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곳 없어요"… 데이터센터 투자처로 급부상 한 한국

CBS노컷뉴스 김나영 기자 2023. 10. 26.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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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데이터센터 공실률 4%, 세계 2위
홍콩, 싱가포르→대한민국…데이터센터 수요 이동
해남, 춘천 등으로 데이터센터 지방 분산 가속화
데이터센터 증감 추이.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제공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기술 등 미래 첨단 먹거리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 센터의 아시아 입지로 한국이 각광 받고 있다. 'K-데이터 센터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너도나도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면서 2021년 162곳이었던 데이터센터는 2022년 187곳으로 1년 만에 약 15% 증가했다.

한국, 데이터센터 주요 투자 국가로 급부상


2023년 1분기까지 국토교통부에 인허가 혹은 착공 신고를 완료한 데이터센터 시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제공

4차 산업혁명의 흐름과 함께 처리해야 할 데이터 용량이 커지면서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기준 국내 데이터센터의 공실률은 4%로 싱가포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수요가 크다는 뜻이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센터 강국인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빠져나온 수요가 지리적으로 가깝고 인프라가 구축된 국내로 몰리면서 국내외 투자자들이 신규 데이터센터 건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시장 세계 1위 업체인 에퀴닉스는 한국에 두 번째 데이터 센터를 개소한다고 지난 3월 밝혔다. 에퀴닉스는 30여 개국에서 240여 개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2019년 서울 상암동에 첫 번째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업체들도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오는 11월 아시아 최대 규모의 기업 자체 데이터센터인 '각 세종'의 가동을 앞두고 있으며, 카카오는 안산 데이터센터를 내년 1월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하지만 신규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과밀화 현상 또한 동시에 심화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의 존 프리처드 데이터센터 총괄 이사는 "한국의 강력한 디지털 경제와 인프라 네트워크 등 다양한 요인이 시장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면서도 "서울 및 수도권에서 충분한 전력 용량과 올바른 광케이블 연결을 갖춘 적합한 부지를 찾는 것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데이터센터, 좁은 대지에 높이 더 높이…


전체 데이터센터 분포도.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제공

2022년 국내 데이터센터 187개소 중 56.1%인 105개소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구축될 신규 데이터센터까지 감안하면 수도권 과밀화는 더 심화될 전망이다. 2023년 1분기에 서울, 경기, 인천에 신규 건축 허가를 받은 데이터 센터가 7개소며, 착공 신고를 완료한 곳도 5개소에 달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9년까지 데이터센터 입지의 82.1%, 전력 수요의 80.6%가 수도권에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도권이 데이터센터 부지로 각광받는 이유로 △이커머스(e-commerce)의 발달 △지리적 접근성 △글로벌 투자처로의 위상 등이 꼽힌다.

쿠시먼의 존 프리처드 이사는 "한국은 많은 거래가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싱가포르나 홍콩과 같은 다른 시장과 비교했을 더 우수한 토지 접근성, 훨씬 더 많은 인구, 인상적인 성장 궤적 등이 더해져 한국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요 글로벌 연기금 및 국내 펀드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화는 설계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도권의 좁은 부지와 높은 지가를 감당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건물을 10층까지 올리기도 하고 최근에는 기업용, 클라우드용, 인공지능용 서버를 복합적으로 설계해서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다층 설계를 적용하는 추세다.

데이터센터 수도권→지방…이전 가속화


데이터 센터의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관련 정책도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월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완화 방안을 발표하고, 수도권에 약 6천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인 5MW 이상의 과도한 전력 사용을 필요로 하는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려는 경우 전기 공급을 거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수도권에 데이터센터의 무분별한 건립을 막아 전력계통 혼잡을 막고 데이터 센터에 사고가 발생했을 때 모든 기능이 셧다운 되는 재난적 상황으로 번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2022년 10월 데이터 센터에 화재가 발생해 카카오톡·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 등 관련 서비스가 모두 중단되며 IT·메신저·금융 등 일상생활 지장을 초래했다.

지역에 보조금 등을 지원해서 데이터센터를 지역으로 분산하겠다는 정책도 내놨다.

데우스시스템즈 류기훈 대표는 "2년 내에 데이터센터의 지방 분산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일본의 경우 데이터센터를 홋카이도 쪽으로 보내는 추세며, 유럽은 북극에 인접한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에 열기를 잡는 냉각 시스템 운영이 필수적인데, 외부 온도가 낮으면 열을 낮추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7년 춘천을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로 지정해 친환경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춘천 소양강 댐에 있는 심층수의 연중 온도가 5~6인데, 이 심층수로 데이터센터의 열기를 낮출 수 있다.

지방의 낮은 지가와 지리적 환경을 고려하면 경제성이 뛰어난 데이터센터 입지 후보군을 찾아볼 수 있다.

류 대표는 "수도권 대비 비수도권의 땅값이 50분의 1 수준"이라며 "낮은 지대가 데이터센터의 원가로 반영되기 때문에 경제성 분석을 했을 때도 수도권 대비 지역이 유리한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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