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배추·金란 널뛰는 물가… 곳간 풀었지만 유가 등 곳곳에 ‘복병’

세종=김민정 기자 2023. 10. 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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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한 포기, 평년보다 27% 뛰어… 달걀값도 ‘껑충’
“국제유가 상승에 외식 물가도 압박”
“금리 동결, 물가 잡기 더 어려워… 손쓰기 어려워”
정부가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수급 불안정 우려를 해결하고자 가용물량 2900톤(t)을 방출한다. 김장 부재료 중에서도 생강·대파 등 가격상승 정도가 크고 소비가 많은 품목은 납품단가 지원을 통해 가격안정을 유도한다. 지난 23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한 시민이 배추를 구매하고 있다. /뉴스1

김장에 필요한 배추와 속 재료 가격이 널뛰고, 달걀 가격이 급등하는 등 먹을거리 물가에 다시 비상등이 켜졌다.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는 곳간을 개방해 물가 잡기에 나섰다. 집중호우와 추석 등 물가가 출렁일 때마다 재정을 풀어 물가를 잡으려 하지만 쉽게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 유가 상승이 이어지는 상황이라 연말까지 물가가 더 오를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배추(상품) 소매 가격은 한 포기에 평균 5881원으로 1년 전의 4949원보다 18.8% 올랐다. 평년(4599원)보다는 27.9% 높은 가격이다.

배추뿐 아니라 김장 재료인 파, 생강 등의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대파(상품)는 23일 기준 1kg에 3861원으로, 1년 전(3283원)보다 17.6% 올랐다. 생강은 1kg에 1만5433원으로 1년 전(9107원)보다 69.5% 급등했다.

달걀값도 이달 들어 상승세를 유지하며 ‘한 판(30구)’ 가격이 7000원대에 가까워지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달걀 30구의 전국 평균 가격은 6916원을 기록했다. 이는 평년(5726원)보다 20.7% 오른 수준이다.

이외에도 가공식품, 외식 등 먹거리 물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두 배를 웃돌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 구성 항목 중 대표적인 먹거리 지표로 꼽히는 가공식품·외식의 2분기 물가 상승률은 각각 7.6%, 7.0%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3.2%)의 두 배를 넘어섰다.

이에 정부는 장바구니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민생안정을 위해 고금리·고물가와 전쟁을 한다는 각오로 임하라”라며 “직급에 상관없이 모든 공직자가 현장으로 나가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7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민생·물가 안정 관계장관회의’도 열었다. 물가 안정 회의에 이례적으로 중소벤처기업부와 보건복지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까지 참석해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지난 22일에는 정부와 여당이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수급 불안정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가용물량 2900톤(t)을 방출하기로 했다. 김장 부재료 중에서도 생강·대파 등 가격상승 정도가 크고 소비가 많은 품목은 납품단가 지원을 통해 가격안정을 유도하겠다고 했다.

지난 23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음식을 배달하는 모습. /뉴스1

정부가 곳간을 풀어 채소류 물가 잡기에 나서지만 식탁 물가 상승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가공식품 등의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을 막기 어려워서다. 지난달 설탕과 소금의 물가 상승률은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설탕값에 우윳값 상승세까지 더해지며 빵·과자·아이스크림 가격도 함께 뛰고 있다. 최근 오비맥주는 카스·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6.9% 올렸다. 작년 3월 이후 19개월 만의 인상이다.

최근에는 소 럼피스킨병이 전국으로 확산하며 소고기 가격이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한우 고기 평균 도매가격은 1주일만에 10% 오른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확대 우려로 국제유가가 추가로 오를 조짐을 보이면서 연말이 가까울수록 장바구니 물가에 먹구름이 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금융센터는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시나리오별 영향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스라엘과 이란이 무력 충돌하는 최악의 경우로 사태가 전개될 경우 국제 유가는 배럴당 최대 150달러까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배럴당 80달러대를 오가는 국제유가가 2배 가까이로 뛸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만으로도 물가 상승에 영향을 주지만, 기업이나 자영업자가 판매하는 물건이나 서비스 가격을 높여 물가 ‘도미노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겨울철 난방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제유가 인상으로 인한 물가 타격이 커질 전망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축 물량을 풀어 배추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라 긍정적”이라면서도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공공요금 상승으로 이어져 가공식품과 더불어 외식 물가도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금 더 경제 상황이 나았을 때 금리를 올렸어야 했는데, 여섯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하면서 물가 잡기는 더 어려워졌다”라며 “정부가 식품업계에 가격 동결을 요청하더라도 다른 곳으로 가격이 튈 수 있어 손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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