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풀코스는 동생들과 함께

김민기 기자 2023. 10. 2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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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마라톤 D-3] 3형제 마라토너 춘천마라톤 출전

“2005년 춘천마라톤에서 인생 첫 풀코스를 뛰었어요. 일흔을 앞둔 지금, 춘천에서 동생들과 함께 손잡고 골인해 마라톤 여정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마라톤 삼형제' 강한철(68·왼쪽부터), 강한석(69), 강한주(63)씨가 최근 하프 코스를 완주한 후 모였다. /강한주씨 제공

경기 파주시에 사는 강한석(69)씨는 29일 열리는 2023 춘천마라톤(조선일보사·스포츠조선·대한육상연맹 공동 주최) 풀코스에 친동생 강한철(68·인천 서구), 강한주(63·경기 고양시)씨와 함께 나선다. 강한석씨는 그간 춘천 풀코스(42.195㎞)를 7번 완주했다. 코로나 기간 운동을 잠시 접었다가 문득 ‘마지막 마라톤을 동생들과 달려야겠다’는 생각에 함께 다시 풀코스를 신청, 지난 8월부터 3개월간 훈련 중이다. 그는 “춘천에서 시작했으니 춘천에서 끝내겠다”고 했다.

한석씨는 외환 위기를 맞았던 1998년 가전제품 판매 사업 실패를 겪었다. 무기력함에 술·담배를 찾았다. 좀처럼 재기하지 못했고 5년을 흘려보냈다. 그런 그를 안타깝게 지켜보던 동생 한철씨가 “형, 그러다가 정말 몸에 큰일 나. 운동해야 해”라고 말했다. 동생 권유로 처음 공원길을 따라 5㎞를 달렸다. 처음엔 걷고 뛰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달리기는 정직한 운동. 2년 동안 반복해, 73㎏까지 불었던 체중을 10㎏ 뺐다. 2005년 춘천마라톤에서 3시간 16분 53초 기록으로 첫 풀코스 완주를 마쳤다. 그는 “건강이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해낼 수 있다’는 성취감도 얻었다”며 “동생이 은인인 셈”이라고 말했다.

동생 한철씨는 가족 사이에서 ‘달리기 전도사’로 통한다. 한철씨는 1990년 히말라야 닐기리 북봉(7061m)을 등반하는 등 평소 체력이 좋았고, 이후에도 등산과 달리기를 꾸준히 즐겨왔다. 형을 마라톤 세계로 이끈 후인 2006년 어느 날, 가족들이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셋이 함께 하는 운동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막내 한주씨에게도 입문을 권했다. 평소 등산을 즐겼던 한주씨는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프 코스를 거쳐 2007년 풀코스 완주 대열에 합류했다. 이 삼형제는 ‘형제 간 우애만큼 중요한 건 없다’는 부모님 생전 가르침을 따라 평소에도 돈독하게 지냈는데 마라톤이란 공통 취미를 통해 더 응집했다. 각자 생업에 종사하며 따로 훈련하다 대회가 열리면 모였다. 한철씨는 그간 춘천마라톤을 15번이나 완주했고, 한주씨도 9번 해냈다. 이번에 형들과 완주하면 한주씨는 명예의 전당(10회 완주·누적 4246명)에 헌액된다. 한철씨는 이미 2014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한주씨는 “젊을 때는 같은 대회에 나가도 각자 기량·컨디션에 맞게 달린 후 모이곤 했다. 하지만 이번 콘셉트는 ‘손잡고 골인’이다. 기록보다 중요한 건 함께 해냈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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