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갈등'을 共生으로 푸는 나무와 식물
세상은 바른손(오른손)잡이 차지라 한다. 그러나 왼손을 쓰는 사람이 약 10%에 이르고 이상하게도 여자보다 남자가 더 많으며 일반인들에 비해 일란성쌍둥이가 76%로 더 흔하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핵산(DNA)의 이중나선구조(二重螺旋構造)도 97%가 오른돌이며 연체동물의 복족류(腹足類)인 달팽이나 고둥무리 껍데기(貝殼)도 거의 오른돌이다. 왜 그러냐고 물으면 답할 자 없다. 생물체가 다 좌우대칭이지만 한쪽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자연계나 사람살이를 잘 들여다보면 좌와 우가 부딪치는 좌충우돌인 갈등(葛藤·conflict)이 있으니 남남갈등, 남북갈등, 남녀갈등, 노소 갈등, 고부갈등, 모녀갈등들이다. 그런데 갈등이 뭔가. '칡(갈·葛)덩굴과 등(藤)나무 덩굴이 서로 반대로 얽히고설키는 것과 같이 견해, 주장, 이해관계 따위가 서로 달라 적대시하거나 불화를 일으키는 상태'라고 사전에 적혀 있다. 그렇다면 칡과 등나무가 어떻게 서로 척지고 다툰단 말인가. 두 식물이 어떻게 얽힘을 하고 있기에 이런 비유를 했을까. 이들 두 식물의 특성에서 '갈등'의 참뜻이 풀린다.
게다가 덩굴식물(넝쿨식물)은 종류마다 좌우 정해진 방향으로 감는데 중간에 억지로 방향을 뒤바꿔놓아도 끝내 원래 제 방향대로 되감는다. 물론 유전인자(DNA)라는 것이 명령을 내린 탓이렷다! 동식물의 행동 어느 하나 유전자의 명령과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것이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덩굴식물 줄기 감김(꼬임)을 위에서 내려다봐 시계 반대방향으로 물체를 감아 오르는 것을 왼돌이(좌권·左券·sinistral)라 하고 시계방향으로 감는 것을 오른돌이(우권·右券·dextral)라 한다. 굳이 이런 감기(coiling/twisting) 하나도 호기심 많은 '어린이 마음'이나 순수 무결한 '시인의 눈'을 가지고 자연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자연은 절대로 그 비밀스러움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리고 북반부의 태풍 소용돌이도 위에서 내려다보면 시계 반대방향으로 회오리치는 왼돌이다. 또한 칡은 왼돌이고 등(藤)나무는 오른돌이기에 이를 '좌갈우등'(左葛右藤)이라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등나무나 칡처럼 다른 물건을 얼기설기 얽어 두르며 뒤질세라 서둘러 휘휘 치감아 올라가는 식물을 '덩굴식물'(전요식물·纏繞植物)이라 한다. 넝쿨식물은 줄기의 끝이 쪽 곧게 자라지 않고 좌우로 회전하며 자란다. 즉, 칡이나 나팔꽃들은 왼돌이고 등나무나 인동덩굴, 한삼덩굴 따위는 오른돌이다. 또한 더덕 같은 양손잡이 녀석은 좌우 양방향으로 휘감는다.
아무튼 칡과 등줄기는 동아줄 같은 센 줄기를 다른 나뭇등걸에 칭칭 휘감고 올라간다. 또한 갈근(葛根)에서 칡즙을, 등나무 줄기로는 의자를 얻는 요긴한 식물들이다. 왼쪽으로 감기(왼돌이)의 달인(達人)인 칡과 오른쪽으로 감기(오른돌이)의 명수(名手) 등나무를 모아 심어두면 둘이 서로 반대로 이리저리 비틀어 꼬면서 용틀임을 치고 종잡을 수 없이 타래를 틀며 감으니 다시 말해 갈등이다.
아무튼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밀고 당기고, 솟고 누르고, 칭칭 감는 칡과 등나무에서 갈등을 찾는다. 또한 감아 덮으려 들며 뒤틀고 펴는 '불화'(不和)와 '상충(相衝) 반목(反目) 좌충우돌(左衝右突) 갈등(葛藤)들'을 이들 나무에서 새롭게 발견한다.
그런데 칡과 등은 모두 콩과식물로 토끼풀, 아까시나무, 콩, 팥처럼 하나같이 뿌리에 뿌리혹박테리아(근류세균·根瘤細菌)가 들어 있다. 즉, 콩과식물들은 뿌리에 세균의 삶터를 제공하고 세균들은 콩과식물에서 탄수화물을 얻으며 근류세균은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해(질소비료를 만들어) 콩과식물에 주는 공생(共生)의 삶을 산다.
사람들아 모름지기 친친 동여맨 갈등을 훌훌 풀어헤치고 서로 척지지 말며 콩과식물과 근류세균의 삶을 본받아 서로서로 용서하고 살갑게 도우며 함께 살아갈지어다.
권오길 강원대학교 생명과학과 명예교수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GD '마약' 입건? 우리 소속 아니라 대응 어려워"…선 그은 YG - 머니투데이
- 남현희 예비신랑, 고교시절 방송 출연까지…긴머리·안경 눈길 - 머니투데이
- 장항준, '절친' 이선균 마약 의혹에…"기사 통해 알았다" - 머니투데이
- 손담비, '가짜 수산업자' 첫 언급 "내 잘못 아닌데…멘탈 세졌다" - 머니투데이
- 결혼한다더니…'나솔' 15기 영철·영숙, 럽스타 삭제에 결별설 - 머니투데이
- '미성년자 성폭행' 고영욱, 이상민 저격…"인간으로 도리 안해" 무슨 일 - 머니투데이
- 임신한 손담비 "잘 때 숨 안 쉬어져" SOS…무슨 일? - 머니투데이
- "18살 첫 출산→아이 셋 아빠 다 달라"…11살 딸, 막내 육아 '충격' - 머니투데이
- 실종 지적장애 여성 "성폭행당해" 주장…중앙경찰학교 교수 입건 - 머니투데이
- 김태희♥비, 1400억 건물주 부부의 데이트 룩…"미모는 못 감춰" - 머니투데이