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부잡]재건축하다 돈 토해낼라…분담금에 재초환까지
재초환 규제도 아직…팍팍해진 사업 환경
재건축으로 돈 버는 시대? "이제 어려워"
'내 집 재건축 하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재건축 추진 단지 소유주들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습니다. 정비사업 규제가 대부분 풀렸지만 재건축 추진 비용이 크게 오르면서 '버는 돈'보다 '토해내는 돈'이 더 많아지게 생겼거든요.
자잿값 인상을 비롯해 초고층 재건축, 단지 고급화 등으로 공사비·사업비가 급증하면서 '분담금 공포'가 확산하고 있는데요. 분담금 허들만 뛰어넘으면 되냐고요? 뒤이어 찾아오는 고비(재건축초과이익환수)도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어야겠는데요.
점점 커지는 '분담금' 공포…왜?
재건축 분담금이란 쉽게 말해 건물을 부수고 다시 건설하는데 드는 비용을 분담한 금액입니다. 재건축 '부담금'과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분담금은 재건축 하면서 생긴 수익보다 투입된 비용이 더 클 경우 내는 거고요. 부담금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에 따라 재건축으로 생긴 시세차익을 일정 부분 국가에 반납하는 겁니다.
둘 다 재건축 사업의 대표 걸림돌로 꼽히는데요. 순서상 분담금을 먼저 내게 되는데, 최근 분담금이 크게 오르면서 첫 허들부터 넘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재건축 조합원들은 일반분양을 해서 수익이 발생하면 건설·사업 비용 등을 제한 뒤 남으면 돌려받고 모자르면 분담금을 내야 하는데요. 통상 최초 정비사업계획 수립 때 개략적인 추정분담금이 나오고요. 이후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의 단계를 거치며 분담금이 갱신됩니다.
일반적으로 정확한 분담금은 건축물의 뼈대가 완성됐을 때 쯤 나오는데요. 계산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조합원분양가에서 권리가액(감정평가액x비례율)을 뺀 가격으로 구할 수 있고요. 조합원 건축원가에서 일반분양 기여 금액을 빼는 방법도 있습니다.
산식으로 보면 복잡한데요. 개념만 따지면 간단합니다. 일반분양의 규모가 많고 가격을 높게 책정한 경우 처음 설정했던 추정분담금보다 분담금이 낮아질테고요. 반대로 일반분양 물량이 적거나 미분양 발생, 사업 지연, 공사비 증가 등으로 사업 비용이 늘어나면 추가 분담금을 내게 되겠죠.
최근 이 추가 분담금의 규모가 커지면서 재건축 소유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건데요. 자잿값, 인건비 등이 오르면서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해졌고요. 서울시의 경우 층수 규제가 완화되면서 초고층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졌는데 이렇게 되면 직접 공사비, 금융 비용 등이 모두 오르거든요.
용적률을 높여 일반분양분을 늘려도 결국 기부채납 비용을 제하면 남는 게 없는 단지도 있고요.
최근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의 경우도 조합원이 재건축으로 전용 84㎡를 분양받으려면 5억원대의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할 것으로 추산돼 주목받았는데요.
이 단지는 저층 단지지만 소형 평형(전용 37㎡)이다 보니 가구당 대지지분이 낮고 일반분양 물량이 12가구에 불과해 추가분담금 부담이 높은데요. 공사비, 대출금리 인상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집니다.
분담금 넘으면 부담금...'재건축 사망선고'?
이런 상황에 재건축 추진 환경이 점점 팍팍해지는 분위기입니다.
공사비 증가 등으로 투입하는 비용은 늘어나는데 부동산 경기 불안으로 집값 반등 여력은 떨어지거든요. 투입 비용 대비 개발이익이 줄어드니 분담금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요.
더군다나 분담금이란 허들을 넘으면 '부담금'(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고비가 또 찾아옵니다. 부담금은 집값 상승분 일부를 정부에 반납하는 건데요. 집값 상승률이 낮으면 부담금이 줄어들긴 하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여전히 부담이 될 수 있거든요.
재초환은 사업 기간 오른 집값(공시가격 기준)에서 건축비 등 개발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초과이익이 3000만원을 넘을 경우 10~50%까지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인데요.
미실현이익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구조라 반발이 나오자 일정 부분 완화하기로 했는데요. 초과이익 부담금 면제 금액 기준 상향 등의 내용이 담긴 개정안이 아직 국회 계류 중입니다.
개정안 통과에 공감대는 대부분 형성된 상태라 아직 지자체에서도 부담금 부과를 종용하지 않고 있는데요. 만약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재건축 소유주들은 분담금에 이어 부담금까지 떠안게 생겼습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서울시 내 재건축부담금 통보 단지는 40곳의 부담금 예정액은 2조5811억원에 달하는데요. 가장 높은 용산구 A아파트의 경우 1인당 재건축 부담금이 7억7700억원 수준입니다.
이렇듯 재건축 시 토해내야 하는 돈이 많아질수록 재건축 추진이 더뎌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특히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역은 정비사업을 포기하면서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이제 용적률이 굉장히 낮은 아파트도 없고 그렇다고 올리기에도 한계가 있다"며 "이 와중에 조합원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브랜드 아파트, 고급화, 초고층을 원하면서 투입 비용은 점점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재건축은 개발이익 기대감이 높은 상품인 만큼 결국 비용 때문에 갈등이 생겨 좌초하는 단지가 생기기 마련"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서울 등 사업성이 높은 지역은 개발이익이 줄어드는 상태에서도 미래를 보고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면서도 "반면 서울에서도 분양 선호도가 떨어지거나 현금 동원 여력이 적은 지방에선 재건축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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