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도 외면하는 바이오… 결국 돈줄은 '개미'?
[편집자주]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존폐 위기에 놓였다. 2022년 초부터 이어진 바이오 투자 한파에 자금이 마르고 있어서다. 자금난에 빠진 기업들은 임상을 중단했다. 변제금은 고사하고 이자를 낼 돈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기업도 있다. 업계는 마중물로 정부 지원 펀드를 기다린다. 2년 가까이 이어지는 '투자 보릿고개'를 넘어서야 하는 바이오 업계를 살펴봤다.
①'노 머니' 바이오… "투자자 없나요?"
②기관도 외면하는 바이오… 결국 돈줄은 '개미'?
③말로만 바이오산업 육성… 정부 뒷짐 속 펀드 '무소식'
기관투자자로부터 자금 유치가 어려워지면서 바이오기업이 손을 내민 곳은 결국 '개미'(개인 주식 투자자)다.
이수앱지스나 CJ바이오사이언스처럼 든든한 모기업(이수화학, CJ제일제당)이 있다면 모기업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국내 대다수 바이오기업은 이 같은 든든한 배경을 갖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수앱지스는 지난 12일 이수화학을 대상으로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해 100억원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8월 주주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456억원을 모집했는데 CJ제일제당이 절반이 넘는 240억원가량을 참여했다.
반면 대다수의 바이오기업은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희석시키면서 유상증자를 단행하거나 비상장 바이오기업의 경우 기업공개(IPO) 후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 확보 방안을 모색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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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도 신통치 않다.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이후 주가가 급격히 하락하며 신주 발행가액을 낮춰 조달 금액이 크게 줄어서다. 당초 목표보다 감소한 자금을 손에 쥐게 되는 셈이다.
메드팩토는 지난달 12일 1159억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는데 최종 실시한 유상증자는 816억원 규모로 줄었다. 박셀바이오도 지난 8월 약 1006억원을 모집하는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제 확보한 금액은 이보다 소폭 감소한 939억원이다. 메디포스트는 지난 7월 1200억원을 모은다는 유상증자 계획을 9월 778억원으로 낮췄다. 메디포스트는 오는 10월31일부터 11월1일까지 구주주를 대상으로 신주 인수를 청약할 예정이다.
피플바이오는 지난 8월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327억원을 모으기로 했다가 지난 5일 242억원으로 축소했다. 그럼에도 지난 10~11일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신주 청약에서 구주주의 90.02%만이 참여해 나머지 물량은 일반공모 방식으로 채웠다.
유상증자 목표액이 줄거나 주주들의 참여가 저조하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해 투자를 확대하려는 기업의 당초 목표는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추가적으로 자금을 조달하지 않으면 자금 집행 우선순위에서 밀린 사업의 진행은 어렵게 돼서다.
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단행한 기업들은 모집 자금은 줄었지만 2~3년 정도 버틸 수는 있다"며 "이 기간 신약 후보물질의 기술수출 등의 성과를 통해 자체적으로 자금을 확보하거나 추가 투자 유치방안을 모색할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상증자 계획 발표 당시 향후 주가 하락을 염두에 두고 일부러 목표 금액을 부풀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기도 한다. 유상증자를 단행하면 동일한 기업가치의 주식 수가 늘어나는 셈이어서 일반적으로 주가는 떨어진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그럴 수도 있지만 투자자들은 이제 그런 면에 속지 않는다"며 "지금 시장에서 바이오기업 밸류가 많이 낮아져 바이오기업들이 실제 필요한 자금에 대해서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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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엘에스바이오는 지난 10~11일 진행한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 345.9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청약 증거금 2331억원을 모았다. 이번 공모를 통해 53억9000만원을 확보해 체외진단기기 기술 고도화 및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항체 신약개발 기업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연내 코스닥에 상장하는 게 목표다. 2021년 코스닥 상장에 한 차례 도전했다가 당시 신약 후보물질이 임상 초기 단계에 불과해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지 못한다는 판단에 그 해 11월 상장 계획을 자진 철회했지만 지난 5일 한국거래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상장을 노리고 있다. 와이바이오로직스가 상장을 통해 확보하려는 자금은 135억원으로 신약 후보물질의 비임상 및 전임상 연구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상장을 하더라도 바이오기업이 손에 쥘 액수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바이오기업의 또다른 고민거리다.
올 상반기 기준 제약바이오 기업의 평균 공모금액 149억원으로 전년 동기 278억원보다 46.4% 감소했다. 2021년 상반기 평균 공모액 2569억원과 비교하면 94.2%가 급감한 것이다. 2021년 상반기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3월 상장)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2월 상장)가 코스피(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하며 각각 1조4918억원과 4909억원을 모았지만 이후에는 이 같은 대형 기대주를 찾기 어렵다.
이에 시장에서 바이오기업 상장에 거는 기대도 많이 낮아졌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올 들어 상장한 바이오기업 중 가장 많은 자금을 모은 곳은 지아이이노베이션으로 지난 3월30일 코스닥에 상장하며 260억원을 손에 쥐었다.
최영찬 기자 0chan1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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