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마음이 건강한 사회, 국민 안전 확보의 밑거름

정용근 대전경찰청장 2023. 10. 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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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 관리, 지혜와 의지를 모아야 할 때
정용근 대전경찰청장

우리 사회의 마음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2019년 기준 치매를 제외한 국내 정신질환자는 316만 명으로 5년 사이 22% 증가했다. 국가 정신건강 현황보고서(2021년)에서는 정신질환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11조 3000억 원으로 추정, 연평균 10% 비율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정신질환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의료 인프라는 오히려 열악해지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따르면 전국 정신병원의 병상 수는 2017년 6만 7000여 병상에서 올해 5만 3000여 병상으로 줄었다.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절차는 난이도가 높아 어려운 반면 수가는 낮은 업무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이와 같은 정신질환자 증가 및 인프라 부족은 고스란히 경찰의 치안부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전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준 서울 신림역, 분당 서현역 등에서 연이어 발생한 이상동기 범죄뿐 아니라 지난 8월 우리 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 살인사건의 범인이 모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정신질환자로 밝혀졌다.

경찰에서는 이러한 국민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전담팀 운영 △정신질환 의심자 선제적 치료 및 상담 △지역사회와의 협력체계 강화 등 정신질환자 대응을 체계적으로 개선하고자 노력 중이다.

먼저 경찰은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정신질환자가 자·타해 위험성이 있고 추가적 위해가 발생할 긴급성이 있는 경우 의사의 동의를 받아 최대 3일간 응급입원을 의뢰할 수 있다. 다만 응급입원이 지연될수록 적시에 치료를 받지 못한 정신질환자의 상태가 악화될 수 있어 지연된 시간만큼 지역사회의 치안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경찰에서는 응급입원을 전담하는 팀을 운영하고 있다. 필자는 충북경찰청장 당시 '보호 조치팀'이란 이름으로 전담팀을 운영했고, 대전청장으로 부임해서도 기존 '응급입원 지원팀' 전담 인력을 2배 증원, 24시간 상시 근무체계로 변경해 정신질환자 대응체계를 한층 고도화했다.

특히 정신질환자의 사건 발생 이전에 선제적인 치료도 중요한 부분이다. 제때 치료가 이루어진다면 선량한 시민들의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직원들에게는 112신고나 사건 처리 시 정신질환자가 아니더라도 정신질환이 의심되면 반드시 의료기관에 치료를 연계하거나 당사자나 보호자 등의 동의를 받아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전문가와 상담토록 안내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지역사회와의 협력체계도 한층 강화했다. 대전시, 충남대병원 등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다음달에 충청권에서는 최초로 충남대병원에 정신응급의료센터가 개소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응급실 내 2개 병상을 확보, 24시간 정신과 의사가 대면진료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야간이나 공휴일에 정신질환자 신고처리 시 병원을 찾아 헤매던 현장 경찰관의 노고와 어려움이 대폭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정신질환자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느 특정 기관만의 노력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도출되기도 어려운 오래된 문제다. 다행스럽게도 정신질환자 관리가 전국적인 사회 관심사로 부각 되자, 정부에서는 그동안의 중환자 관리 중심의 정신질환 문제를 예방과 조기 발견, 치료, 재활과 일상 회복까지 전 과정을 체계화하는 등 정신건강 정책 전반을 재검토했다. 관련 인프라 확충도 서두르겠다고 발표했다. 이번에야말로 관련된 모든 정부 부처가 지혜와 의지를 모아 실효적인 대안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정신질환자들은 잠재적 범죄자 또는 위험한 사람이라는 낙인 때문에 오히려 치료를 꺼리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정신질환자 역시 치료와 관리만 잘 받게 된다면 우리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사회의 일원이란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강은 마음 건강이라고 한다. 정신질환자가 필요한 치료와 사회의 보호 속에 마음 건강을 회복하여 주변의 이웃들과 어울려 평범한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본다.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와 국민들의 안전이 확보되는 첫 시작이기 때문이다. 정용근 대전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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