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 파산신청 역대 최고, 그냥 무너지게 놔두면 안 된다
경영 위기에 처한 기업이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올해 9월까지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넘어섰다. 경기 침체에 고금리 상황까지 지속되면서 생긴 결과로 분석된다. 경제 불확실성이 계속돼 파산 신청을 하는 법인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법인은 9월까지 1천213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4% 늘어난 수치다. 최근 10년간 파산 건수가 가장 많았던 2021년 1천69건이었는데, 연말까지 3개월을 앞둔 시점에 이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하루에 4.5개 기업이 파산 신청을 한 셈이다. 경기·인천지역의 법인 파산 신청도 역대 최고다. 지난 9월까지 총 317건으로 최근 10년간 가장 많다.
파산 신청한 기업의 대부분은 코로나19 당시 은행권을 통해 대출을 받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연체액은 IBK기업은행에서 1조3천22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농협은행(5천860억원), 하나은행(4천463억원) 등의 순이었다.
은행권에서 자금 대출 뒤 만기일이 도래했지만 상환하지 못해 파산 신청한 법인 대부분은 중소기업이다. 이는 건실한 중견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는 끝났지만 이후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의 급격한 상승, 심각한 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 악재가 겹치면서 많은 기업이 버텨내지 못하고 있다.
경영 위기에 처한 기업이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파산’ 신청 건수가 빚을 갚고 재기하는 ‘회생’ 신청을 넘어선 것은 우리 경제의 심각한 문제다. 파산 신청이 더 늘어날 것이라니, 신속한 처방이 필요하다. 세금과 부담금 인하, 금융 지원 등 다각도의 대책이 절실하다.
‘중소기업 경영애로 및 2023년 하반기 경기전망 조사’를 보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세금 및 각종 부담금 인하’(57.8%)를 꼽았다. 이어 ‘정책자금·보증확대 등 금융지원’(55.6%), ‘인력난 해소’(27.6%)였다. 금융지원은 종사자 수가 적고, 매출액이 적은 기업일수록 더 필요로 했다.
살아남기 위해 죽을힘을 다하는 중소기업들은 하반기 최우선 경영전략으로 비용절감, 사업구조 조정 등 경영 내실화, 환율 변동 등 경영리스크 관리를 꾀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보태야 한다. 정부의 저렴한 금리 등 다양한 혜택은 우량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미래 성장성을 확보한 기업이 일시적 유동성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은 탈출구를 마련해 경제 충격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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