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휘의 시네필] 극장가 외면이 OTT 탓? 본질은 부담스러울 만큼 오른 관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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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성료한 뒤, 다시 찾은 극장가는 적막했다.
예매표가 삽시간에 동나고, 예매 취소 표라도 얻고자 현장 매표소를 서성이는 열정적인 관객이 줄을 지어 새벽을 새던 광경은 지난날의 덧없는 꿈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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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성료한 뒤, 다시 찾은 극장가는 적막했다. 예매표가 삽시간에 동나고, 예매 취소 표라도 얻고자 현장 매표소를 서성이는 열정적인 관객이 줄을 지어 새벽을 새던 광경은 지난날의 덧없는 꿈처럼 느껴졌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라도 온 것인가? 그 많던 관객은 다 어디로 간 걸까?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매번 극장을 찾지만, 빈 객석 위로 감도는 공기의 고요함은 늘 적응하기 어렵다. ‘화란’(2023)과 ‘플라워 킬링 문’(2023)을 보는 내내, 머릿속 한편에서는 영화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들을 거듭 곱씹고 있었다.
영화는 정녕 죽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 말이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뉴미디어의 대세에 밀려 나가는 매체에 대한 시대착오적 애착이란 식으로 받아들여지진 않았으면 한다. 드라마 시리즈물로 업계 대세가 몰려가는 추세임에도 ‘길복순’(2023)이나 ‘발레리나’(2023) 같은 넷플릭스 컨텐츠의 일종도 엄연히 ‘영화’로 다루어지고, ‘탑건: 매버릭’(2022) ‘오펜하이머’(2023)의 성공은 드라마 시리즈로 대체될 수 없는 영화의 위상을 입증하며, 이번 BIFF에 대한 호응은 코로나 뒤로도 괜찮은 작품이 있다면 고독을 품은 채 극장으로 발길을 옮길 준비가 된, ‘도래할 관객’ 층은 늘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새삼 일깨운다.
정직하게 사태를 대면해야 한다. 정확하게는 ‘극장 문화’가 죽어가고 있으며, 그에 따라 ‘산업으로서 한국 영화’가 쇠락하고 있다. CGV를 비롯한 극장 관계자들은 OTT의 부상을 근거 삼아 한국 상업영화의 흥행 부진을 설명하지만, 업계의 변명은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지적과 언급을 애써 회피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상영관 기준으로 한 편 관람에 1만5000원을 내야 하는 현실에서 갈수록 각박해져 가는 경제와 얇아져 가는 주머니 사정은 솔직히 관객의 발걸음을 극장이 아닌 집에 칩거하는 길로 틀게 하고도 남음이 있지 않은가?
영화 티켓 가격이 기존 8000원에서 9000원으로 올랐음에도, 이번 BIFF의 예매 전쟁은 역대급으로 치열했다. 관객이 영화를 버린 것이 아니다. 영화를 찾기 위해 치를 대가가 감당하기에 무거워졌다는 점에 문제의 본질이 있다. 심지어 현역 중견 감독마저도 푯값 인하를 진지하게 요청하는 판이다. 이 점을 외면하고 도박처럼 단기 이윤에 집착하는 이상, 한국영화 생태계가 예전의 활기로 살아날 가망은 아예 없을 것이다.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1000만 안팎 흥행을 기록할 수 있었던 건, 영화를 보기 위해 치러야 하는 기회비용이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가격이 관객이 감당할 수 있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어서자 ‘손쉽게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라는 ‘극장에 대한 신뢰’는 깨졌다. 팍팍한 살림에도 문화생활은 누리고자 한 관객에게 잘못된 신호를 던진 것이다.
완성도를 떠나 관객은 신중해졌고 검증되고 엄선된 재미만을 찾게 되었다. 그 결과가 ‘더 문’(2023) ‘거미집’(2023)에 대한 철저한 외면이다. 한국영화와 극장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요구될 것이다. 그럼에도 우선 시행해야 할 일은 일단 푯값을 내리는 일이다. 그렇다. 푯값을 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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