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예계선 연이은 마약 추문, 대학가선 마약 광고까지
서울과 경기 일대 대학가에서 액상 대마 광고 수백 장을 살포한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명함 크기의 이 광고엔 ‘영감이 필요한가? 한 모금만 들이켜면 맛 간다’ 등의 내용이 영어로 적혀 있었다고 한다. 지난 4월 서울 강남 학원가에 필로폰 등이 섞인 ‘마약 음료’가 배포되더니 대학 캠퍼스에 마약 광고까지 뿌려진 것이다. 마약이 얼마나 공공연하게 일상으로 퍼져가는지 보여준다.
마약 사범 증가세도 확연하다. 올 8월까지 경찰에 검거된 마약 사범은 1만2700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작년의 1만2387명을 벌써 넘어섰다. 정부가 작년 10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영향도 있겠지만 그만큼 마약이 우리 주변에 많이 퍼져 있다는 의미다. 얼마 전엔 캄보디아·태국 등 6국 밀수 조직과 연계해 마약을 국내에 유통한 범죄 조직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한때 마약 청정국이었던 한국이 이젠 해외 마약 조직이 노리는 소비처가 됐다.
과거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사건도 연이어 터지고 있다. 지난 8월엔 ‘마약 모임’에 참석한 경찰관이 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졌고, 약물에 취한 외제차 운전자가 인도로 돌진해 행인을 뇌사에 빠뜨렸다. 지난 6월엔 필로폰을 투약한 10대 승객이 비행기 비상문을 강제로 열려다 붙잡힌 일도 있었다. 배우 유아인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기소된 데 이어 최근엔 배우 이선균씨와 K팝 스타인 지드래곤도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시중의 화제에 ‘마약’이 연일 등장하는 자체가 이례적이다.
특히 심각한 것은 집에서 소셜미디어로 마약을 피자 한 판 값에 구매하는 것도 가능해지면서 10~20대 마약 사범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올해 마약 사범 중 20대가 3731명으로 가장 많았고, 10대도 659명으로 작년의 배 이상 늘었다. 마약을 막을 ‘골든 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은 마약 사범이 다른 사람의 마약 범죄를 진술하면 형벌을 감면해주는 ‘리니언시’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필요하겠지만 그런 수준만으론 마약을 막기 어렵게 된 상황이다.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검찰·경찰·관세청·해경 등으로 나눠져 있는 마약 수사 체계를 일원화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마약수사청’ 설립도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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