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가는 가성비 요금제… 해외 OTT, '스트림플레이션' 물결

양진원 기자 2023. 10. 26.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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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OTT '스트림플레이션']①요금 올려도 구독 중단 없다는 '자신감'… 국내도 서비스 요금 인상 '초읽기'

[편집자주]넷플릭스는 물론 디즈니플러스에 이어 아마존까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이 우후죽순 자사 서비스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OTT 시장 경쟁 포화로 이용자 수가 줄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과거 값싼 요금제로 활로를 모색했던 OTT 업체들이 이제는 성장 방식을 달리하는 중이다. 시장에 확고하게 자리잡은 만큼 구독료를 인상해도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다. 글로벌 OTT 시장이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과 인플레이션을 합친 말)으로 뜨거운 가운데 국내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만간 한국 OTT 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국내 OTT 산업의 현황을 짚어본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의 요금 인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넷플릭스 로고. /사진=로이터
▶기사 게재 순서
①저물어가는 가성비 요금제… 해외 OTT, '스트림플레이션' 물결
②속만 끓이는 토종 OTT… 요금 인상 '전전긍긍'
③정부 미디어콘텐츠 컨트롤타워, 제 역할 다하고 있나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이 최근 자사 서비스 요금을 인상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물론 디즈니플러스, 아마존까지 가세하면서 이러한 현상을 가리키는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과 인플레이션을 합친 말)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OTT 업체들은 과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있는 요금제로 콘텐츠 시장의 새바람을 일으켰지만 이용자 수가 정체되고 콘텐츠 제작비가 오르면서 저렴한 요금제를 앞세운 과거의 성장 방식을 바꾸고 있다. OTT 시장 성숙으로 기존 구독자들이 이탈하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도 이러한 결정의 배경이다.


너도나도 OTT 인상 물결


스트림플레이션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OTT들은 모두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월 "최근 1년 새 OTT들의 광고 제외 구독료가 평균 25% 폭등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7월 광고가 붙지 않는 요금제 중 제일 저렴한 기존 모델 '베이직 멤버십'(월 9.99달러)을 폐지했다. 광고 없이 넷플릭스를 보려면 '스탠다드 멤버십'(월 15.49달러)을 가입해야 한다.

최저 요금제를 없애 사실상 구독료 인상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조만간 직접적인 요금 인상도 시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1월 멤버십 요금을 올린 뒤 구독료를 동결해온 넷플릭스는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 파업이 끝나면 미국과 캐나다를 시작으로 광고 없는 멤버십 구독료를 인상할 계획이다.

WSJ는 "넷플릭스는 지난 1년간 구독료를 올리지 않은 서비스는 넷플릭스가 유일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디즈니는 오는 10월12일부터 자사 소유 서비스 디즈니플러스 구독료를 공식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디즈니플러스는 광고 없는 요금제 최저가를 오는 13일부터 기존 10.99달러에서 13.99달러로 3달러 올린다.

작년 12월 콘텐츠에 광고가 들어간 요금제(월 7.99달러)를 선보이면서 기존 광고 없는 요금제 최저 가격을 7.99달러에서 10.99달러로 상향한 바 있다. 그런데 10개월 만에 무광고 요금제 가격을 추가 인상하는 것이다. 디즈니플러스가 서비스를 시작한 2019년 구독료(6.99달러)와 비교하면 4년 만에 2배 올랐다.

아마존도 마찬가지다. 2016년 출시 후 구독료 인상도 한 번도 없었지만 올리지 않았던 내년부터 자사 OTT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광고 요금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해당 요금제는 월 14.99달러에 제공될 전망이다. 무광고 요금제를 보기 위해선 월 17.98달러짜리 신규 요금제를 가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무광고 요금제가 14.99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약 3달러 비싸다.


요금 올려도 이용자 이탈 안 해… 달라진 OTT 성장방식


디즈니플러스 이미지. /사진=디즈니플러스
이 같은 글로벌 OTT들의 움직임은 위기에 빠진 경영 실적을 반등시키기 위해서다. OTT 업체들은 그동안 저가 요금제를 통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는 방식을 취했다.

하지만 시장 경쟁이 치열해져 이용자 수가 정체되고 콘텐츠 제작비용까지 오르자 대부분의 기업은 재정 부담에 직면하게 됐다.

디즈니는 지난 2분기의 스트리밍 서비스 손실 규모 5억1200만달러(6830억원)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넷플릭스 매출액도 전년보다 2.7% 증가하는 데 그쳐 시장 예상치를 하회했다.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들이 이탈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도 주효했다. 디즈니플러스가 광고 없는 요금제를 월 7.99달러에서 10.99달러로 인상했을 때 가입자 94.0%는 3달러 인상을 감수하고 요금제를 유지한 바 있다.

몇 년 전부터 광고요금제와 계정 공유 금지 등을 통해 탈출구를 모색하던 OTT들은 이제는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비광고 요금제 자체를 올리고 있다. 과거 저렴한 요금제를 앞세운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다.

WSJ은 "그들은 수익성을 추구하면서 고객의 충성도를 테스트하고 있으며 가격을 올려도 서비스를 취소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스트림플레이션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아직까지 디즈니플러스를 제외하면 한국에서의 서비스 인상 물결은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국내 역시 마냥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해외 OTT들이 빠르게 요금 인상을 진행하고 있고 국내 역시 이 영향에서 자유롭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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