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브라질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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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어느 날, 필자는 브라질 아마존 어느 부둣가에 위치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어제 이야기를 나누던 아이가 오늘 그 자리에 없는 것도 충격이었지만 당시 브라질 교포사목 중이던 필자도 그 아이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이역만리에서 돌보아줄 사람 하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꼈다.
하지만 브라질 공동묘지와 화장터를 방문하면서 느낀 죽음을 대하는 브라질 사람의 모습은 한국의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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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어느 날, 필자는 브라질 아마존 어느 부둣가에 위치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강가에서 아이들 대여섯 명이 다이빙과 수영을 하며 서로 웃고 즐기고 있었고, 식당 앞 의자에는 그들의 부모가 여유로이 캔맥주를 마셨다. 그들과 담소를 나누며 소박하면서도 유쾌한 삶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다음날 어제 수영을 하던 아이 한 명이 그 강물에 빠져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물속 덩굴이 많은 아마존강 지역의 특성상 수영을 하다가 그만 발이 덩굴줄기에 걸렸다는 것이다. 어제 이야기를 나누던 아이가 오늘 그 자리에 없는 것도 충격이었지만 당시 브라질 교포사목 중이던 필자도 그 아이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이역만리에서 돌보아줄 사람 하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꼈다.
하지만 브라질 공동묘지와 화장터를 방문하면서 느낀 죽음을 대하는 브라질 사람의 모습은 한국의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공동묘지가 보이는 아파트가 가장 비싸게 팔리고, 공동묘지 터를 고급 산책코스로 조성하며, 화장한 유골을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주는 화장터의 모습은 인간의 죽음이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 의하면, 죽은 이들과 산 이들은 하느님 안에서 연대하고 있다. 하느님 안에는 영원한 삶만이 존재하므로, 각자 다른 방식으로 하느님 안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내 모습의 연장이다.
삶과 죽음의 공존은 신의 영역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영역이기도 하다. 시련과 고통은 살아가는 의미를 잃어버리게 하면서도, 살아갈 이유를 찾아 주기도 한다. 고통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어떻게 사는 것이 자신에게 좋은 것인지 발견하며 새로운 삶을 지속해감으로써 삶과 죽음이 나 자신 안에서 공존하며, 자신을 더욱 완성시키기 때문이다. 브라질 사람의 인식처럼 죽음이 우리에게 동떨어져 있지 않고 항상 가까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 하루를 더욱 기쁘고 자신 있게 살아가게 된다.
세계 도처의 전쟁과 한국 사회의 갈등을 바라보자면 각자의 명분이 있겠지만, 단지 이익을 취해 살아남기 위한 태초의 몸부림처럼 허무하고 애잔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할 이유는 단순하다. 죽음을 경험하는 고통과 시련을 통해 우리는 언제나 살아갈 이유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감사와 용서, 사랑은 경험으로 얻어진 새로운 삶의 열매이다.
죽음은 먼 친구가 아니라 가까운 친구이며, 절망에 빠지게 하는 사건이 아니라 절망에서 걸어 나오게 하는 사건이다.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이들의 이면에는 살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너무나도 절망적이어서, 이미 죽은 것과 다름없는 상태의 삶을 포기한 마음이 있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를 기억하도록 하자. 죽음과 삶은 항상 우리 안에 함께 있다. 죽음을 금기시하지 않고 오히려 일상에서 주어진 고통을 통해 새로운 삶의 이유를 발견하려 노력할 때, 삶과 죽음의 균형을 나 자신의 삶 안에서 키워갈 수 있을 것이다. 영원의 삶이 일상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김제동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원목실장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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