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사랑하기 때문에

경기일보 2023. 10. 2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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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길 동두천 샘물교회 담임 목사·협성대 객원교수

수년 전 동네 곳곳마다 고양이를 찾는다는 전단지가 붙어 있었다. 그런데 그 전단지를 유심히 볼 이유가 있었다. 고양이를 찾아주는 사례금이 무려 수백만 원이나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용을 보니 이 고양이 정상이 아니다. 뒷다리가 없는 장애를 가졌고 11년 된 나이 든 고양이다. 그런데 주인은 이 고양이를 찾기 위해 적지 않은 돈을 걸었다. 나이도 많고 장애도 있는 고양이를 거금을 걸고 찾는 일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만큼 이 고양이가 주인에게는 소중하다는 얘기다.

오히려 우리 주변에는 호기심과 일시적인 기분으로 잠시 키우다 그냥 버림받는 유기견과 유기묘가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그 고양이 주인은 거금을 걸었다. 수백만 원이면 저 고양이보다 훨씬 어리고, 예쁘고, 장애 없는 고양이를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런 것일까? 바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 고양이를 향한 주인의 사랑은 수백만 원을 줘도 아깝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주인의 경제적 여력이 허락한다면 더 큰 사례금을 걸었을지도 모른다. 즉, 액수로는 측정할 수 없는 그 주인의 사랑이 더 큰 것이다.

예전에 산자락 아랫동네에 산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는 버려진 유기견들이 들개가 돼 떼로 몰려다니며 사람을 습격하고 광견병의 매개가 되는 위협적인 존재로 문제시되는 상황이었다. 그 들개들도 처음엔 들개가 아니었을 것이다. 어느 집에서 키워지고 사랑받던 반려동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주인에게 버려지든지 혹은 호기심에 스스로 길을 나섰다가 유기견 혹은 들개가 됐을 것이다.

반려동물은 주인에게서 버려지고, 주인을 떠나는 순간 그 존재 가치는 사라진다. 아무리 볼품없고 장애가 있고 늙고 병들어도 주인이 사랑하고 인정하면 그 고양이처럼 가치가 있는 것이다.

기독교 신앙과 윤리는 ‘인간의 타락성’을 전제로 한다. 그 타락은 인간이 하나님과의 동행을 깨버리고 죄의 유혹에 넘어가며 시작됐다. 인간 스스로의 노력으로 그 타락성을 회복하지 못하며, 그 타락성에서 창조의 본모습으로 회복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그 근본적인 회복을 위해 하나님 자신께서 이 땅에 오셨다. 그리고 그 사랑을 직접 예수의 십자가 위에서 보이심으로 확증하셨다. 로마서 5장 8절에서 바울은 이렇게 강변한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예수께서 십자가 위에서 하신 일곱 가지의 말씀 중 여섯 번째 말씀은 “테텔레스타이(Τετ·λεσται)”. “다 이루었다”였다. 이 말에는 ‘다 치렀다, 빚을 다 갚았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

늘 마이너스 같은 내 인생을 위해 다 갚아 주신 것이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사랑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것 중에 아무리 비싸다고 해도 값을 매길 수 있는 것은 결국 ‘싸구려’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가치는 값을 매길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런 가장 귀한 가치 중 하나가 ‘사랑’이다.

점점 각박해지고 메말라 가는 현실 속에서 이런 귀한 가치들을 기억해 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부터 그 가치들을 실천해 나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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