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짜 뉴스로 사익까지 챙길 수 있는 한국 의원의 특권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 장관의 ‘청담동 술자리’ 허위 의혹을 제기했던 김의겸 민주당 의원에 대해 면책특권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가짜 뉴스를 퍼뜨려 다른 사람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해 놓고 국회의원 특권을 앞세워 처벌을 면한 것이다.
김 의원은 작년 10월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이 로펌 변호사 30명과 서울 청담동 고급 바에서 새벽까지 술자리를 갖고 노래를 부르며 놀았다”고 주장했다. 누가 들어도 이상한 이런 비상식적인 주장을 하려면 먼저 사실 관계를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제보자들에게 확인도 하지 않았다.
결국 명백한 가짜 뉴스로 판명 났다. 일반인이라면 처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김 의원과 함께 같은 주장을 해 고발된 유튜브 대표는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하지만 김 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한 발언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는다’는 헌법상 면책특권 때문에 제외됐다. 군사 정권 시절 의원의 국회 발언을 보호하려고 만든 헌법 조항이 가짜 뉴스 책임을 피하는 데 악용된 것이다.
김 의원은 제대로 사과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강성 지지층에게 후원금을 받아 1억5000만원 한도를 채웠다. 문제의 유튜브도 슈퍼챗 등으로 돈을 벌었다. 비례대표인 김 의원은 전북 군산 지역에 출마한다며 사무실도 냈다. 민주당 공천을 받는다면 가짜 뉴스를 퍼뜨린 ‘공’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김 의원의 가짜 뉴스는 한두 개가 아니다. 주한 EU 대사가 윤 정부 외교 정책을 비판했다고 거짓 브리핑을 했다. 한동훈 장관이 이재명 대표 수사를 위해 미국 검찰을 방문했다고 했지만 전혀 근거가 없었다. 김건희 여사가 2016년 전시회 개막 축사를 무속인에게 맡겼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었다. 민주당 당무위가 이 대표의 당직 유지를 만장일치 찬성했다고 했지만 거짓이었다. 이 대표 영장전담판사가 한 장관과 서울대 법대 동기라는 거짓 주장도 했다. 하지만 아무 책임을 지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때 국회의원 면책특권 포기를 공약했다. 그런데 약속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헌정사상 면책특권을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민주당은 가짜 뉴스나 괴담 유포에 아무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다. 무슨 거짓을 주장해도 무조건 지지하는 지지층이 있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독일은 면책특권에 단서 조항을 달아 ‘중상적 모욕’은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필요한 제도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