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 2001년 김병현과 마리아노 리베라에게는 악몽이었지만 명승부가 된 애리조나의 월드시리즈 우승

문상열 2023. 10. 26.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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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A/연합뉴스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예상을 깨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정규시즌 84승을 거두고 와일드카드 시리즈-디비전시리즈-챔피언십 시리즈를 거쳐 대망의 WS 무대를 밟는다. 2001년 이후 22년 만의 진출이다. 28일 텍사스 레인저스 홈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1차전이 시작된다.

애리조나는 1998년 사막 피닉스에 창단됐다. 사막의 뜨거운 열기 때문에 프로 팀 프랜차이즈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도시다. 그러나 캐나다 토론토에 최초의 개폐식 스카이 돔구장이 생기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미국 최초의 개폐식 돔 구장 체이스 필드(최초의 이름은 뱅크 원 볼 파크)가 개장되면서 아메리칸리그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와 함께 29번, 30번째 팀으로 탄생했다. 다이아몬드백스는 사막의 방울뱀이다.

◆창단 4년 만에 승승장구한 다이아몬드백스

디백스는 창단된 지 2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4년 만에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1999년 정규시즌 100승은 대단한 기록이다. 미 프로 스포츠 사상 초단기 PO 진출이고 우승이었다. 야구는 새롭게 창단되는 팀의 우승은 매우 어렵다. 마운드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창단 4년 만에 우승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은 마운드의 쌍두마차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이다. 2001년과는 상황이 다르지만 2023시즌 애리조나 마운드도 잭 갤렌과 메릴 켈리 듀오의 힘이 크다. 창단 후 팀을 만든 감독은 벅 쇼월터였고 열매를 딴 지도자는 봅 브렌리다. 공교롭게도 쇼월터 감독은 뉴욕 양키스에서도 팀을 만들고 우승은 조 토리가 했다. 팀을 탄탄하게 만드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

2001년 디백스는 정규시즌 92승70패로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2000년 데드라인 때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트레이드한 커트 실링은 22승6패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했다. 선발 출장(35회), 다승(22승) 투구이닝(256.2), 완투(6회) 부문에서 리그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NL 사이영상은 21승6패 2.49의 랜디 존슨에게 돌아갔다. 존슨은 삼진을 372개를 낚았고, 실링은 293개였다.

MLB 3년 차가 된 서브마린 투수 김병현(당시 22세)은 위협적인 구위로 디백스의 불펜과 뒷문을 책임졌다. 78경기에 등판해 98이닝 투구에 5승6패 19세이브 평균자책점 2.94를 기록했다.

디백스는 마운드뿐 아니라 공격도 뛰어났다. 루이스 곤살레스는 타율 0.325-57홈런-142타점으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우익수 레지 샌더스도 33홈런 90타점으로 곤살레스를 받쳤다. 팀 전체 홈런도 208개로 NL 공동 4위에 랭크됐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디백스는 디비전 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3승2패로 누르고 챔피언십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맞붙었다. 마운드의 트로이카 그렉 매덕스-톰 글래빈-존 스몰츠와 공격에서는 3루수 치퍼 존스가 여전히 강할 때였다. 그러나 디백스의 쌍두마차 벽을 넘지 못하고 1승4패로 패했다.

뉴욕 양키스의 티노 마르티네스(가운데)가 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3-1로 뒤진 9회말 2사후 김병현에게서 극적인 동점 투런홈런을 뽑아낸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악몽의 월드시리즈 4,5차전

디백스는 WS에서 명문 뉴욕 양키스와 격돌했다. 이 해는 9.11 테러가 벌어져 시즌이 잠시 중단됐다. WS도 10월 28일이 시작돼 평소보다 늦었다. 당시 홈 구장 이점은 내셔널리그에 있었다. 2001년에는 WS 홈 구장 이점이 홀수 해 NL, 짝수 해 AL 구장이었다. 이후 올스타게임에서 이긴 리그에 홈 구장 이점을 줬고 현재는 승률 높은 팀에 어드밴티지가 있다. 같은 와일드카드 팀의 WS 진출이라도 텍사스가 정규시즌 90승을 한 터라 홈구장 이점을 갖는다.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어진 3차전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참석해 시구를 해 9.11 테러 희생자들과 뉴욕 소방관들을 추모하기도 했다. 리틀리그 선수 출신의 부시 대통령은 역대급의 스트라이크 시구를 했다.

쌍두마차의 위력은 1,2차전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9-1(커트 실링 승리투수), 4-0(랜디 존슨)으로 승리 시리즈 주도권을 쥐었다. 3차전에서 로저 클레멘스를 앞세운 양키스는 2-1로 이겨 반격을 펼쳤다. 4차전에 실링이 등판했지만 10회 연장 접전 끝에 3-4로 졌다. 9회 등판한 김병현은 10회 말 2사 후 데릭 지터에게 끝내기 우월 홈런을 허용했다. 3-4로 패했고 김병현 악몽의 시작이었다.

사실 요즘의 야구였으면 마무리 김병현이 8회부터 10회 2.2이닝을 던지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불펜이 완벽하지 않았고 봅 브렌리 감독은 젊은 김병현을 믿었던 것이다. 지터의 끝내기 홈런이 터진 게 현지 시간으로 11월 1일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다. 다음 날 뉴욕의 신문은 일제히 지터를 미스터 노벰버로 치켜세웠다. 클러치 히터의 상징인 미스터 옥터버에서 빗댄 문구였다.

시리즈는 2승2패로 원점으로 돌아갔다. 운명의 5차전. 선발 미겔 바티스타의 예상 밖 호투로 디백스는 2-0으로 앞서 나갔다. 브렌리 감독은 9회 말 클로저 김병현을 호출했다. 선두타자 스위치히터 포수 호르헤 포사다가 좌측 2루타로 출루했다. 다음 타자 셰인 스펜서는 3루 땅볼로 처리했다. 주자 3루 진루도 막았다. 대타 우타자 노블락을 삼진으로 처리해 2사 2루가 됐다.

그러나 8번 타자 스콧 브로셔스는 볼카운트 1-0에서 2구째를 강타해 좌월 동점 투런 홈런을 장식했다. 김병현은 마운드에서 털썩 주저앉았다. 오히려 동료들은 22세의 김병현을 격려해줬다. WS 사상 2경기 연속 마무리 투수의 블로운 세이브다. 브로셔스는 포스트시즌 타율 0.143으로 부진했었다. 결국 5차전은 연장 12회 알폰소 소리아노의 끝내기 안타로 양키스가 3-2로 승리, 시리즈를 3승2패로 역전시켰다. 두 팀은 홈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월드시리즈를 결정짓는 순간 김병현이 밀러를 끌어 안으며 환호하고 있다. 스포츠서울DB 2001.10.21.


◆ 안방 불패

시리즈가 다시 사막으로 돌아온 뒤 디백스는 6차전에서 양키스 마운드를 초토화했다. 랜디 존슨을 앞세워 홈런 없이 22안타를 퍼부어 15-2로 대승을 거두며 7차전으로 승부를 몰고 갔다. 존슨은 선발 7이닝을 던졌다.

7차전 선발은 양키스 로저 클레멘스, 디백스 커크 실링. 디백스는 6회 대니 바티스타의 적시 2루타로 선취점을 뽑아 1-0으로 앞서 나갔다. 그러나 양키스는 곧바로 반격을 펼쳐 티노 마르티네스의 안타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8회에는 선두타자 알폰소 소리아노가 실링으로부터 역전 홈런을 터뜨려 2-1로 전세가 뒤집어졌다.

8회 실링을 구원한 바티스타가 한 차자를 상대한 뒤 마운드는 전날 선발로 등판한 존슨이 넘겨받았다. 존슨은 8,9회 4타자를 1삼진으로 퍼펙트 처리하고 운명의 9회 말을 덕아웃에서 지켜봤다. 2-1로 앞선 양키스 조 토리 감독도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를 8회부터 투입됐다. 양 팀 모두 배수의 진을 치고 맞섰다.

9회 말 선두타자 좌타자 마크 그레이스가 중전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포수 데이만 밀러의 땅볼 타구를 투수 리베라의 송구 실책으로 무사 1,2루가 됐다. 9번 투수 존슨 타석에 대타 제이 벨은 보내기 번트를 시도했으나 3루 주자가 포스아웃돼 1사 1,2루가 됐다. 하지만 톱타자 토미 워맥이 우측 선상 2루타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계속된 1사 2, 3루에서 리베라는 유격수 크레이그 카운실에게 몸에 맞는 볼로 만루를 허용했다. 1사 만루 볼카운트 2-2에서 곤살레스는 양키스 내야진이 전진한 수비한 유격수 뒤쪽에 끝내기 안타를 떨어뜨려 3-2로 애리조나의 우승으로 돌아갔다.

2001년 뉴욕 양키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월드시리즈 7차전은 양 팀의 마무리 김병현과 마리아노 리베라가 블로운세이브를 범하면서 MLB 역사에 남는 명승부로 기록되고 있다.

2001년 WS MVP는 애리조나의 쌍두마차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이 동시에 수상했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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