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처벌받지 않을 범죄는 없다

유혜인 기자 2023. 10. 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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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정주의란 이름으로 우리 사회는 수 많은 피해자들을 낳았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는 순간 가정폭력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고, 다른 가족과 지인들에게 회유나 질책을 받는다.

특히 피해자들은 보복에 대한 두려움까지 참아내야 해 신고를 하고도 처벌을 원하지 않거나, 애초에 신고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가정폭력사범의 처벌을 피해자에게 맡겨선 안 되며, 경미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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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뉴스 3팀 유혜인 기자

온정주의란 이름으로 우리 사회는 수 많은 피해자들을 낳았다.

보호와 규제라는 테두리 안에서 선의의 의도를 이유로, 누군가의 자유를 제한해왔다. 그 결과, 수 많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또다시 상처 받는다.

대전에서 매년 2000여 건에 가까운 가정폭력 범죄가 발생하고 있지만, 검거에 비해 구속률은 극히 낮다. 가정폭력 특성상 가정 내에서 은밀하게 일어나고 묵인되면서, 피해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피해자는 여성과 아동, 노인 같은 약자로 신체나 성, 정서, 경제적인 부분에서 폭력에 노출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자 용서하고, 생계를 위해 참는다.

취재를 하면서 가장 놀랐던 점은 많은 피해자들이 당장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긴급 피난처를 방문했다가도 다시 제 발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밥 차려주러 가야해요', '술만 안 먹으면 괜찮아요', '집안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가족인데…' 등 이유는 다양했다.

반의사불벌죄가 폐지돼야 하는 이유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는 순간 가정폭력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고, 다른 가족과 지인들에게 회유나 질책을 받는다. 특히 피해자들은 보복에 대한 두려움까지 참아내야 해 신고를 하고도 처벌을 원하지 않거나, 애초에 신고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이 때문에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해도 가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기란 쉽지 않다.

가정폭력은 모든 폭력의 뿌리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중대한 범죄다. 가정을 보호하고,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선 그 뿌리를 뽑아내야 한다. 가정폭력사범의 처벌을 피해자에게 맡겨선 안 되며, 경미해서도 안 된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그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 세상에 처벌받지 않아도 되는 범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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