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청소년 중독시킨다” 美 41개주 집단소송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공룡 메타가 미국 41개 주(州)정부의 집단소송을 당하게 됐다. 이용자들을 소셜미디어에 장기간 붙잡아 놓기 위해 의도적으로 중독성이 강한 시스템을 설계, 어린이와 청소년 이용자들의 정신 건강에 돌이킬 수 없는 해악을 끼쳤다는 이유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 같은 대규모 소송은 보기 드문 초당적 합의가 없었다면 불가능하다”라고 했다.
24일(현지 시각) 캘리포니아와 콜로라도 등 33개 주정부는 메타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자사 플랫폼에 중독되게 만들었다며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워싱턴DC 등 8개 주도 같은 이유로 각각의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소송을 주도한 콜로라도주 법무장관 필 와이저는 기자회견에서 “메타는 담배·전자 담배 업체처럼 대중의 건강을 희생하며 이익을 극대화하기로 결정한 기업”이라고 했다. 주정부들은 법원에 금전적 배상과 함께 청소년에게 해악을 끼치는 메타의 주요 알고리즘을 강제로 제거해달라고 요청했다.
◇주정부, 메타의 해악 조목조목 지적
이번 소송은 지난 2021년 나온 내부 고발에서 시작됐다. 전 메타 수석 제품 매니저였던 프랜시스 하우건은 내부 문건을 촬영한 사진 수백장을 공개하며 “메타는 10대 청소년들의 정신·신체 건강에 소셜미디어가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오히려 중독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WP는 “이번 소송은 2년 전 내부 고발의 정점”이라며 “주정부가 제출한 233페이지 분량 고소장은 메타가 어떻게 조직적인 전술을 사용해 어린이와 청소년을 플랫폼으로 유인했는지 자세하게 그려냈다”고 전했다.
주정부는 메타가 오직 금전적 이익 극대화만을 목표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메타는 전체 매출의 98%가 광고 수익인 기업이다. 이용자가 소셜미디어에 오래 체류할수록 광고 노출이 더 많아지고, 수익도 늘어난다. 이 때문에 갖은 방법을 활용해 이용자들을 플랫폼에 중독시켰다는 것이다.
주정부는 소장에서 ‘도파민을 조종하는 추천 알고리즘’을 중독성의 원인으로 꼽았다. 각 이용자가 어떤 게시물을 주의 깊게 읽었는지, 어떤 키워드를 검색했는지, 어떤 내용에 ‘좋아요’를 눌렀는지와 같은 데이터를 종합해 흥미를 가질 만한 게시물을 끝없이 추천해준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 2016년 도입한 ‘무제한 스크롤’ 기능은 다른 인터넷 사이트와 달리 화면을 밑으로 계속 내리면 끊임없이 새로운 게시물이 뜨도록 했다. 이용자가 앱을 끄는 시간을 최대한 늦추게 만드는 수법이다. 게시한 지 24시간이 지나면 볼 수 없는 ‘스토리’나 실시간 시청만이 가능한 ‘라이브’는 청소년들의 유행에 뒤처지기 싫어하는 심리를 자극해 습관적으로 소셜미디어를 열게 만든다.
내 글에 ‘좋아요’와 댓글이 달린 것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푸시 알림’도 문제로 지적됐다. 주정부들은 이 같은 알람이 ‘비정기적인 심리적 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도박 또는 슬롯머신과 같은 기능을 한다고 했다.
소셜미디어에서 게시물 ‘좋아요’ 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기본 설계도 문제다. 어린이나 청소년들 사이에서 좋아요를 많이 받는 것에 대한 비뚤어진 동경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과도하게 마른 몸매를 갖기 위한 거식증을 일으키거나, 자신의 외모를 비관해 자해를 하는 경우도 실제로 일어난다.
◇점점 더 정교해지는 메타 알고리즘
뉴욕타임스는 “메타는 소송을 기각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메타 대변인 리사 크렌쇼는 이날 성명을 통해 “10대들이 많이 사용하는 앱에 대한 명확한 표준을 만들기 위해 기업과 생산적으로 협력하는 대신, (소송을) 선택한 것에 대해 실망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용자를 겨냥한 메타의 알고리즘은 더 정교해지고 있다. 월가는 메타가 올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1% 늘어난 매출 336억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메타가 올해 자사 광고 사업에 맞춤형 광고 등 광고 노출을 더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인공지능(AI)을 적용하면서, 광고 수익이 전년 대비 20% 넘게 급등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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