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만기 예금이 1년 예금보다 이자 더 주네

김지섭 기자 2023. 10. 2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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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작년과 달리 만기 분산시키려고 해… 금리 역전 현상

주부 김모(65)씨는 최근 한 시중은행의 6개월 만기 정기예금에 여윳돈 4000만원을 맡겼다. 평소 1년 단위로 정기예금에 가입했으나, 이번엔 만기를 짧게 했다. 6개월 만기 최고 금리(연 4.05%)가 1년 만기 최고 금리(연 3.95%)보다 0.1%포인트 더 높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자 차이가 크진 않지만 1년씩 돈이 묶이는 것보다 손해 안 보고 짧게 맡기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시중은행에서 6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1년 만기 금리보다 높아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통상 은행은 만기가 길수록 고객의 돈을 오래 묶어두는 만큼 6개월 만기 예금보다는 1년 만기에 이자를 더 얹어준다. 은행의 안정적인 자금 운용이란 측면에서도 만기가 6개월 이하인 예금보다 만기가 1년인 예금이 많이 들어오는 게 유리해서 1년 만기 이자를 높게 매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상식에서 벗어난 ‘예금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백형선

◇만기가 짧은데 금리가 더 높다?

25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 중 금리 역전이 일어난 곳은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이다. KB국민은행의 ‘KB스타정기예금’은 6개월 만기 금리(최고우대금리 기준)가 연 4.08%로 1년 만기 금리(연 4.05%)보다 0.03%포인트 높다. NH농협은행의 ‘NH왈츠회전예금II’도 6개월 만기(연 4.05%)가 1년 만기(연 3.95%)보다 이자를 0.1%포인트 더 받을 수 있다. 역전까진 아니지만 6개월과 1년 만기 금리가 같아진 예금도 적지 않다.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연 4.05%)’을 비롯해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연 4.05%)’,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연 4.0%)’, 케이뱅크의 ‘코드K정기예금(연 4.0%)’이 6개월과 1년 만기의 금리가 같다. 은행들은 이달 들어 6개월·1년 만기 예금의 금리 정책을 바꿨다.

한편 만기가 2년이나 3년으로 길어지면 은행 입장에서도 금리 불확실성이 너무 커지는 것이어서 1년 만기 예금보다 이자를 꼭 더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1년 만기 상품보다 이자를 적게 주는 2~3년 만기 상품도 있다.

그래픽=백형선

◇만기 ‘분산’하는 은행들

좀처럼 보기 드문 금리 역전의 배경에 대해 은행들이 의도적으로 ‘예금 만기 분산’ 전략을 편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9월 레고랜드 사태가 터져 시장에 돈줄이 마르면서 은행채 발행이 어려워지자 은행들은 앞다퉈 연 4~5%대 고금리 예금을 출시해 여윳돈을 대거 빨아들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9~12월)에만 예금 등 은행 수신 잔액은 25조원 넘게 급증했다. 하지만 최근 만기가 일제히 돌아오면서 은행들은 대규모 자금 유출 압박을 받고 있다. 고금리로 유치한 자금을 또다시 고금리로 붙잡아야 하는 ‘악순환’이다. 이 고리를 끊기 위해 정기예금에서 1년 만기 비중을 줄이고, 6개월 만기 비중을 늘리는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것이 시중은행들의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년 만기 상품이 중심이 되는 것은 변하지 않지만 3개월, 6개월 등의 만기도 늘려놔야 위험 관리가 수월하다”며 “시장 금리가 앞으로 수개월 내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어서 무리해서 1년 만기 예금을 늘리지 않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예금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의 6개월 만기와 1년 만기 금리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6개월·1년 만기 예금 이자가 뒤집히거나 같아지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4일 기준 6개월 만기와 1년 만기 은행채(신용등급 AAA) 금리는 각각 연 4.112%, 연 4.056%로 0.056%포인트의 차이가 난다. 이는 1년 전 격차(0.556%포인트)보다 0.5%포인트나 좁혀진 것이다.

◇짧은 만기 선호하는 투자자들

은행들은 6개월 만기 예금의 금리를 올려 돈을 짧게 굴리길 원하는 고객들을 붙잡으려는 측면도 있다. 최근 시장 금리 상승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이자 투자자들은 현재 금리로 1년 이상 돈을 묶어두는 것보다 6개월 이하로 맡기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소위 ‘방망이를 짧게 잡는’ 재테크를 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하반기(지난 8월 기준) 만기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잔액 증가율은 12.1%로 전체 정기예금 증가율(2.7%)의 4.5배에 달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 어디에 돈을 넣을지 모르는 고객들이 짧게라도 이자를 벌려고 6개월 만기 상품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짧은 만기 예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3개월 미만 초단기 금융 상품도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카카오뱅크는 31일간 매일 돈을 부으면 최고 연 8% 이자를 주는 ‘한달적금’을 출시했다. OSB·아산·스타·오투·흥국 등 일부 저축은행들도 6개월 만기 예금 이자를 1년 만기 예금보다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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