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피스킨병 확산… 한우 도매가, 1주새 13% 올라 2만원대로
소 바이러스성 전염병인 ‘럼피스킨병’이 확산하면서 한우 평균 도매가격이 일주일 새 13% 치솟았다. 같은 기간 소비자가격도 8%가량 뛰었다. 한동안 안정세를 유지하던 한우 가격이 전염병 확산으로 들썩이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지난 20일 충남 서산에서 국내 첫 럼피스킨 발병이 확인된 이후 25일 오후 7시 기준 전국 농장 34곳에서 확진 사례가 나왔다. 초기에는 발병 지역이 충남 서산과 당진, 경기 김포와 평택 등 서해안에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충북 음성과 강원 양구 등 서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까지 확산됐다. 여기에 전북 부안군의 한우 148마리를 키우는 농가에서도 럼피스킨병이 발생하며 남부지방으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확진 농가에서 인근 농가로 전염되는 ‘수평 전파’가 아닌 ‘동시 발병’ 상황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바이러스가 이미 전국 곳곳에 유입돼 있던 상태에서 잠복기를 지나 동시다발적으로 발병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러스 발생 지역이 넓어지면서 한우 수출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등 경제적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주일 새 도매가 13%, 소비자 8% 뛰어
25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24일 기준 한우 고기 도매가격은 1㎏당 2만53원을 기록했다. 럼피스킨병 발생 이전인 일주일 전(1만7723원)보다 13.1% 비싸진 것이다. 한우 도매가격이 ㎏당 2만원을 넘은 건 작년 10월 12일(2만185원)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1등급 한우 등심 소비자가격은 1㎏당 10만250원으로 일주일 전(9만2760원)보다 8.1% 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방역 차원에서 일시 이동 중지 명령을 내린 영향으로 소가 도축장으로 출하되지 못해 단기적으로 공급량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전국 축산 시설 종사자와 차량 등에 대해 48시간 동안 일시 이동 중지 명령을 내렸고, 이후 추가 발생 지역에 이동 중지 명령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는 전북 지역에 일시 이동 중지 명령이 내려져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하루 평균 소 4500~6000마리 정도가 출하되는데, 이동 제한으로 지난 23~24일 하루 3500마리 정도가 출하됐다.
정부는 “살처분하는 소 마릿수가 미미한 수준이라 장기적으로 가격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국에서 기르는 한·육우, 젖소 등이 총 400만마리인데 현재까지 약 1700마리(0.04%)가 살처분 대상이다.
◇전국 곳곳에서 동시 발생… 한우 수출에도 직격탄
다만 전국 곳곳에서 발병 사례가 터져 나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통상 구제역과 같은 가축 전염병은 농가에서 인근 농가로 수평 전파가 이뤄지지만, 이번 럼피스킨병은 양상이 다르다. 권재한 농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은 “충남 서산의 1호 감염 농장을 검사한 결과 지난달 중순쯤 이미 병이 나타났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바이러스가 이미 전국 곳곳에 퍼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북 부안에서도 럼피스킨병 발생 농가가 나오며, 영남과 호남 내륙 지역에도 방역 경고등이 켜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영·호남을 포함해 전국 여러 지역에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유한상 서울대 교수(수의학과)는 “럼피스킨병 바이러스는 분뇨에서도 1~2달은 살아남을 정도로 끈질겨 의심 농가를 폭넓게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바이러스 확산으로 홍콩행 한우 수출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9일까지 해외로 수출한 한우는 총 50.2톤이다. 그중 32.1톤이 홍콩 수출 물량으로 전체의 64%를 차지한다. 럼피스킨병 발생 자체만으로 수출길이 막히지는 않는다. 다만 홍콩은 ‘지역화’ 조건을 두고 있어 럼피스킨병이 발생한 지역(시·도)에서 도축하거나 포장한 소는 수출할 수 없다. 홍콩으로 가는 한우 수출 작업장은 전국에 총 31곳이다. 25일 오후 7시 기준 수출 작업장 31곳 중 15곳은 홍콩으로 가는 수출 물량을 처리할 수 없게 됐다.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확산할 경우 수출 작업에 제동이 걸리는 작업장은 더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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