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당구 최초' 세계女선수권 우승자, PBA 판도 뒤흔들까 "모든 기록들 깨고 싶어요"

고양=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2023. 10. 2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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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 최초로 세계여자3쿠션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한 이신영이 지난 23일 PBA 진출 기자 회견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PBA


프로당구(PBA) 여자부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까.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한 이신영(43)이 PBA 무대에 도전한다.

이신영은 지난 23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PBA 투어 진출을 선언했다. 지난달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제11회 세계여자3쿠션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한 뒤 곧바로 PBA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2011년 대한당구연맹 선수로 데뷔한 이신영은 꾸준히 활약해왔다. 2014년 세계선수권대회 4강에 올랐던 이신영은 9년 만에 우승까지 차지했다. 특히 8강전에서 세계 1위인 최강 테레사 클롬펜하우어(네덜란드)를 30 대 14(23이닝)로 완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날 회견에서 이신영은 "세계선수권 우승은 당구를 하면서 평생의 꿈이었다"면서 "꿈을 이루고 나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서 프로에 진출했다"고 PBA행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세계선수권 우승을 하지 못했으면 PBA행도 미뤄졌을 것"이라면서 "시도 연맹 회장 등 주위에서 '우승했으니 PBA에 가야지' 하는 얘기가 먼저 나왔다"고 귀띔했다.

사실 이신영은 5차 투어까지 치른 2023-2024시즌의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PBA에 진출했다. 공인구와 당구대 등 PBA의 다른 환경에 적응하려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훈련한 뒤 프로에 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신영은 "솔직히 다음 시즌부터 뛸 수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중간에 PBA로 온 것은 경험을 많이 해야 하고, 분위기에 익숙해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프로 경기 자체가 실력만 있다고 우승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예선에서도 그렇고 운도 따라야 하는 부분도 있다"면서 "뱅크 샷 등 변수도 있고, 당장 좋은 성적보다는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신영은 "PBA 공인구인 헬릭스 공으로 며칠 훈련했는데 다르더라"면서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맹 때는 경기장 분위기가 조용한데 PBA는 축제 분위기"라면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이신영이 지난달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제11회 세계여자3쿠션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니시모토 유코(일본)를 누르고 우승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대한당구연맹

하지만 노력의 힘을 믿는다. 이신영은 "나는 장단점이 같은데 무식하게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라면서 "혹사를 시킬 수 있어 그게 단점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어린 선수들도 많은데 겨루려면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는 걸 안다"면서 "경기가 없으면 운영하는 당구장에서 아침부터 훈련하고 동호인들과 경기하고 매일 14시간 정도를 보낸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당구 역사를 새로 썼던 이신영은 이제 PBA의 새 역사를 노린다. 이신영은 PBA 첫 우승과 목표에 대한 질문에 "해오던 대로 하면 빠른 시간 안에 우승하지 않을까 한다"면서 "목표라고 하면 타이틀을 깨고 싶다. 여러 가지 기록을 세우고 싶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이어 "이닝 평균 득점이나 퍼펙트 큐 기록 등 목표가 있어야 열심히 할 수 있다"면서 "세계선수권 우승 목표를 갖고 힘든 시간을 겪어온 것처럼 이루지 못할 수도 있지만 목표 설정해야만 열심히 갈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밖에서 본 PBA에 라이벌로 의식하는 선수가 있을까. 이신영은 "여자 선수들 경기를 다 보진 않았는데 그래도 연맹 시절 친분 있던 선수의 경기는 봤다"면서 "김민아(NH농협카드),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 김가영(하나카드) 등 잘 치는 선수들 경기를 봤는데 민아가 좋아졌더라"고 말했다. 김보미(NH농협카드), 백민주(크라운해태) 등 예전 후배들의 실력이 많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이신영은 한때 찾아왔던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이루고 싶은 꿈, 무식하게 목표가 있었기에 극복할 수 있었다"면서 "열심히 살아왔지만 후회는 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루지 못했더라도 최선을 다했다는 거에 만족할 수 있었는데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해서 다행"이라면서 "프로에서도 우승 못 해도 슬럼프 빠지거나 하진 않을 것이고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보였다.

다음달 이신영은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다. 일단 개인 투어를 뛰고 팀 리그는 다음 시즌부터 출전할 예정이다. 과연 한국 여자 최초의 세계3쿠션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룬 이신영이 PBA 판도를 바꿀 수 있을까.

고양=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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