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日선 친구 아니어도 반말?
한국인 친구와 도쿄 현지 식당에서 밥을 먹고 계산을 했다. 그때 직원이 ‘아리가토! 마타 기테네(ありがとう!また来てね)’라고 했다. 나는 기분 좋게 나왔는데, 일본어를 조금 알아들을 수 있는 한국인 친구는 살짝 놀란 것 같았다. “직원분이 ‘고맙다! 또 와줘’라고 한 거지? 반말이잖아. 혹시 저 직원분이랑 친한 사이야?”
난 직원과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 일본 현지에선 종종 이런 일이 있다. 혹시 일본어의 ‘다메고(반말)’ 개념을 잘 모른다면 위화감을 느낄 수 있다.
한국어와 일본어는 문법이나 단어가 비슷하다. 그래서 다른 외국어보다 훨씬 배우기 쉽다. 하지만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존댓말과 반말의 사용법까지 똑같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일본에서도 윗사람에게 존댓말을 쓰고, 초면이면 나이에 상관없이 존댓말을 쓰는 게 기본이다. 그런데 일본은 한국보다 반말에 예민하지 않고, 경우에 따라 뉘앙스가 달라질 수 있다.
우리 동네 마트에서 일하는 30~40대 직원들은, 할아버지 할머니 손님이 오셨을 때 이렇게 친근하게 얘기를 나눈다. “오늘 좀 늦게 왔네, 혹시 무슨 일 있었어?” 다 반말이다. 대학 시절엔 60대 교수님께 아무렇지 않게 반말로 얘기하는 친구도 있었다. 이건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이들은 상대를 쉽게 보는 게 아니라, 친근한 느낌을 주기 위해 반말을 쓴다. 한국보다 나이 차이에 신경을 안 써서 듣는 사람도 크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앞서 쓴 식당 직원처럼, 동네 식당 같은 곳에서는 초면이라도 반말을 쓸 수도 있다.
몇 년 일본에 거주한 한국인도, 일본어 반말의 뉘앙스를 정확히 알아듣는 건 쉽지 않다. 서로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으면 되지만, 원어민 수준의 일본어 실력뿐 아니라 문화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한다.
일본에 와준 외국 관광객에게 반가운 마음에 반말을 하는 일본인도 있다. 일본어를 어느 정도 알아듣는 외국인은 오해를 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외국인에게 말을 걸 때는 존댓말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일본인으로서 한국어로 얘기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다. 지금도 매일매일 언어를 익히며 많은 걸 배우고 있다. 나 역시 더 많은 한국인의 얘기를 듣고, 한국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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