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207] 조선 임금의 주역 활용법
‘주역’은 점치는 책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정하는 준거 틀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먼저 어떤 새로운 상황에 처했을 때 그것이 어떤 괘에 해당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조금도 거짓된 마음이 없이 자기 상황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괘가 정해지면 각 직위에 따른 행동 지침이 나온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처한 상황은 누가 보아도 비괘(否卦)에 해당한다. 비괘란 비색(否塞), 즉 위아래 좌우 소통이 꽉 막혔다는 뜻이다. 임금을 뜻하는 건괘(乾卦)는 올라가려고만 하고 신하를 뜻하는 곤괘(坤卦)는 내려가려고만 하니 위아래 소통이 완전히 끊어진 것이다.
반대로 64괘 중에서 가장 좋다는 태괘(泰卦)는 올라가려는 건괘와 내려오려는 곤괘가 만났으니 서로 사귐이 이루어진다. 교태(交泰)가 바로 그것이다. 경복궁 교태전도 바로 여기에서 딴 것이다. 이는 임금이 자기를 낮춰 곤괘 아래로 내려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각 괘에는 여섯 효가 있는데 밑에서부터 신진 세력, 중간 간부, 부문 책임자(판서, 부장), 총괄 책임자(재상, 임원), 임금(사장), 상왕(회장, 고문)에 해당한다.
윤 대통령은 따라서 비괘 구오(九五·밑에서 다섯째 양효)에 대한 말을 읽고 음미하며 비괘를 벗어날 길을 찾아야 한다. “구오는 막힘[否]을 그치게 하니 대인이어야 길하다. 망하면 어떻게 하나 망하면 어떻게 하나 염려해야 더부룩하게 자란 뽕나무에 매어놓은 듯할 것이다.”
모든 것이 막힌 상황을 뚫어서 통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구오뿐이라는 말이다. 다만 “어떻게 하나 어떻게 하나” 하며 앞으로 다가올 어려움을 미리 잘 대비할 때라야 모든 것이 막힌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 태종, 세종, 세조, 숙종 등 조선 시대 뛰어난 임금들이 주역을 활용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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