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어때] 은퇴한 미야자키 하야오를 다시 일으킨 소설, 금서로 지정됐던 까닭은?
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백수진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17번째 레터는 바로 어제 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이하 ‘그대들’)’입니다.
82세 미야자키 옹이 은퇴를 번복하고 내놓은 10년 만의 복귀작으로 화제가 됐죠. 언론에 미리 공개하는 사전 시사회도 열지 않는 ‘무(無) 마케팅’ 전략 탓에 더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는데요. 저도 개봉 당일 아침 부랴부랴 보고 왔답니다.
솔직히 재밌다곤 못하겠습니다. 영화 중간 중간 하품하는 관객들이 보였습니다. “영화는 무조건 오락이지!”라고 생각하신다면 굳이 보러 가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CG 없이 인간이 손으로 그린 애니메이션이 다다를 수 있는 경지를 보고 싶다면, 그동안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사랑해온 팬이라면 볼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미야자키 감독은 AI가 뚝딱 만들어낸 애니메이션을 보고 “인간의 고통이란 걸 모르고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생명에 대한 모욕으로 느껴진다”며 독설을 퍼붓기도 했죠. 7년의 제작 기간을 들여 CG 없이 손으로 그린 이번 애니메이션에선 꼬장꼬장한 고집에서 나오는 장인 정신이 느껴졌습니다. 저 역시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자라온 사람으로서 미야자키 감독의 예술혼에 대한 존경 차원에서 티켓 값이 아깝진 않았습니다.
영화는 미야자키 감독이 어린 시절 보고 큰 감동을 받았던 소설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습니다. 캐릭터와 줄거리는 미야자키 감독이 새로 만들어냈지만, 원작의 주제 의식을 가져왔달까요.
원작 소설은 1930년대 만주사변 이후 일본 군국주의에 대한 반성을 담아 만들어졌습니다. 열다섯살 소년 ‘코페르’가 외삼촌과 주고받는 편지 형식으로 주인공은 외삼촌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온 세계 사람들이 서로 친한 친구처럼 사이좋게 지내는 그런 세상이 오면 좋겠어요. 인류는 지금껏 발전해 왔으므로 머지않아 틀림없이 그런 세상이 올 거라고 믿어요.”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언론과 출판의 자유는 제한됐고,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이 소설은 금서로 지정됐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나서야 다시 출판될 수 있었고 80년 넘는 세월 동안 청소년 고전으로 사랑받았죠.
평생 자신의 애니메이션에 반전(反戰)·평화의 메시지를 담아온 미야자키 감독은 어릴 적 읽은 이 소설의 영향을 크게 받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영화 역시 전체주의, 군국주의에 대한 비판이 묻어납니다. 아름답고 풍요로운 세계를 만들어달라는 다음 세대를 향한 부탁도 담겨 있고요.
다소 난해하고 철학적인 이야기로도 또 한 번의 일본 애니메이션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좀 더 자세한 리뷰는 이 기사에 담았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10년 만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그럼 저는 또 다른 영화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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