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반대주주의 주식, 매수 자금 준비돼있다”

황규락 기자 2023. 10. 2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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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회견… ‘3사 합병’에 자신감
셀트리온그룹 서정진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2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3사 합병으로 내년 매출 3조5000억원을 달성해 종합 제약회사로 도약하겠다”면서 “자체 개발, 자체 생산, 110여 국 직판에 더해 합병을 통한 원가 경쟁력과 불확실성 해소로 시너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이 성사된 만큼 내년 셀트리온제약까지 3사 합병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신약과 바이오 시밀러(복제약) 20여 개를 앞세워 2030년 매출 12조원을 거두겠다는 장기 목표도 제시했다.

서 회장은 이번 합병의 걸림돌로 여겨지는 주식 매수 청구권 행사에 대해서도 낙관했다. 주식 매수 청구권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 측에 자신의 주식을 정당한 가격에 사도록 요구할 권리다. 많은 주주가 권리를 행사할수록 회사가 매수할 주식이 많아지는 만큼 부담도 커진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식 매수 청구권 행사 가격은 각각 15만813원, 6만7251원이다.

하지만 주가가 주식 매수 청구권 행사 가격을 밑돌면서 셀트리온 2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주식 매수 청구권 확보를 이유로 합병 기권 의사를 밝혔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이 제시한 주식 매수 청구권 한도는 1조원이지만 국민연금 지분은 이를 훌쩍 넘는 1조5000여 억원”이라며 “주가가 오르지 않을 경우 셀트리온이 주식 매수를 위해 과도한 자금을 지출하면서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했다. 서 회장은 “대응할 수 있을 만큼의 자금이 준비돼 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합병으로 ‘분식회계’ 꼬리표 제거

셀트리온그룹은 이번 합병을 통해 분식회계와 일감 몰아주기 등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각종 논란을 떼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각각 의약품 생산과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생산한 의약품을 셀트리온헬스케어에 판매해 매출을 올리고,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이를 시장에 공급해 매출을 낸다. 이때 남는 의약품은 재고로 쌓이며 매출로 기록되는데, 이렇게 매출이 중복되면서 분식회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나서면서 거래정지 위험까지 몰리기도 했지만, 결국 ‘고의성 없음’으로 결론 났다. 서 회장은 “합병으로 기존 잡음을 끊어버릴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가진 불확실성 때문에 해외 펀드 중 투자하지 않았던 곳이 생각보다 많이 있어서 합병이 완료되면 이런 면에서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김하경

셀트리온그룹은 의약품 개발과 판매 일원화로 원가 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신약 연구·개발(R&D) 등을 위한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해외 시장점유율 확보에도 나선다는 전략이다. 3사 합병을 완료한 뒤에는 지주회사인 셀트리온홀딩스 상장도 추진한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가 상장하면 자체 자금과 기관 투자자를 모아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에 투자하는 투자회사로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그래픽=김하경

◇지배구조 단순화… 승계 필수 관문

셀트리온그룹은 출범 당시 서정진 회장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을 가지고 각 회사를 거느리는 구조였다. 하지만 합병 절차가 완료되면 지주회사인 셀트리온홀딩스를 중심으로 ‘서정진-홀딩스-3사 합병 회사’로 단순해진다. 셀트리온 그룹이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배경에는 승계 문제도 있다. 현재 서 회장의 큰아들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둘째 아들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 의장을 각각 맡고 있지만 두 사람 모두 셀트리온 그룹 지분이 없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서 회장은 회사 초기만 해도 지금처럼 그룹 규모가 커질 것이라 예상하지 못해 지분 승계를 하지 않았다”며 “향후 2세 승계가 이뤄지는 시점에 상속세 등 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일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서 회장은 “예상되는 상속세가 6조~7조원인데 세법이 바뀌지 않는 한 그 정도 세금을 내면서 승계는 못 한다”고 했다. 서 회장은 두 아들에게 경영을 맡기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지만, 바이오 업계에서는 이사회 등을 통해 두 아들이 지속적으로 그룹 의사 결정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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