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104] ‘모두가 천사라면’
예고 없이 어떤 노래가 불쑥 찾아올 때가 있다. 최근 문득문득 떠오르는 노래는 가수 전영이 1983년에 발표한 ‘모두가 천사라면’이다. 노랫말이 재미있어서 어린 시절에 흥얼거리곤 했던 노래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천사라면 날개가 달려 있겠지. 푸른 하늘 위로 새처럼 날은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천사라면 비행기도 필요 없는데. 우리 오빠처럼 뚱뚱한 사람들은 어떻게 날아다닐까”라는 익살스러운 내용이다. 소절마다 “하하하”의 웃음소리가 덧붙어 흥겹고 경쾌한 느낌을 자아낸다. 천사가 되어 하늘을 날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라 노래를 들으며 혼자 낄낄대곤 했다.
박건호가 작사한 이 노래는 원래 외국곡이다. 원곡은 스위스 출신의 아코디언 연주자 베르너 토마스(Werner Thomas)가 1957년에 작곡한 ‘The Duck Dance(오리 춤)’다. 이후 ‘Bird Song(새 노래)’과 ‘Bird Dance(새 춤)’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고, ‘Chicken Dance(닭 춤)’란 제목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월트 디즈니 레코드에서 발매한 것을 포함하여 전 세계적으로 140개 이상의 버전이 약 4000만장 이상의 음반으로 제작됐다. 결혼식이나 축제 등에서 즐거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이 노래와 춤을 곧잘 사용했다. 닭으로 분장한 채 날개를 퍼덕이는 시늉을 하는, 일명 ‘닭 춤’과 함께 유행하기도 했다.
영국의 4인조 그룹 ‘더 트위츠(The Tweets)’가 이 노래를 편곡해 1981년에 발표한 ‘The Birdie Song(새 노래)’은 그해 영국 싱글 차트에서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노래 제목에 걸맞게 새 모양의 탈을 쓰고 연주하여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2000년에 영국의 한 음악 사이트가 ‘역대 가장 짜증 나는 노래’로 이 노래를 선정하긴 했으나,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버전이 발매되어 아이들도 따라 부를 정도로 대중에게 큰 웃음을 안겨주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여전한데,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마저 발발했다. 죽거나 다친 민간인들이 끊이지 않고, 전쟁으로 촉발된 증오 범죄가 지구촌 곳곳에서 만연하고 있다. ‘모두가 천사라면’이란 노래가 최근에 떠오른 이유다. “천사의 마음 갖고 싶어.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천사의 노래 부르면서 끝없는 사랑 간직하리”라는 노래의 후렴처럼 날개가 없어도, 날지 못해도 천사의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존 레넌이 1971년에 발표한 ‘이매진(Imagine)’은 반전과 평화의 전언을 담고 있다. “죽이거나 죽을 이유가 없어요. 종교도 없을 거예요. 모든 사람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상상해 봐요”처럼 언젠가 사랑으로 하나 될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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