밑거름이 된 건 부인할 수 없다.
2015년 4월 재보선 전패 이후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출범한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도 의미 있는 쇄신안을 내놨다.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교체와 총선 경선 선거인단 100% 일반 시민 구성 등이 담겼다. 이 역시 문재인 대표가 수용했고 총선 승리의 밑거름이 되었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이 극심한 공천 갈등을 벌여 '진박 감별사', '옥새 들고 나르샤' 등 여러 논란을 낳아 총선 패배를 자초했다.
두 혁신위가 성공했던 가장 큰 이유는 '전권 부여'다. 그리고 '쇄신안 내용'. 마지막으로 '수용'이다. 이 3가지가 제대로 되면 성공이고 아니면 실패다. 멀리 볼 것도 없다. 가장 최근 사례인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를 봐라. 8월 10일에 공식적으로 활동을 마쳤는데 이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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