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머리 소녀 이름 딴 ‘라푼젤 증후군’을 아시나요
야코프 그림과 빌헬름 그림은 지금의 독일 북부에 해당하는 프로이센에서 18~19세기에 걸쳐 활동한 동화 작가다. 둘은 형제고, 성이 그림(Grimm)이라서 흔히 ‘그림 형제’라고 부른다. 그림 형제 동화는 독일어 방언 조사 연구를 위해 수집한 유럽 각지의 전설, 민담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중 하나로 디즈니 만화로도 만들어져 유명해진 것이 동화 라푼젤이다.
라푼젤은 본래 뿌리 채소인 라푼쿨러스를 뜻한다. 동화는 아이를 원하는 부부가 라푼젤 먹는 것을 갈망했고, 마법사는 그것을 허락하고, 태어난 딸을 ‘라푼젤’이라고 이름 짓고 아이를 취한다. 마법사가 그녀의 옥탑방을 방문할 때, 라푼젤의 긴 머리를 밧줄로 쓰려고 “라푼젤! 머리카락을 내려”라고 말하는 대사가 유명하다. 라푼젤에 반한 왕자도 머리카락 밧줄을 이용해 라푼젤을 만난다. 머리카락이 사랑의 연결 고리였다.
그런데 이 라푼젤이 질병 이름으로도 쓰인다. 어린아이와 청소년 중에 정신 질환 일환으로 머리카락을 삼키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위장에 쌓인 머리카락은 실타래 공처럼 뭉치고 얽혀서 위장 또는 소장을 막아버린다. 나중에는 딱딱한 돌처럼 변해 모발석이 된다. 이런 현상을 라푼젤 증후군이라고 한다.
에세이집 <의학에서 문학의 샘을 찾다>를 쓴 유형준 한림대의대 내과 명예교수는 “새로운 질병이나 증후군을 처음 보고할 때 많은 의사들이 자기 이름을 써서 질병 이름의 시조(始祖)가 되고픈 환상이 있다”며 “이 병을 최초로 보고한 의사는 동화 주인공이 머리카락을 삼킨 적도 없는데, 질병에 머리카락을 연상시키기 위해 그림 형제 동화에서 이름을 따와 라푼젤 증후군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이 병은 습관적으로 머리카락을 뽑는 발모광(拔毛狂)이나 머리카락을 먹는 식모벽(食毛癖)과 연관이 있다. 머리카락이 아니더라도, 소화되는 음식이 아닌 것을 입으로 삼켜 먹으면 위장에 머물며 딱딱한 돌덩이가 된다. 소화기관을 막아서 장폐색을 일으킬 수 있다. 아이가 이물질을 삼켰다고 판단되면, 즉시 복부 엑스레이와 소아 내시경이 가능한 병원으로 데리고 가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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