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현장] ‘먼저 온 부산’ 영도의 부활을 위하여
국제신문은 올해 신년기획 시리즈와 76주년 창간기획 시리즈를 통해 일자리 감소와 인구유출·고령화로 소멸 위기에 직면한 부산 원도심의 미래 해법을 모색했다. 무대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하나의 섬으로만 이뤄진 단일 자치구, 부산 영도였다. 영도는 부산의 역사 생활 문화를 오롯이 보여주는 하나의 축소판이자 부산의 정체성을 간직한 곳이다. 명승지 태종대를 비롯해 최근 젊은층의 관광성지로 부상한 흰여울문화마을과 각종 커피숍 등으로 유명하지만 본래 영도구는 국내 조선산업의 메카이자 깡깡이로 대표되는 조선업 노동자들의 숨결을 간직한 조선 1번지였다.
하지만 영도는 안타깝게도 도시가 소멸하는 각종 문제가 총망라된 지역으로, 곧 부산 전체가 마주할 불편한 미래를 보여주는 곳으로 전락했다. 이에 국제신문은 ‘먼저 온 부산 미래, 영도’ 편을 통해 영도의 어제를 조명하고, 오늘을 진단한 뒤 미래를 제안했다.
국제신문은 나아가 영도를 중심으로 한 부산 원도심이 도시재생을 통해 부활하는 모델을 찾고자 ‘먼저 온 부산 미래, 영도’의 2편 격인 ‘밴쿠버에서 만난 영도의 미래’라는 기획 시리즈를 진행했다. 밴쿠버의 그랜빌 아일랜드는 1920년대부터 항구를 기반으로 중공업이 크게 발달했던 곳이다. 일자리를 찾아 몰려든 노동자들로 크게 번성하다가 1970년대 산업구조 개편 흐름에서 뒤처져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조선업 1번지로 번영을 누리다 지금은 ‘늙은 도시’가 돼버린 영도와 닮은 꼴이다. 국제신문은 그랜빌 아일랜드가 캐나다 연방정부와 밴쿠버 지방정부의 대대적인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거쳐 2000년대 나이아가라 폭포에 이어 캐나다 전체에서 두 번째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최고의 관광지로 자리매김한 것에 주목했다.
그랜빌 아일랜드의 자랑인 퍼블릭마켓은 버려진 조선소 건물을 리모델링한 곳이다. 넘치던 빈 건물과 공터를 어린이·청소년 교육·놀이시설로 탈바꿈했더니 이후 밴쿠버의 명문 예술학교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공방 수백 개가 입점했다. 과거 낡은 시설을 기반으로 그 흔적을 최대한 그대로 둔 채 건물 내외부를 ‘창의적 덧입힘’하고, 상업시설 위주의 단편적인 공간 배치를 지양하면서 복합 문화·상업지구로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국제신문은 이를 통해 영도구 내에서 그랜빌 아일랜드와 같은 도시재생을 진행할 수 있는 최적지로 봉래동 물양장과 조성 중인 커피특화거리가 있는 봉래나루로 등을 제시했다. 또 오래된 유산이 소중한 관광자원이 되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낡은 지역사회의 이미지만 부각시킨다는 메시지와 함께 낡고 녹슨 영도의 이미지를 걷어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부산시도 국제신문 기획시리즈 취지에 맞춰 영도구에 ‘로컬큐레이터센터’를 만들어 그랜빌아일랜드의 퍼블릭마켓과 같은 도시재생의 상징적 거점을 마련하는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도구는 국제신문의 도시재생 해법 제안과 관련, 그동안의 민간 투자 실적과 깡깡이예술마을 등 사업 내용을 반복할 뿐 새로운 비전이나 의지를 내비치지 않았다. 실적이라고 내놓은 것도 현 구청장 재임 이전에 추진됐거나 결정된 것이 대부분이다. 영도구가 도시재생 등 도심 소멸 대응에 있어 의지나 능력이 없음을 자인하는 것은 아닌지, 심지어 간절한 마음조차 엿볼 수가 없었으니 아쉽고 걱정스럽기만 했다.
도시재생은 그 어떤 분야보다 창의적 행정이 필요하다. 결국에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하기에 공직사회의 특성상 달갑지 않은 영역일 수 있다. 그래서 도시재생에서는 선출직인 단체장의 역할이 어느 분야보다 중요하다. 영도구는 예산과 인력 타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관리 위주의 행정으로 일관한다면 가뜩이나 인구 유출 등으로 활력을 잃은 지역의 미래가 더욱 암울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끝으로 국제신문은 영도를 테스트베드로 삼아 원도심과 서부산, 나아가 부산의 미래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2023년 기획시리즈의 취지를 이어가면서 부산의 자랑이자 뿌리인 영도의 부활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겠다. 굳세어라 영도여.
송진영 기획탐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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