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의장에 ‘친트럼프·강경 보수’ 마이크 존슨 선출

김유진 기자 2023. 10. 26.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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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신임 하원의장에 25일(현지시간) ‘친트럼프’ 강경 보수 인사인 마이크 존슨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이 선출됐다. 이로써 초유의 의장 해임 이후 3주 넘게 계속된 의회 마비 사태는 해소됐다. 하지만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 내 극심한 분열로 인해 세 명의 의장 후보가 잇따라 낙마하는 등 난맥상이 뚜렷해지면서 예산안 처리가 원활하게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특히 존슨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혈 지지층인 공화당 내 극우 ‘마가(MAGA)’ 진영 출신의 첫 하원의장이다. 임신중지, 우크라이나 지원 등 주요 현안에서 극단적인 입장을 취해 온 존슨 의장과 민주당 간 대립 구도도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하원의장에 선출된 마이크 존슨 공화당 의원(루이지애나)이 25일(현지시간) 발언하고 있다. 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이날 진행된 하원 본회의 표결에서 존슨 의장은 재석 의원(429표) 가운데 공화당 소속 의원 전원으로부터 220표를 얻어 과반을 획득했다. 민주당 측 후보로 나선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 의원 전원으로부터 209표를 받았다.

이로써 지난 3일 미 역사상 최초로 해임된 케빈 매카시 의장의 사퇴 이후 약 23일간 공석으로 남아 있던 하원의장 자리가 진통 끝에 채워졌다. 공화당은 매카시 의장이 물러난 후 스티브 스칼리스·짐 조던·톰 에머 의원 등을 후보로 선출했지만 당내 반발로 자진 사퇴하거나 공화당 표가 분산되며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당선에 실패했다. 존슨 의장은 에머 의원이 후보로 선출된 지 네시간 만에 자진사퇴한 이후 네번째로 뽑힌 의장 후보였다.

‘친트럼프’ 강경파 의원인 존슨 의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2020년 대선 결과 불복 시도 등 중요한 고비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적극 변호했다. 사회적으로도 매우 보수적이다. “수십년 만에 가장 문화적으로 보수적인 의원이 의장에 올랐다”(폴리티코)는 평가가 나온다.

4선 의원인 존슨 의장은 공화당 최대 모임 연구위원장, 하원 의원총회 부의장 등을 지내기는 했지만 지도부에서 주요 보직을 맡은 적은 없다. 이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의원” “(선수가 낮은) 수십년 만의 주니어 의원”으로 거론되는 등 정치적 중량감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욕타임스는 “(전임 후보들이) 연이어 낙마하지 않았다면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존슨 의원이 의장으로 선출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존슨 의장은 취임 연설에서 “중동에서 우리의 위대한 동맹이 공격받고 있다”며 이스라엘 지원 문제를 첫번째 안건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원은 이날 찬성 412, 반대 10으로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을 규탄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존슨 의장은 그 다음으로는 중남미 출신 이민자가 급증하고 있는 “고장난 국경” 문제를 다루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존슨 의장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현안은 예산안 처리다. 임시예산안이 만료되는 내달 17일 전에 예산안 협상을 타결짓지 못하면 연방정부는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을 맞는다. 의회가 정상화되자마자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추가 예산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백악관이 의회에 송부한 약 560억달러 규모의 예산안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재난 대응 관련 예산(235억달러)이다. 중국 기업 화웨이 등의 장비를 제거한 기업에 대한 피해보상금 31억달러를 포함해 안보·에너지 자립 관련 예산 60억달러도 포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우리는 국가 안보 필요에 대응하고 22일 내로 셧다운(정부 업무 일시 정지)을 피하기 위해 신속히 움직여야 한다”며 “중요한 현안에서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가능한 한 접점을 찾기 위해 서로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산안 처리가 원할하게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존슨 의장의 선출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라고도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존슨 의장의 당선이 확정되자 “그는 환상적인 신사”라며 “훌륭한 일을 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신랄하게 비판했다. 피트 아길라 민주당 의원은 하원의장 선출 과정이 “누가 트럼프를 만족시켜줄지”를 놓고 경쟁하는 꼴이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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