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7년만에 최고…빚으로 버틴 기업들, 올해 실적도 캄캄
작년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 비중 42.3%
금리인상으로 이자율 큰 폭 증가한 영향
올해 기업실적도 어두워…2분기 기준 낙제점
기업심리지수, 20개월 연속 기준선 하회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감당하지 못한 ‘한계기업’이 전체의 42.3%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국내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지난 2015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주요국들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 등 대외 불확실성마저 커지며 국내 기업들의 경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인 기업의 비중이 42.3%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9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이자보상비율은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100% 미만이면 이자비용보다 영업이익이 더 작다는 의미다.
한계기업 비중이 늘어난 것은 금리인상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지난해 1년 동안 기준금리를 225bp(1bp=0.01%포인트) 올렸다. 지난해 전체 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348.6%로 한 해전(487.9%) 보다 큰폭 하락했다.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악화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15.1% 증가하는데 그쳐 2021년(17.0%)대비 축소됐다. 제조업 전체 매출 증가율은 2021년 18.1%에서 지난해 14.6%로 낮아졌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매출증가율은 각각 14.6%, 15.4%으로 한 해전(18.1%, 16.2%)보다 모두 감소했다. 제조업은 유가 상승에 따라 석유정제·코크스, 자동차가 선방했지만, 화학물질·제품(28.1%→17.8%), 1차 금속(36.0%→11.9%) 등이 부진했다. 비제조업은 서비스업(18.8%→13.2%) 둔화가 두드러졌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15.5%→15.5%)이 전년 수준을 유지했으나, 중소기업(19.2%→14.4%)은 매출액 증가율이 큰폭 하락했다.
기업들의 경영 상황은 올해도 암울하다. 지난달 한은이 발표한 ‘2023년 2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 2만2962개의 2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4.3%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이 역성장한 것은 2020년 4분기(-1.0%) 이후 처음이다. 수익성 지표 악화도 뚜렷했다. 전체 조사 대상 기업의 2분기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3.6%로 지난해 2분기(7.1%)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세전순이익률도 6.0%를 기록해 1년 새 1.2%포인트 낮아졌다.
기업들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기업심리지수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최근 수출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사태와 주요국의 긴축 장기화 기조 등의 여파로 불확실성이 짙어진 양상이다. 이날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매출액 기준 600개 기업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11월 BSI 전망치는 90.1로 집계됐다. BSI 전망치는 지난해 4월(99.1)부터 기준선 (100)을 20개월 연속 하회하고 있다. 기업들의 부정적 전망이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미 증권가는 실적 눈높이를 하향하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3분기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8월 말 44조5226억원에서 현재 43조5931억원 수준으로 10.16% 낮췄다.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같은 기간 2.3% 감소한 42조1325억원 수준이다.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005930)의 영업이익은 2조134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88% 감소했다. 연초만 해도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 개선’이 나타날 것이라 기대됐지만, 글로벌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며 내년께나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이란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3분기 영업이익이 7312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경영 컨퍼런스콜에서 유럽과 중국의 전기차 수요 둔화, 리튬과 니켈 등 주요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4분기 대외적 어려움이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3분기 그리고 내년도 주당순이익(EPS) 전망 변화를 보면 하향되는 기업들이 더 많은 상황”이라며 “고금리 경계감이 높아지고 증시의 변동성 확대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상렬 (lowhigh@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경찰, 이선균→지드래곤 추가 마약 입건…"신속히 수사할 것"
- 전청조 “아이 생겨 혼인신고 했다...돈 필요해” 녹취록 나와
- ‘키 크는 주사’ 1년에 1000만원...“효과 확인 안 돼” 날벼락
- 국감 등장한 ‘탕후루’…“영양성분표시 할 것, 건강 생각하겠다 ”
- 중국서 ‘돼지고기’로 둔갑한 고양이 고기...“1000마리 구출”
- “눈 깜빡일 때마다 보고해” “신음 소리 좀”…해병대 선임의 최후
- “이태원 참사 키워”…핼러윈에 ‘이 복장' 입었다간 징역형
- “9시-5시 근무 힘들어” 펑펑 운 美틱톡커
- 고추물 먹이고 쇠파이프 구타…학대로 품은 2살 입양아[그해 오늘]
- 애리조나, '김병현 마무리 시대' 이후 22년 만에 WS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