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View]샤를8세가 코인시장에 진격했다면

권소현 2023. 10. 2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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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진 알캐믹인베스트먼트 변호사
르네상스문화가 절정에 이르던 1494년 초, 샤를 8세는 이탈리아 남부의 나폴리왕국의 왕위계승권을 주장하며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이탈리아를 침공하겠다는 서면을 교황 알렉산데르 6세에게 보낸다. 그러나 교황은 인정하지 않았고 그해 9월 초 샤를 8세는 1만7000명의 프랑스군과 8000명의 스위스용병을 거느리고 알프스 산맥을 넘어 남하하기 시작했다. 이후 별다른 전투도 없이 11월 중순 피렌체를 점령하고, 12월 31일 로마에 이어 불과 6개월 만인 1495년 2월 나폴리에 입성해 샤를8세는 나폴리의 왕이 됐다.

그러자 교황과 베네치아공화국이 주도해 프랑스에 대항하는 동맹을 결성했다. 샤를 8세의 나폴리 주둔군은 1495년 7월 포르보노에서 연합군과 전투를 벌인 결과 대승했고, 스페인원정군까지 격파한다. 그러나 프랑스군은 수많은 승리에도 불구하고 나폴리 정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이탈리아는 스스로를 지킬 능력이 없다는 것을 노출하게 된다. 결국 당시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었던 이탈리아는 다양한 세력 사이의 끝없는 전쟁에 빠져들었고 프랑스는 이탈리아에서 영향력을 상실하며 르네상스 시대는 막을 내리기 시작한다.

샤를 8세의 이탈리아원정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을 앞둔 기존 가상자산시장 사업자와 신규 사업자 모두에게 두 가지 시사점을 준다.

첫째, 기술적 우위 또는 더 나은 조직 역량은 목표달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탈리아의 패배는 여러 도시국가 연합으로 각자의 이해관계가 달라 명확한 방향을 세우지 못하고 전력을 집중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전투 중 전리품 획득에 집중해 다른 아군 지원에 소홀하는 등 분산된 움직임을 보였다. 프랑스군 역시 스위스용병에 높은 의존도를 보였지만 샤를 8세가 정한 하나의 목표에 따라 움직였고 가공할만한 진군속도를 보이며 전투마다 승리했다.

둘째, 명확한 목표가 있어도 일관된 행동을 하지 못한다면 기회를 잃는다는 것이다. 샤를 8세는 교황 알렉산데르 6세의 탈출 전 로마를 점령했지만 나폴리까지의 자유로운 통행, 근친 2명의 추기경 임명, 교황의 아들인 체사레 보르자를 인질로 자신의 곁에 두는 것에 만족했다. 교황으로부터 나폴리왕국의 왕위 계승권, 십자군 원정계획에 대한 승인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결국 샤를 8세의 군대가 나폴리를 향해 진군하자 체사레 보르자는 도망쳤고 알렉산데르 6세의 반프랑스동맹 결성에 보급 단절을 두려워한 샤를 8세는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시사점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가상자산시장 사업자들에게 적용할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단순한 제도적 환경변화가 아닌 사업환경 변화로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집중할 영역과 포기해야 할 영역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상자산기본법은 가상자산의 개념, 가상자산사업자의 개념 및 업무방법, 불공정거래의 규제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어 시세조종행위와 부정거래행위 등이 어느정도 통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해석은 자본시장법 상 불공정거래행위 관련규정들의 해석을 참조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가상자산시장 사업자들은 기존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을지, 법 체계 변화에 따라 새로 진입하는 고객은 누가 될지, 대규모 자본과 조직을 갖춘 시장참여자들이 진입해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등을 확인하고 해당 영역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신규 진입자들의 경우 익숙하지 않은 시장에 진입하면 뜻밖에 더 많은 기회를 보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샤를 8세 역시 나폴리 정복이라는 당초의 목적 외에 교황의 인정과 근친 추기경 임명 약속만 받고 나폴리로 진격했다가 고립됐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만약 샤를 8세가 당시 최초의 목적인 나폴리 왕위계승권과 십자군 원정계획에 집중해 교황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면 다른 세력들이 연합할 명분을 약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커다란 제도적 변화가 발생할 경우, 이에 맞는 목표설정은 사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미 변화를 몸으로 느끼게 됐을 때는 늦은 시기며 이후에는 힘겹게 경쟁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권소현 (juddi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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