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은 다 줄었는데...북한산만 멧돼지 62% 급증한 까닭
야생 멧돼지 수가 최근 3년간 전국적으로 줄었지만, 서울 북한산국립공원에서는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산의 경우 서울 등 수도권 주민의 안전 문제로 멧돼지 사살이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이후 전국적으로 멧돼지 포획을 늘렸다.
‘서울권 멧돼지 습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ASF 대응을 위해 멧돼지를 잡으면서 전국 산지의 멧돼지 평균 서식 밀도는 2019년 1㎢당 6마리에서 작년 1.1마리로 줄었다. 이 기간 포획된 멧돼지 개체 수는 34만6748마리에 달했다.
그런데 북한산국립공원의 평균 서식 밀도는 2019년 1.3마리에서 작년엔 2.1마리로 오히려 증가했다. 62% 늘어난 것이다. 이런 현상은 북한산이 도심권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야생생물보호법에 따르면 멧돼지를 포획할 때 인가(人家)나 축사로부터 100m 이내 장소에선 총기를 쓸 수 없다. 이 거리를 충족해도 등산객 오인 사격 등 위험이 있어 도심권에서는 멧돼지 사살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올 들어 9월까지 서울권에서 멧돼지 출몰로 소방 당국이 출동한 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배 넘게 증가했다. 작년 1~9월엔 237건이었는데 올해는 499건이다. 지역별로는 은평구·강북구·종로구·도봉구 등 북한산과 가까운 곳이 많았다. 서울권에 ‘멧돼지 습격’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멧돼지가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멧돼지는 번식기인 10~12월 왕성하게 활동하기 때문에 겨울로 갈수록 먹이를 찾아 도심에 출현하는 빈도가 잦아질 수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멧돼지 개체 수 조절을 위해 포획틀 설치를 늘리고 산에서 도심으로 연결되는 길목에 울타리 설치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포획을 하지 않아 뱀과 고라니 개체 수도 증가한 만큼 가을 산행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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