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마 도전 안철수 “잘하건 못하건 완주하면 모두 메달 주는 게 마라톤”
국민의힘 안철수(61) 의원은 2016년 8월 딸 설희(34)씨를 따라 뛰면서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어두운 새벽 조깅하러 나가는 딸이 걱정돼 같이 뛰자며 따라나선 게 계기였다. “별거 아니라 생각하고 뛰었는데 100m를 달리니 숨이 턱까지 찼어요. 중간에 포기하자니 창피해서 쉬었다 뛰었다 반복했는데, 다 뛰고 나니 복잡한 생각이 말끔히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안 의원은 그 뒤로 꾸준히 달리기를 했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 패배 후 독일을 거쳐 미국에 머물던 시기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풀코스를 세 차례 완주했다. 2019년 9월 독일 베를린 마라톤 대회 3시간 46분 14초, 그해 11월 미국 뉴욕시티 마라톤 대회 3시간 59분 14초를 기록했다. 지난 4월에는 서울하프마라톤(21.0975㎞)에서 1시간 58분 21초로 완주했다. 이젠 29일 춘천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한다. 국내 대회 풀코스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 의원은 25일 “미국이나 유럽에는 마라톤을 하는 정치인이 많다”며 “정치인은 정신과 체력이 다 같이 건강해야 하는데, 그 둘을 단시간에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마라톤 출전이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건강 이상설’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그는 “마라톤은 두세 달 전부터 뛸 수 있는 몸을 만들기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 ‘벼락치기’가 불가능하다”며 “참가 신청을 이미 지난 8월에 했던 거라 일주일 전에 불거진 ‘심장 이상설’을 불식하기 위해 마라톤 풀코스를 뛴다는 해석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했다.
그는 춘천마라톤을 대비해 두 달 전부터 매주 2~3번 새벽에 일어나 지역구인 경기 성남 탄천을 20㎞씩 뛰고 있다. “이제 나이가 예순이 넘어 기록 단축보다는 완주가 목표”라며 “춘천의 아름다운 풍경도 구경하면서 페이스대로 달려 4시간 30분 정도로 마치려 한다”고 말했다.
달리기를 꾸준히 하면서 낮에 조는 일이 없어졌다고도 했다. “의정 활동을 하는 동안 수많은 사진과 영상을 찍혔는데, 단 한 번도 조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며 “체력이 좋아지니까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잠들지 않고, 책과 신문을 보며 낮 시간을 더 알차게 보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2019년 달리기와 마라톤 예찬론을 담은 책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을 출간한 바 있다. 책에서 “마라톤은 내면의 고통과 불안뿐 아니라 외부 ‘환호’를 극복하는 경기”라고 했다. “마라톤 대회 현장은 축제 분위기다. 그러다 보면 우쭐해져서 오버 페이스를 하게 돼 중간에 지쳐 포기하게 된다. 주변 기대와 응원이 없으면 힘이 나지 않지만, 그것에 신경 쓰다가 자기 속도를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뜻”이라는 얘기다.
국회 의원회관 4층 그의 사무실 한편에는 그간 마라톤에 출전해 받은 코스별 완주 메달이 18개 걸려 있었다. 안 의원은 “마라톤이 다른 스포츠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1·2·3등에게만 메달을 주는 게 아니라, 아무리 늦더라도 완주한 사람 모두에게 메달을 준다는 것”이라며 “자기와 싸움에서 이긴 사람, 마라톤에서는 그게 제일 중요한 의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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