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은행' 지위 흔들리는 우리은행, 해외서 돌파구…6700억 쏟아붓는다
중국발 부동산에 중동전쟁까지 해외시장 불확실성 커지는데…글로벌 전략 '우려'
(서울=뉴스1) 신병남 기자 = 4대 은행 가운데 상반기 나홀로 실적이 뒷걸음질 친 우리은행이 글로벌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기존 15% 가량인 글로벌 수익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25%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당장 내년 상반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각각 2억달러씩, 캄보디아에 1억달러 등 총 5억달러(6752억원)를 증자할 계획이다.
해외시장 공략은 현지 당국과의 교감 등 긴 호흡의 접근이 필요해 불확실성이 큰 전략이다. 특히 중국발 부동산 문제 등에 동남아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7000억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자금수혈부터 필요한 해외 시장 확대 전략에 리스크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은행 대비 부진한 성적을 내면서 '4대 은행' 지위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우리은행은 지난 9월 기업대출 확대를 구호로 내세웠는데, 금융당국으로부터 외연확대 경쟁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글로벌 수익 비중 2030년까지 25%로 확대…"증자·M&A 등 6752억원+α 투입"
우리은행은 25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략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해외 금융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은행 내 글로벌 당기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수준으로, 이를 10%포인트(p) 늘려 오는 2030년에는 25%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전략의 핵심 축은 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 등 동남아 3대 법인이다. 우리은행은 또 다음 글로벌 거점은 폴란드와 중동이 될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윤석모 우리은행 글로벌그룹장 부행장은 "현재 추세로 성장하면 17~18%의 수익 비중을 달성할 것 같다는 판단"이라며 "나머지 8%는 인수합병(M&A) 통해서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글로벌 강화 전략 추진을 위해 내년 상반기에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각각 2억달러씩, 캄보디아에 1억달러 등 총 5억달러(6752억원) 증자에 나선다. 영업 확대를 위해 자본을 확충한다는 의미다.
여기다 M&A 계획까지 포함된 만큼, 우리은행이 글로벌에 투입하는 비용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이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을 인수하는 데 들어간 비용만 8000억원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해외시장 성장 목표를 위해 수년간 조 단위의 돈이 투입될 전망이다.
◇해외시장 불확실성 커지는데…녹록지 않은 '글로벌' 진출 전략
우리은행이 공격적인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글로벌 진출의 경우 현지당국과의 교감 등 긴 시간이 필요한 전략이라는 이유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시각에서다.
특히 동남아 국가들의 경우 수년간 다수의 해외 은행들이 자국에 진출하자 수십 개가 넘는 은행들이 난립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이 때문에 현지 당국에서 은행을 보는 시각이 과거와 같지 않다는 설명이다. 리테일 확대도 조달여건이 좋지 않아 경쟁력 갖추기가 녹록지 않다는 평가다.
은행권 관계자는 "동남아 국가들이 과거에는 공적개발원조(ODA) 성격으로 해외 은행들의 진출을 반기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한 나라에 수십 개가 넘는 은행이 생기면서 관리에 고민이 커진 상황"이라며 "현지에 부실 은행을 인수하는 형태로 진출을 희망하는 등 부실관리와 투자를 동시에 바라는 분위기이기에 위험도가 크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부동산발 리스크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는 지난 8월에는 파산 보호 신청하는 등 최근 동남아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했던 중국이 본국으로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동남아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는 게 현지에 진출한 다른 은행들의 설명이다.
우리은행이 핵심 공략 지역으로 삼은 베트남의 경우 지난해 사이공은행(Saigon Bank, SCB)의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역시도 부동산 재벌이 부패와 관련됐다는 소문이 SNS에 퍼지면서 예금자들이 은행으로 몰려간 경우다.
특히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해외진출을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4대 은행' 흔들에 다급해진 우리은행…무리한 영업 드라이브에 당국서 지적도
이 같은 시장 상황에도 우리은행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상반기까지 은행들 가운데 사실상 나 홀로 순이익이 뒷걸음질 친 이유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472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5.3% 감소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이 7.7% 늘어난 1조8585억원, 하나은행이 33.9% 증가해 1조8390억원의 실적을 냈다. 신한은행은 1조6805억원으로 전년 수준을 기록했다.
4대 은행 지위도 위태로워졌다. 지난해 상반기 우리은행(1조5545억원)과 NH농협은행(9228억원)간의 차이는 6317억원이었지만 올해 상반기 2251억원까지 좁혀졌다.
실적부진에 우리은행은 지난 9월 '기업금융 명가 재건'이라는 구호와 함께 최근 강화하고 있는 기업대출 전략을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개했다.
하지만 단기간의 무리한 영업 강화 전략이 독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최근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지적받기도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5대 은행의 자금 담당 부행장들을 만나 과도한 자산 확대는 가급적 피해달라는 의견을 전했다. 영업을 위한 대출재원 마련 과정에서 고금리 수신경쟁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 지적에도 영업 일선에서는 여전히 같은 영업 전략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년에는 모든 은행이 경쟁에 뛰어들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상태"라고 말했다.
fellsi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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