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삐약이’ 신유빈이 바꾼 역사
‘체육 票장사’ 정치에게 교훈
정치, 신유빈 접근하면 안돼
별명이 많다. 삐약이...포도쿵야...반계쿵야.... 귀엽고, 발랄하고, 어린 캐릭터다. ‘삐약이’가 맘에 든다니 그걸로 하자. 기부금 2천만원을 내놨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턱’이다. 스포츠기부는 대개 방향이 있다. 같은 종목을 향한다. 당연히 탁구계로 가는 기부일 거라 봤다. 탁구 꿈나무나 가난한 탁구 선수들이다. 그러나 ‘삐약이’는 달랐다. 탁구계가 아니다. 수원의 한 노인복지관을 찾았다. 거동 불편한 홀몸노인들이다. 언론에도 적잖이 생소하다.
그의 과거 선행도 알려졌다. 수원 청명중학교를 졸업했다. 대한항공에 선수로 입사했다. 16세, 첫 월급을 받았다. 부모님 내의 사드린다는 첫 월급, 그걸 기부했다. 그때도 운동선수가 아니었다. 수원의 아동복지시설을 찾았다. 운동화 53켤레(600만원 상당)를 전했다. 또 있다. 올 5월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땄다. 포상금 1천만원을 받았다. 전액 월드비전에 기부했다. 가난한 여성 청소년들을 챙겼다. 위생용품을 지원했다. 일관된 소신이 읽힌다.
수원은 스포츠 메카다. 4대 프로 스포츠가 다 있다. 아시안게임·올림픽 스타들도 많다. 그래서 생긴 역사가 있다. -화려한 금의환향이다. 시(市)가 요란하게 맞이한다. 시장(市長)이 껴안고 사진 찍는다. 축구 선수는 축구공 기부한다. 양궁 선수는 화살 기부한다. 농구 선수는 운동화 기부한다. 시장이 통 크게 쏜다. 수억원, 수십억원씩 막 던진다. 선수 인기가 시장 표로 바뀌어 간다. 선수는 저도 모르게 선거판에 가 있다-. 공식 아닌 공식이다.
월드컵 4강, 맨체스터 UTD 입단.... 축구 ‘박지성’이다. 박지성로(路), 박지성 축구센터까지 생겼다. 도로에 산 사람 이름 쓰면 안 된다. 그래도 추진했다. 시드니 올림픽 2관왕,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 ‘윤미진’도 수원이다. ‘윤미진 국제양궁장’ 건립을 약속했다. 인기가 오래가지 않았다. 약속도 없어졌다. 최초의 NBA 진출, 삼일고 졸업.... 하승진도 ‘큰 약속’을 받았다. ‘하승진 고가도로’를 해주겠다고 했다. 활약이 없자 이것도 흐지부지됐다.
박지성·윤미진·하승진 탓할 일 아니다. 도로에 이름 넣어 달란 적 없다. 이름 붙은 경기장 말한 적 없다. 고가도로에 이름 붙여달란 적 없다. 죄다 도지사·시장이 했다. 그 미끼로 선수 인기에 빌붙었다. 월드컵 열기에 올라타고, 올림픽·NBA 명성에 올라탔다. 부작용이 생겼다. 대한민국 스타에서 수원 스타로 쪼그라든다. 그 도로 끝에 화성 길이 붙었다. 화성시가 반대했다. 타협해서 ‘동탄지성로’가 됐다. 수원, 화성, 박지성이 다 황당하다.
신유빈은 달랐다. 노인복지관부터 갔다. 외로운 어르신들 챙겼다. 이재준 수원시장이 달려갔다. ‘시장 위세’ 쏙 뺀 담백한 소감을 남겼다. “아시안게임에서 온 국민을 설레게 했던 볼하트와 큐피드 세리머니의 주인공 신유빈 선수가 ○○노인복지관에 왔다...겨울이 힘겨운 홀몸어르신들께 도움을 드리고 싶다며 후원금 2천만원을 전해줬다. 찐 수원시민이다. 고맙다.” 신유빈 탁구장, 신유빈路.... 이런 거창한 거 없다. 참 보기 좋다. 편하고.
“엄마 챔피언 먹었어”, “대한국민 만세다”. TV도 정치도 흑백이던 시절이다. 애국심을 말해야 했다. ‘각하’를 알현해야 했다. 스포츠 스타는 정치의 몫이었다. 그 못된 걸 민선(民選)이 배웠다. 청와대가 시장실로, 각하가 시장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상하지만 익숙한’ 역사, 이 관행을 신유빈이 바꿨다. 어려운 이웃부터 챙겼다. 신발 사주고, 여성용품 건네고, 후원금 보탰다. 정치가 빠지니까 더 없이 아름답다. 이참에 ‘삐약이’ 옆에 이런 푯말 어떻겠나.
‘정치인 접근 금지’.
김종구 주필 1964kj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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